박근혜 정부는 5일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 의결했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제소하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각하하지 않는 한 180일 이내에 심리를 마치고, 위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이는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서, 독일도 서독 시절과 통일 이후 일부 정당의 자격을 박탈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황 대표가 58년 전 독일의 재무장을 원하던 미국과 미국의 입장을 철저하게 대변한 아데나워 정권, 나치 부역자들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 독일의 재무장을 반대하고 동서독의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던 독일공산당(KPD, 독일의 공산당)을 해산시킨 사건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황 대표야말로 냉전시대의 유령에 사로잡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장본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정부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심판청구서에서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당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일성의 사상을 도입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창당 및 엔엘(NL) 계열의 입당 과정, 강령 개정 등에 북한 지령을 통해 북한과 연계해 온 사실이 확인돼 존치할 경우 북한과 함께 우리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심판청구서는 독일의 아데나워 친미정권이 KPD를 탄압할 때 써먹은 '마르크스 레닌'과 '소련'을 '김일성'과 '북한'으로 바꿨을 뿐이다.
KPD 해산 사건은 남한에서 미국과 미국의 입장을 철저하게 대변한 이승만 정권, 친일 부역자들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 사회주의 항일운동가 조봉암 선생을 북한의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키고, 그가 당수로 있던 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킨 반인류적인 사건을 오늘에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독재시대로 되돌아간다면 이는 정말 비극이다.
KPD에 대한 위헌 판결은 독일에서는 이미 사문화된 판결이다. 독일 국민들도 이 판결을 독일 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파괴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KPD는 현재 독일공산당(DKP)으로 재건되어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DKP는 재건 당시 분명하게 KPD를 계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산된 독일공산당 당원들은 대부분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저항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일 사법부는 독일공산당 해산심판 청구가 독일의 기본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국과 아데나워 정권, 나치 부역자들의 공작과 압력으로 제소된 지 5년만에 해산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독일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에도 엄연히 사상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독일 사법부의 판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누군가 생각하고 의도했다는 것만으로 그를 처벌할 수 있는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답해 보라!
201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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