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Carnaval Op.9(사육제)

林 山 2017. 9. 22. 11:22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Carnaval Op.9(사육제)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Carnaval Op.9(사육제)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Carnaval Op.9(사육제)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Carnaval Op.9(사육제)


<사육제(Carnaval Op.9)>는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이 1834~1835년에 작곡해서 바이올리니스트 카롤 리핀스키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사육제〉는 ‘4개의 음표로 된 작은 풍경들’이라는 부제를 가진 피아노 독주곡이다. 이 작품은 사순절 전에 행해지는 사육제에서 흥청대는 사람들을 표현한 일종의 음악적 가면무도회와 같다. 모두 22개의 소품들로 구성되며 각각의 소품은 슈만 자신의 친구들과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인물들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슈만이 부제에서 암시한 4개의 음표는 그가 즐겨 쓴 음악적 암호의 일종이다. 그는 ‘나의 가면무도회가 보여주는 암호를 해독하는 것’에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 음악적 암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작품에 수록된 21개의 소품들은 이 암호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암호는 ASCH라는 네 글자에서 가져온 것으로, ASCH, SCHA, AsCH의 세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독일 기보법에서 H는 B음을, Es는 E♭음, 그리고 As는 A♭음을 나타낸다, 이렇게 풀어 보면, ASCH는 A-Es-C-H, 즉 A-E♭-C-B라는 모티브가 되고, Es-C-H-A는 E♭-C-B-A, As-C-H는 A♭-C-B라는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슈만은 이 3개의 모티브를 통해 전체 작품을 구성하였다.


ASCH는 당시 슈만의 약혼녀였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릭켄의 고향인 아슈를 뜻한다. Asch는 또한 ‘재’(ash)를 의미하는 독일어로, 사순절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육제와 관련된다. 또한 이 글자들의 순서를 다르게 배열하면 SCHA가 되는데 이것은 슈만이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는 암호로 사용한 것이기도 하다.


〈사육제〉의 각 소품들은 세부적인 기법들, 즉 모티브, 아티큘레이션, 리듬 등의 반복으로 루어지면서 ‘작은 풍경들’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작법은 전통적인 유기적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 풍경들이 하나로 모여 전체적으로 소나타 형식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슈만은 이처럼 양면적인 가치를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카니발이라는 축제가 가지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바흐친이 지적하였듯이 카니발은 기존의 제약과 관습으로부터 해방되는 장인 동시에, 이 찰나적인 해방을 통해 다시 관습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슈만이 그려내는 〈사육제〉는 카니발이 가지는 바로 이러한 성격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슈만은 이 작품에서 음악적 암호를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다시 말해 슈만 자신의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표현된 자아는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 분열된 자아이다. 5번 ‘오이제비우스’와 6번 ‘플로레스탄’이 보여주듯이 서로 대립되는 성격의 자아가 동시에 등장한다. 슈만이 자신의 친구들을 표현한 소품들 역시, 실제로는 슈만 자신이 그 친구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면놀이인 것이다. 이처럼 〈사육제〉는 슈만 내부에 존재하는 다면적인 자아의 모습들을 반영함으로써 축제의 장에서 분열된 자아를 가감 없이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음악적 암호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고난이도의 해석과정을 요하는 작품이다. 슈만과 클라라 모두 이 작품이 일반 대중에게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슈만 생전에는 거의 연주되지 않았고, 1840년 리스트가 발췌곡만을 연주한 예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기교적 난이도와 해석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슈만의 가장 사랑받는 독주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모두 22개의 곡으로 구성되지만 이 중 20개의 소품에만 번호가 붙여져 있다. ‘스핑크스’와 ‘간주곡-파가니니’에는 번호가 붙어있지 않다.



1곡 프레암블룸(Préambule)


1곡 ‘프레암블룸(Préambule)’: A♭장조, 3/4박자, 콰지 마에스토소. 이 곡은 음악적 암호를 사용하지 않은 곡으로, 슈베르트의 선율을 기초로 한 것이다. 사실 〈사육제〉는, 슈만의 미완성 작품인 〈슈베르트의 ‘동경의 왈츠’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기초한 것이다. 그리하여 슈만은 ‘프레암블룸’의 24마디에서 이 변주곡의 선율을 사용했다. 교향곡의 서주를 연상시키는 장엄하고 화려한 화음진행으로 시작되어 점차 음악이 절정으로 향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프레스토로 빨라지면서 무도회의 시작을 알리듯 한껏 고조된 분위기로 곡이 마무리된다.



2곡 피에로(Pierrot)


2곡 ‘피에로(Pierrot)’: E♭장조, 2/4박자, 모데라토.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등장인물인 피에로를 묘사한 곡으로, A-E♭-C-B 모티브를 사용하였다. 피에로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배역으로, 풍자적이고 희극적인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그 풍자 속에서 삶의 회한을 담아내는 배역이다. 이러한 피에로의 이중적인 성격을 드러내듯, 슈만의 음악은 당김음 리듬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동시에, 애수어린 분위기로 피에로가 느끼는 내면의 슬픔을 표현하였다.



3곡 아를르캥(Arlequin)


3곡 ‘아를르캥(Arlequin)’: B♭장조, 3/4박자, 비보. ‘피에로’와 마찬가지로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등장인물인 아를르켕을 묘사하였다. 아를르켕은 삐에로에서 파생된 배역으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삐에로의 모습과 닮아 있다. 어리석고 탐욕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는 주로 곡예를 담당한다. 극중에서는 종종 콜롬비네에게 끊임없이 구애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곡에서는 기묘한 리듬이 아를르켕의 희극적 면모를 보여주며, ASCH의 암호가 이조되어 F-C-A-A♭ 모티브로 표현된다.



4곡 우아한 왈츠(Valse noble)


4곡 ‘우아한 왈츠(Valse noble)’: B♭장조, 3/4박자, 운 포코 마에스토조. 앞의 곡과는 대조적인 서정적이고 우아한 춤곡으로, A-E♭-B-C의 모티브를 사용하였다.



5곡 오이제비우스(Eusebius)


5곡 ‘오이제비우스(Eusebius)’: E♭장조, 2/4박자, 아다지오. 오이제비우스는 슈만의 필명 중 하나로, 슈만 자신의 섬세하고 내성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자아를 나타낸다. 이 곡은 2전위된 E♭화음(으뜸화음)을 맴돌다가 명확한 종지 없이 종결됨으로써 몽상가로서의 오이제비우스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6곡 플로레스탄(Florestan)


6곡 ‘플로레스탄(Florestan)’: g단조, 3/4박자, 파시오나토. 플로레스탄 역시 슈만의 필명 중 하나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베토벤의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열정적이고 격렬한 슈만의 성격을 표현할 때 사용한 필명이다. 음악 역시 A-E♭-C-B 모티브를 당김음을 활용한 활발한 리듬으로 반복함으로써 플로레스탄의 적극적인 면모를 표현한다. 또한 슈만 자신의 작품 〈나비〉 Op.2의 주제선율을 인용함으로써 이 곡이 슈만 자신을 표현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7곡 코케트(Coquette)


7곡 ‘코케트(Coquette)’: B♭장조, 3/4박자, 비보. 교태 어린 여성을 묘사한 이 곡은, 6곡 ‘플로레스탄’의 마지막 화음에서 시작하여 5번 ‘오이제비우스’의 마지막 음인 B♭음으로 종지함으로써 앞의 두 곡과의 연관성을 암시하였다.



8곡 응답(Réplique)

8곡 ‘응답(Réplique)’: B♭장조 - g단조, 2/4박자, 리스테소 템포. 전곡인 코케트에 대한 응답으로서 A♭-C-B 모티브를 사용한 차분한 곡이다. 실제로는 코케트를 축소 변형한 형태이며 마치 코케트의 코다와 같은 인상을 준다.



스핑크스(Sphinxes)


스핑크스(Sphinxes). 세 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마디가 이 작품에 사용된 세 개의 모티브 S-C-H-A(E♭-C-B-A), As-C-H(A♭-C-B), A-S-C-H(A-E♭-C-B)를 제시하고 있다. 조성이나 템포, 다이내믹 표시가 없으며 연주를 의도하지 않은 음악적 암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피아니스들이 연주시 이 부분은 생략한다.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 알프레도 코르토, 발터 기제킹은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연주하기도 했다.



9곡 나비(Papillons)


9곡 ‘나비(Papillons)’ : B♭장조, 2/4박자, 프레스티시모. 빠르고 독특한 리듬으로 나비를 묘사하고 있으며, 슈만의 전작 〈나비〉와는 음악적인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10곡 춤추는 글자(A.S.C.H. - S.C.H.A: Lettres Dansantes)


10곡 ‘춤추는 글자(A.S.C.H. - S.C.H.A: Lettres Dansantes)’: E♭장조, 프레스토. 작품 전체에서 주된 음악적 암호로 사용된 두 모티브를 사용한 악곡이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A-E♭-C-B로 이루어진 모티브와 A♭-C-B로 이루어진 모티브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A♭-C-B의 모티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11곡 키아리나(Chiarina)


11곡 ‘키아리나(Chiarina)’: c단조, 3/4박자, 파시오나토. 이 곡은 훗날 슈만의 아내가 되는 클라라 비크를 상징한다. 키아리나는 클라라의 이름을 이탈리아어로 발음한 것으로, 클라라의 내면에 숨겨진 열정적인 면모를 그려내고 있다. A♭-C-B 선율을 주제로 사용하고 있어 앞의 곡인 ‘춤추는 글자’와도 연관된다.



12곡 쇼팽(Chopin)


12곡 ‘쇼팽(Chopin)’: A♭장조, 6/4박자, 아지타토. 서정적이고 애수어린 선율 이면에 격렬한 감정을 내포한 곡으로 쇼팽의 낭만적이고도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하였다.



13곡 에스트렐라(Estrella)

13곡 ‘에스트렐라(Estrella)’: f단조, 3/4박자, 콘 아펫토. 슈만의 약혼녀 에르네스티네를 상징하는 곡으로, 열정과 동경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14곡 재회(Reconnaissance)


14곡 ‘재회(Reconnaissance)’: 2/4박자, A♭장조, 아니마토. 무도회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는 장면을 상징하는 곡으로, A-E♭-C-B가 아닌 A♭-C-B 선율을 중심으로 한다.



15곡 ‘판탈롱과 콜롬비네(Pantalon et Colombine)’: 2/4박자, f단조, 프레스토


15곡 ‘판탈롱과 콜롬비네(Pantalon et Colombine)’: 2/4박자, f단조, 프레스토.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연인으로 등장하는 판탈롱과 콜롬비네를 묘사한 곡이다. 판탈롱의 선율은 전곡 재회의 선율을 빠른 스타카토로 제시하고, 콜롬비네는 느린 레가토로 판탈롱의 구애로부터 도망친다. 곡이 진행될수록 콜롬비네의 선율이 판탈롱의 선율을 압도하면서 두 인물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보여준다.



16곡 발스 알르망드(Valse allemande)


16곡 ‘발스 알르망드(Valse allemande)’: A♭장조, 3/4박자, 몰토 비바체. 이 곡은 전곡의 판탈롱과 콜롬비네의 선율을 변형시키고 있다. 콜롬비네의 느린 레가토는 코케트를 연상시키는 당김음으로 변형되고 판탈롱의 빠른 스타카토는 왈츠리듬으로 변형된다.



간주곡: 파가니니(Intermezzo: Paganini)

간주곡: 파가니니(Intermezzo: Paganini): f단조, 2/4박자, 프레스토. 번호가 붙어있지 않은 이 곡은 전곡인 발스 알르망드 내에 삽입된 트리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발스 알르망드가 연주된 뒤 이 간주곡이 삽입되고 다시 발르 알르망드가 반복되는 것이다. 빠르고 격렬한 패시지로 카리스마 넘치는 비르투오조 파가니니를 묘사하고 있다.



17곡 고백(Aveu)


17곡 ‘고백(Aveu)’: f단조 - A♭장조, 2/4박자, 파시오나토. 수줍으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을 표현한 곡이다.



18곡 프롬나드(Promenade)


18곡 ‘프롬나드(Promenade)’: D♭장조, 3/4박자, 콘 모토. 온화하고 풍요로운 진행 속에서 넘치는 기쁨을 내밀하게 드러낸 곡이다.



19곡 ‘휴식(Pause)’: A♭장조, 3/4박자, 비보


19곡 ‘휴식(Pause)’: A♭장조, 3/4박자, 비보. 첫 곡인 프레암블룸을 반복하는 짧은 부분으로 휴지부 없이 바로 다음 곡으로 이어진다. 휴식이라기보다는 다음 곡에서 이어질 힘찬 행진을 위한 준비에 가깝다.



20곡 필리스틴에게 대항하는 ‘다비드 동맹’ 행진곡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20곡 ‘필리스틴에게 대항하는 ‘다비드 동맹’ 행진곡(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A♭장조, 3/4박자, 논 알레그로. ‘다비드 동맹’은 슈만이 진정한 예술가들의 모임이라고 가상적으로 설정한 동맹이다. 보수적이고 속물적인 필리스틴, 즉 예술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속물들에 맞서 진정한 예술로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슈만의 철학이 ‘다비드 동맹’이라는 가상의 존재로 집약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다비드 동맹 무곡〉 Op.6으로 발전된다. 이 마지막 곡에서는 앞서 제시된 선율들이 다시 제시되고 있으며, 〈나비〉 Op.2의 선율도 인용되어 있다. 또한 슈만이 자필로 ‘17세기의 주제’라고 기입한 ‘할아버지의 춤(Grossvater Tanz)’ 선율을 인용함으로써, 그가 살았던 억압적인 19세기보다 자유롭고 덜 억압적인 유토피아적 과거를 동경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 곡은 첫 곡인 프레암블룸의 행진곡 풍을 다시 가져와 소나타 형식의 재현부와 같은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슈만이 즐겨 사용한 이러한 순환적 구조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연관성을 통해 축제로부터 일상으로의 복귀를 암시하는 동시에, 끝나지 않는 축제를 암시하는 구조이기도 하다.(클래식 백과)


2017.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