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르 표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Igor Fyodorovich Stravinsky, 1882~1971)는 1882년 6월 17일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 근교에서 태어났다. 19세 때부터 림스키코르사코프로부터 작곡을 배웠다. 스트라빈스키는 25세 때인 1907년 제1 교향곡을 썼는데, 이 곡은 이듬해 1월에 초연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러시아 발레단이 그의 신작 '불새(Feu d’artifice, 1910)'를 포킨의 안무와 박스트, 고로빈의 무대 장치와 의상에 의해 1910년 6월 25일 파리에서 상연했을 때 파리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독창적이고 현란한 음악의 명성은 파리 뿐만 아니라 전 유럽과 이윽고 미 대륙에까지 전해졌다. '페트르슈카(Petrushka, 1911)'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가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 1913)'을 발표하자 음악계는 그를 음악 파괴자로 취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의 공적이 인정되어 전세계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으며, 러시아 발레단과 함께 불멸의 금자탑으로 우뚝 솟아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앙드레 졸리베, 올리비에 메시앙, 에릭 사티 등과 함께 원시주의 음악(Primitivism music, 原始主義音樂)의 대표적인 작곡가에 속한다. 원시주의 음악은 원시의 소박하고 야성적인 음악을 소재로 한 현대 음악의 한 흐름으로 후기 낭만파의 지나치게 세련되고 연약한 음악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났다. 원시적 생명력에 대한 동경으로 강렬하고 격렬한 리듬과 음색을 사용하여 야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913년 이탈리아의 음악가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 1885~1947)가 미래주의를 선언한 후 타자기, 재봉기, 발동기를 비롯한 모든 타악기를 써서 소음주의 음악을 작곡한 이래 야수파(野獸派)와 입체파(立體派) 회화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 원시주의 음악은 생명 본연의 힘찬 원기를 되찾아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법상으로는 선율이나 화성보다는 리듬을 중요시하여 일정한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하거나 홀수 박자 또는 폴리리듬(Polyrhythm) 등을 사용하고, 자극성이 심한 대담한 불협화음과 강렬한 색채 감각 등을 사용한다. 원시주의 음악에서는 타악기를 주로 많이 쓰는데, 넓은 의미에서 재즈와 극단주의 음악, 프리페어드 피아노에 의한 음악, 민속음악 등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의 제1부 '대지 예찬(L’Adoration de la terre)' 가운데 '젊은 남녀의 춤', '유혹의 희롱', '대지의 춤'과 제2부 '희생의 제(Le Sacrifice)' 중 '택함을 받은 자의 찬미', '신성한 춤'은 원시주의의 대표적인 음악으로 꼽힌다. 그의 '불새와 '페트루슈카'도 원시주의 음악이다. 헝가리의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의 '알레그로 바르바로(Allegro barbaro)'(1911)도 원시주의 음악으로 꼽을 수 있다.
<불새(L'oiseau de feu)>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가 1909년 겨울~1909년 5월에 완성한 기악곡이다. 초연은 1910년 6월 25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이뤄졌다.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음악 가운데 최초의 작품으로, 민족주의와 원시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1막 2장의 구성을 가진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 발레 '불새(L'oiseau de feu)'
Diana Vishneva
악기 편성은 피콜로 2, 플루트 3, 오보에 3,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3,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3, 콘트라바순,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심벌즈, 큰북, 탐탐, 트라이앵글, 탬버린, 실로폰, 벨, 첼레스타, 피아노, 하프3, 현5부로 되어 있다. 무대 위에도 트럼펫 3, 테너 튜바 2, 베이스 튜바 2가 편성되어 있다.
〈불새〉는 당시 러시아인들에게 친숙한 ‘불새의 전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란한 관현악법과 약동하는 리듬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1909년 겨울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작곡되었고, 그 해 6월 파리의 오페라 극장에서 피네르네의 지휘와 포킨의 안무로 첫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스트라빈스키가 이 곡 이전에 작곡한 몇 개의 작품들은 대부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지도를 받으며 만든 습작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 발레 '불새(L'oiseau de feu)'
The Royal Danish Ballet, Royal Danish Orchestra, conductor Poul Jorgensen
당시까지 스트라빈스키는 유명한 작곡가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 최고의 발레 단체인 발레 뤼스를 이끄는 안무가였던 디아길레프가 스트라빈스키에게 발레 뤼스를 위한 작품을 의뢰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된다. 사실 디아길레프는 처음에 이 곡을 리아도프에게 의뢰했으나 잘 진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계획된 공연 시기를 생각하면 다소 촉박한 상황에서, 지난해 페테르부르크에서 작품 〈꽃불〉 Op.4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신진작곡가’ 스트라빈스키에게 다시 위탁하게 된 것이었다. 스트라빈스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하였지만 당대의 대가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 '불새(L'oiseau de feu)'
Gergiev · Vienna Philarmonic · Salzburg Festival 2000
스트라빈스키는 안무가 포킨과 긴밀한 상의를 하며 곡을 완성시켜 나갔다. 한 부분이 완성될 때 마다 바로 극단으로 넘겨져 발레 뤼스의 안무와 연습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는 디아길레프 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무용수였던 니진스키도 참여하였다. 극의 무대장치 역시 그 분야의 당대 최고였던 고로빈이 맡았고, 불새 역을 맡은 카르사비나 또한 매우 주목받는 무용수였다. 작품에는 러시아의 유명한 민속 선율들이 많이 차용되어, 극의 내용이 되는 러시아 민속 설화와 함께 관객들이 느낄 친숙함을 보장해 주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열의와 더불어 수많은 대가들의 협력으로 인해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더불어 초연 당시 파리에 있었던 스트라빈스키 역시 작품의 성공과 함께, “내일 아침이면 당신은 스타가 되어있을 것이다”라는 디아길레프의 말처럼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 '불새(L'oiseau de feu)'
Sir Simon Rattle, London Symphony Orchestra
Barbican Centre on Sunday 24 September 2017
러시아의 유명한 전설을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이 시작되는 배경은 카스체이 성의 정원으로, 사냥을 나갔던 이반 왕자가 마왕 카스체이가 사는 성에 들어갔다가 그 정원에서 불새를 발견하게 된다. 왕자에게 붙잡힌 불새는 자신의 깃털을 하나 내어주고 풀려나고, 왕자는 이내 카스체이에게 붙잡히고 만다. 하지만 불새의 도움으로 이반 왕자는 카스체이를 죽이게 된다. 2장에서는 카스체이의 죽음과 동시에 그의 마법에 걸려 있던 성 전체가 모두 마법에서 풀려난다. 여기에는 많은 공주와 기사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공주가 이반 왕자와 결혼을 하는 장면으로 극은 끝을 맺는다.
관악기군에서도 음역에 따라 다양한 악기군이 사용되지만, 눈에 띄는 것은 타악기군의 구성이다. 마법, 전설의 새 등을 다루고 있는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는 중 · 고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는 음률타악기나 발현악기가 효과적이다. 그 예로 1장에서 카스체이의 마법에 걸린 정원을 묘사할 때는 첼레스타가 사용되고 또한 불새가 나타나는 부분에서는 하프 글리산도가 색채감을 더한다. 하프는 마법에 걸린 공주들이 춤을 추는 부분의 반주부에서도, 춤을 추다 잠든 괴물들에게 불새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부분의 반주부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카스체이가 이 자장가에 취해 있다가 스스로 깨어날 때, 그리고 이반 왕자가 카스체이의 생명이 담긴 알을 찾아 파괴하여 카스체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팀파니, 큰북, 탐탐, 심벌즈 등 관악기군의 사용과 함께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모음곡 '불새('L'Oiseau de feu' Suite)'
스트라빈스키는 이후 이 작품을 연주회용 모음곡으로 개작하였다. 발레판이 약 40분이 넘어가는 길이라면, 20~30분의 길이로 시간을 단축하고 편성을 다소 축소시킨 것이다. 모음곡은 세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1911년, 1919년, 1945년판이다. 1911년판은 발레판과 같은 편성을 가지고 있으나 무대 위에 세팅된 트럼펫과 테너튜바, 베이스튜바는 제외된다. 두 막의 곡들 중에서 다섯 곡이 발췌된 것인데, 길이는 20분이 조금 넘어 발레판의 절반 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상 이반 왕자가 카스체이 일당들에게 잡혀있는 것으로 끝나므로 그다지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모음곡 '불새('L'Oiseau de feu' Suite)'
Georges Prêtre, Orchestra Sinfonica Nazionale della Rai, Turin, 1994
모음곡 '불새('L'Oiseau de feu' Suite)'
Oleg Reshetkin, Orchestre Symphonique Royal du Maroc, Rabat(avril, 2012)
모음곡 '불새('L'Oiseau de feu' Suite)'
Myung-Whun Chung,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NHK Hall. October 5, 2013
1919년판은 악기 편성이 조금 축소된다. 두 대의 플루트(피콜로와 겸함), 두 대의 오보에(잉글리시 호른과 겸함)가 사용되며 클라리넷과 파곳, 트럼펫도 각각 두 대씩만 편성되었다. 연주회에서의 보급을 위해 2관 편성을 사용한 것이다. 1911년판과 같이 다섯 곡을 발췌한 것이지만, 유명한 부분인 불새의 자장가와 마지막 곡이 들어가 있어서 원곡의 내용을 보다 잘 함축한다. 1911년판보다 약간 짧은, 약 20분의 연주시간을 가지며 세 버전의 모음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1. Introduction(ehdlqqn)
London Symphony Orchestra · Leopold Stokowski, 2003
2. L'oiseau de feu et sa danse(불새의 춤)
Lorin Maazel,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2010
3. Variation de l'oiseau de feu(불새의 변주)
US Army Concert Band, 2011
4. Rondo(Khorovod, 공주들의 론도, 호로보드)
Neeme Järvi, London Symphony Orchestra, 1989
5. Danse infernale du roi Kachtcheï(마왕 카셰이 무리들의 지옥의 춤)
Christoph Eschenbach · Wiener Philharmoniker, Summer Night Concert 2017
6. Berceuse(자장가)
Christoph Eschenbach · Wiener Philharmoniker, Summer Night Concert 2017
7. Finale(피날레)
Christoph Eschenbach · Wiener Philharmoniker, Summer Night Concert 2017
1945년판은 1919년판과 악기편성이 거의 같다(잉글리시 호른이 생략되고 작은북이 추가됨). 그러나 1919년판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곡 사이에 다시 다른 곡을 집어넣었다. 편성도 크고 연주시간도 30분이 넘어가기 때문에 역시 잘 연주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버전의 모음곡 외에, 〈불새〉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인 서주, 스케르초(공주들이 황금의 열매와 노는 부분), 불새의 자장가를 사무엘 뒤시킨이 바이올린과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바 있다.(클래식 백과)
2017.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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