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에릭 사티(Erik Satie) - Embryons dessénchés(바싹 마른 태아)

林 山 2018. 4. 18. 09:26

<바싹 마른 태아(Embryons dessénchés)>는 제목부터 해괴한 피아노 소품집이다. 평생에 걸쳐 에릭 사티가 즐겨 취한 소품집의 포맷대로 전곡은 I. d'Holothurie, II. d'Edriophthalma, III. de Podophthalma 등 모두 세 악장으로 짜여 있다. 이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삼위일체설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다고 한다. 역시 해괴하게도 쇼팽 소나타 2번의 장송곡을 패러디한 2악장에 붙어 있는 부제 '에드리오프탈마'라는 말도 해삼의 어느 종류를 가리키는 학명이다.


에릭 사티(Erik Satie) - Embryons dessénchés(바싹 마른 태아)

Kawai, Tamae(piano, Bechstein EN), Arabesque Hall, December 2015.


에릭 사티(Erik Satie) - Embryons dessénchés(바싹 마른 태아)

Дина Писаренко – фортепиано, Киев, “Plivka”, 17. 05. 2016


에릭 사티(Erik Satie) - Embryons dessénchés(바싹 마른 태아)

Jean-Pierre Armengaud, piano


에릭 사티(Erik Satie) - Embryons dessénchés(바싹 마른 태아)

Kozo Kanatani(金谷幸三), guitar


당시에는 드뷔시도 그랬고 라벨도 그랬고 이전 시대 작곡가들의 악풍이나 악구에 대한 패러디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티의 정체성은 역시 음악적 코미디언 또는 퍼포먼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소수의 숭배자를 제외하면 사티는 주류 음악계의 조롱거리거나 짓궂어 보이는 어릿광대에 불과했지만, 존 케이지가 기린 대로 현대음악에 끼친 이후의 영향력으로 따져보면 드뷔시나 라벨을 훨씬 능가하니 이 또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음악적인 풍자와 독설의 코미디언이던 사티 역시도 풍자적인 조롱기와 해학성이 듬뿍 담겨 있는 패러디 곡들을 많이 남겼다.


 I. d'Holothurie

Jim Lile, voice. Stacey Barelos, piano



 I. d'Holothurie

Jean-Yves Thibaudet, piano. 2016


 II. d'Edriophthalma

Jim Lile, voice. Stacey Barelos, piano



 II. d'Edriophthalma

Daniel Varsano, piano. 2016


III. de Podophthalma

Jim Lile, voice. Stacey Barelos, piano



III. de Podophthalma

Jean-Yves Thibaudet, piano. 2003


<관료적인 소나티네(Sonantine Bureaucratique)> 역시 소나티네 앨범에 수록되어 우리 귀에도 친숙한 쿨라우의 곡을 패러디한 것이며 <역겨운 선멋쟁이를 위한 세 개의 점잖은 왈츠(Les Trois Valses distinguees de Precieux degoute)>는 모리스 라벨의 취향을 겨냥한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우스꽝스럽게 뒤틀려 있는 사티의 제목들은, <잎사귀 사이로 비끼는 종소리>라든가 <그리하여 달은 퇴락한 사원 너머로 진다> 또는 <달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피아노 소품의 부제를 붙일 때면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과시하는 듯한 드뷔시의 습성을 유머러스하게 비꼰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티는 요즘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한때 이단적 성향으로 대두된 바 있는 황신혜 밴드나 볼빨간 류의 코믹 자해공갈단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클래식, 원문 주소  http://to.goclassic.co.kr/chamber/8075)


2018.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