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적인 소나티네(Sonatine Bureaucratique)>는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가 1917년 고전주의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 무치오 클레멘티(Muzio Clementi, 1752~1832)의 <소나티네 Op.36, No.1>을 경쾌하고 재치있게 패러디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1917년에 출판되었다. 그가 1911년부터 작곡하기 시작한, 3부분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우스운’ 피아노 작품들을 종결짓는 작품이다.
에릭 사티(Erik Satie) - Sonatine bureaucratique(관료적인 소나티네)
Clara Del Ruste - the supervisor, Vesko Stambolov - the clerk. Piano: Emili Brugalla
당시의 낭만주의를 거부하고 경박의 미학을 신봉하던 일군의 작곡가들은 사티의 작품을 그들의 가장 좋은 모델로 삼았다. 사티는 솔직하고 냉정한, 그리고 재치 있고 현대적인 음악을 작곡하였기 때문이다. 무심한 듯 부리는 익살, 혹은 풍자적인 모방과 같은 사티 음악의 특징은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이 제목에서 사용된 ‘관료적인’이라는 수식 역시 매우 풍자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클레멘티의 ‘정석’스러운 선율을 뒤틀면서 사티는 근엄한 체 하는 관료제를 꼬집어 희화화 하였다. 특히 고전주의 시대의 동기 발전을 거짓으로 흉내 내는 것이 청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에릭 사티(Erik Satie) - Sonatine bureaucratique(관료적인 소나티네)
Annarita Santagada, piano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단순함과 협화를 존중하는 불협화의 사용은 신고전주의 작곡가로서의 사티를 보여준다. 이 곡은 사티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마디를 나누는 세로줄을 사용하여 작곡된 작품인데, 이 역시 고전주의에 대한 참조를 나타낸다. 이러한 패러디 및 풍자와 더불어, 의도적으로 무시되고자 하는 음악인 ‘가구 음악’의 추구로 사티는 다다이스트로 여겨지기도 한다.
에릭 사티(Erik Satie) - Sonatine bureaucratique(관료적인 소나티네)
Frank Glazer, piano
제목부터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 곳곳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이 곡이 패러디한 클레멘티의 소나티네 원곡은 고전주의 형식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1악장 알레그로(1 movimento: Allegro), 2악장 안단테(2 movimento: Andante), 3악장 비바체(3 movimento: Vivace)로 되어있다. 사티는 이 구성을 그대로 따르는 듯 하지만 마지막 악장의 이름을 ‘Vivache’로 표기하였다. ‘vache’는 불어로 소를 뜻하는데, 빠르고 경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지시하는 빠르기말과 반대로 소는 느릿느릿 여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언어유희가 발생한다.
1. Allegro
Jessica, piano
1. Allegro
Jean-Yves Thibaudet, piano
2. Andante
Jessica, piano
2. Andante
Cristina Ariagno, piano
3. Vivache
Piano Vlady Bystrov, Nadia Naumova. Saxophone and Piano James Rae
3. Vivache
Gerrit Zitterbart, piano
사티는 다소 내밀한 방법으로 또 다른 유머의 층위를 더했는데, 바로 스코어의 윗부분에 몇 가지 주석을 첨가한 것이다. 이것들은 관료주의 아래서 '승진을 꿈꾸는' 얄팍한 삶,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을 사랑하지만, 또한 그의 펜대, 커프스단추, 모자(관료제를 상징)를 사랑하는' 남자를 조롱하고 있다.(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