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부천의 진산 원미산(遠美山)을 찾아서

林 山 2020. 5. 9. 00:37

부천 딸네 집에 다니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원미산(遠美山)을 오르게 되었다. 코비드-19 사태로 집에서 거의 갇혀 지내다시피 한 초등학생 외손녀가 답답하다고 원미산을 가자고 청했다. 외손녀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라 흔쾌히 함께 가자고 했다.  


원미산은 상동 딸네 집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차를 원미동 부천시립원미도서관 주차장에 세워놓고 원미공원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주말인대다가 도시 한가운데 있는 산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현충탑


원미공원 맨 위에는 현충탑이 있었다. 등산로는 현충탑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었다. 현충탑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가 왼쪽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진달래동산


진달래동산에는 짓붉은 영산홍(映山紅, Satsuki Azalea)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サツキツツジ)을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원예품종 전체를 일컬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원미정


원미산은 해발 167m의 낮으막한 산이라 등산이랄 것도 없이 한달음에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원미정(遠美亭)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이 세워져 있었다. 원미정에 올라 바라보는 전망이 참 좋았다. 


원미산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과 춘의동, 소사동, 역곡동 사이에 있는 산이다. 원미산을 멀미산, 둔대산(屯垈山), 벼락산, 춘덕산(春德山), 원미산(遠美山)이라고도 한다. '멀'은 '꼭대기, 마루' 또는 '크다, 존엄하다, 신성하다'는 뜻을 지닌 '머리'에서, '미'는 산(山)의 우리말 '메, 뫼'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멀미'는 '매우 신성한 큰 산'을 뜻한다. 이름과는 달리 원미산은 신성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큰 산은 아니다. 


원미산은 조선 후기 이후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여진다.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이 산이 옥산면 조종리에 속하는 원미산(遠眉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부천사연구'에는 '옛날 부평부 관아의 동헌에서 이 산을 보면 정통으로 바라보이는데, 아침 해돋이 때의 산세는 그지없이 선연하고 아름다우며 저녁 노을에 반사된 그 푸르름은 단아하기가 비길 데 없었다. 더욱이 부천벌을 굽어 감싸는 듯한 정경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멀리서 바라본 산 풍경에 누구나 감탄하였다 한다. 이에 도호부사가 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부사가 그 즉시 산 이름을 원미산(遠美山)이라 하여 오늘날까지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라고 나와 있다. 


원미산 제1봉은 원미정이 세워져 있는 장대봉, 제2봉은  남쪽 소사동 방면에 솟아 있는 멀미봉이다. 제3봉은 장자봉이었지만, 서울 남부터미널로 통하는 춘의로를 뚫느라 산봉우리가 송두리째 잘려 나간 상태이다. 원미산 세 봉우리를 중심으로 뒤골, 고비골, 장자골, 봉골, 방골, 망골, 둔대골, 뱀골, 미골, 멱골 등의 골짜기들이 있다. 골짜기가 얕아서 물은 흐르지 않는다. 약수터 물도 거의 말라 버렸다. 병아리 오줌처럼 한 방울씩 떨어진다. 


원미산 남동쪽 전망


원미정에 오르면 남동쪽과 서쪽 전망이 가장 좋다. 남동쪽으로는 서울의 남산, 63빌딩, 과천의 관악산, 수원의 광교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한대학교를 품은 천왕산(144m) 뒤로 보이는 산이 관악산, 그 오른쪽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산은 광교산이다.   


원미산 서쪽 전망


원미정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쌍둥이 고층 빌딩이 눈에 확 들어온다. 부천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중동 리첸시아 아파트다. 리첸시아 오른쪽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산이 인천의 계양산이다. 리첸시아 왼쪽으로 보이는 펑퍼짐한 산은 성주산이다. 리첸시아와 성주산 사이로 보이는 산은 인천의 만수산이다. 부천종합운동장 건너편의 야산은 도당산이다. 도당산을 춘의선이라고도 한다.     

 

원미정에서


외손녀 덕분에 원미산을 알게 되었다. 외손녀와 손을 잡고 산길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외손녀에게 추억 한 가지를 만들어준 것 같아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원미산 같은 산이 도심에 있다는 것은 부천시민들에게 행운이다. 산을 내려와 춘의동 원미산 북동쪽 산기슭에 자리잡은 홍두깨칼국수집에서 바지락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2020.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