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세상을 거꾸로 살아보니

林 山 2004. 7. 3. 14:56
언제부터인가 나는 세상을 한 번 거꾸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출세, 명예를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이 세상은 무한경쟁의 살벌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나아가 개인의 욕망이 확대재생산된 결과 지구촌 곳곳에서 온갖 범죄와 환경파괴,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또 현대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그 특징으로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지구자원의 고갈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추세대로 나아간다면 장차 인류가 멸망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인류의 생존과 지구환경의 보존을 위해서는 인간의 가치관과 문명의 패러다임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버리고 거꾸로 사는 길만이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반드시 지구환경의 파괴를 담보로 한다. 따라서 지구라는 푸른 별은 인간만 떠나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는 별이다. 사실 지구는 인간이 하루속히 떠나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거꾸로 살기로 결심한 것은 나 나름대로 인류의 생존과 지구환경의 보존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우선 나는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돈버는 재주도 없지만, 돈을 잘 번다는 말도 듣고싶지 않다.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면 그 돈은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돈을 버는대로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수입의 10%는 문화사업이나 기부 등을 통해서 사회환원을 하려고 한다. 수입도 없는 사람이 주제넘은 말이지만.........

나는 출세도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노력할 때 나는 반대로 낮아지려고 한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만큼 굴러떨어질 일밖에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낮은 자리에 있으면 최소한 굴러떨어질 염려는 없다. 다만 나보다 못한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진자리든 마른자리든 그 자리에 설 용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자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때만 되면 출세에 눈먼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들 중에서 시민들의 추대를 받아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명예같은 것은 더더욱 바라지도 않는다. 명예라는 것은 내가 얻으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저 충실하게 살면 그만이다. 또한 늘 변치않는 행동하는 양심을 간직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바라면 바랄수록 망가지는 것이 명예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명예대신 나는 내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남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로 대도시로 몰려갈 때 나는 반대로 소도시로 시골로 산으로 간다. 사회적 다수가 머리를 기르면 나는 깎고, 반대로 수염을 깎으면 나는 기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양복을 입으면 나는 한복을 입는다. 요즈음에는 한복보다 편한 등산복을 줄곧 입고 다니지만......... 출세와 이익을 꾀하거나 지역감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보수정당을 선택하면 나는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사이비 지식인들이 사회적 강자의 편에 설 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다. 그래서 때로는 정신이 나갔다거나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 말에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거꾸로 살기로 이미 작정을 했으니까.

내가 머리를 밀고 수염을 기르는 것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이기도 하다. 머리를 기른 사람은 사회적 다수에 속하고, 머리를 민 사람은 사회적 소수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수염을 깎은 사람에 비해 수염을 기른 사람은 소수에 속한다. 한국과 같이 사회체제가 경직된 나라에서는 사회적 문화적 소외자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 매우 심하다. 그것을 직접 경험하려면 머리를 밀고 수염을 길러보도록 하라. 당장 집안에서부터 난리가 날 것이다. 왜! 나도 겪었으니까.

내가 나이 40이 넘어서 빡빡머리에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다시 대학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빡빡머리 학생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용기가 없어서 머리를 밀지 못하고 있던 학생들이 나를 보고는 용기를 얻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졸지에 빡빡머리의 선구자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요즈음 나는 세상을 거꾸로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나날이 신바람나는 삶이다. 욕심을 버리면 그만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니............ 인류와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