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창포 해수욕장 | |
ⓒ2003 임종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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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곳이다. 사리때가 되면 바로 저 앞에 보이는 섬까지 바다밑이 드러나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백사장에는 겨울철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데이트를 하는 청춘남녀 한쌍만이 백사장을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무창포를 떠나서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춘장대 해수욕장은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그냥 지나쳐 가기로 한다. 꽤 큰 규모의 방조제를 지나서 장항시내로 들어선다. 장항은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충남과 전북의 경계가 되는 금강 하구언이 나타난다. 금강 하구언을 지나면 바로 군산이다.
금강 하구언을 건너자 바닷가에 넓은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공원너머로 회색빛 바다가 눈앞에 다가온다. 해안도로가 널찍하니 잘 닦여 있다. 군산은 70년대 말 80년대 초 군시절 낙하산 강하훈련을 하느라고 두어 번 와본 적이 있다. 1980년 봄에 트럭을 타고 전주 군산간 도로를 달리는데 길가에 활짝 핀 벚꽃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벚나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구 시청 4거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팬클럽인 '권영길과 우리가 함께 하는 세상'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대욱씨를 만났다. 얼굴도 아주 잘 생기고 마음도 넓어 보이는 청년이다. 바닷가를 따라서 가는 여행에서 이처럼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이다.
마침 점심때라 신대욱씨의 안내를 받아서 군산시 영화동 '경산옥'이라는 식당으로 갔다. 이 집에서 가장 잘한다는 복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 집 주방장이 신대욱씨와 '깨복쟁이친구'(불알친구라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홍어찜을 비롯해서 밑반찬으로 여러가지 생선요리가 나오는데 음식이 아주 정갈하고 맛있다. 복매운탕도 아주 얼큰하고 시원하다. 술꾼들의 속풀이에는 복매운탕을 따라갈 것이 없다.
잠시후 신대욱씨의 선배인 전희남씨도 만났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하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한다. 소주를 한 병 시켜서 오늘의 만남을 축하하기로 한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하기에 한 잔만 마셨다. 그토록 좋아하는 술을 눈앞에 두고도 마시지 못하는 심정은 주당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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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 왼쪽부터 신대욱씨,필자,장백 화백 | |
ⓒ2003 임종헌 | |
점심을 먹고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을 둘러 보기로 한다. 군산공단을 지나자 바로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이 나타난다. 새만금 방조제는 여기서부터 부안 변산반도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언뜻 그 규모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방조제는 이중으로 건설되고 있었다. 먼 바다 안쪽으로 방조제를 하나 더 만들고 있다. 안쪽 방조제로 들어가는데 군인들이 검문을 한다. 방조제 한가운데 서서 새만금 갯벌을 바라다본다.
세계 4대 갯벌중의 하나라는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는 현장을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아파옴을 느낀다.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새만금 갯벌인지라 마음속에 새록새록 새긴다. 새만금 갯벌살리기 운동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지역주민들조차 갯벌을 메우는데 찬성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멘트회사나 철강회사, 건설회사는 물론 방조제 건설과 관련된 업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새만금 갯벌살리기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갯벌을 메워서 얻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갯벌을 메우려고 하는 정부의 처사를 아무리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 자연은 후손들에게 고이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요 부채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새만금 방조제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국민참여정부'라는 이 정권에서도 새만금 갯벌의 보존은 기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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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 왼쪽부터 전희남씨,신대욱씨,필자. | |
ⓒ2003 임종헌 | |
새만금 갯벌을 보고나서 다시 군산시내로 들어와 전희남씨의 안내로 월명산 자락에 있는 '모산방'이라는 전통찻집에 들렀다. 군산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가 깊다는 '은적사'라는 절이 바로 위에 있다. 이 집 바깥주인이 그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바깥주인은 어디 가고 안주인이 손님을 맞는다. 황토로 지은 집에 전통적인 실내장식을 한 찻집이다. 분위기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안주인이 내온 따뜻한 매실차의 향이 상큼하다.
저녁때는 익산시 '남성회관'에서 열린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강연회에 참석하였다. 강연주제는 '민주노동당의 희망찬 미래'였다. 그는 여러가지 난관들을 잘 극복하면 201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충분히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요지의 강연을 하였다.
강연회가 끝나고 노회찬 사무총장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북도의원인 김민아 의원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강연회는 원래 예정에는 없었으나 신대욱씨와 전희남씨의 권유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강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함께 '우각시 돈각시'라는 식당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식당이름이 참 재미있다. '우'는 소를, '돈'은 돼지를 뜻하는 말일 게다.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도 한 잔 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연하게 고향후배를 만났다. 타향에서는 고향까마귀를 봐도 반갑다고 했는데... 식당의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집에 갈 사람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뮤직시티'라는 생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주는 맥주집인데 홀이 제법 널찍하다.
밤 12시 경 익산을 떠나 군산으로 돌아왔다. 나는 술을 좀 많이 마신지라 신대욱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보름을 하루 앞둔 둥그런 달이 하늘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군산으로 돌아와 신대욱씨가 잡아준 '프리마'모텔에 들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나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잠자리에 들자마자 잠이 들어 버린다.
2003.2.14. 군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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