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복자기 '약속'

2022년 6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갈 무렵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울타리 근처에서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는 복자기를 만났다. 복자기는 언뜻 봐서는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이 복장나무와 아주 비슷하다. 두 나무는 '복'자가 들어가 있는 이름부터 닮았다. 복자기와 복장나무는 이름 유래도 거의 같다. 옛날 점쟁이들은 삼지창(三枝槍)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서 붉게 물드는 복자기 또는 복장나무의 가지를 들고 귀신을 쫓거나 점을 쳤다. 점쟁이를 복자(卜者), 점치는 일을 복정(卜定)이라고 한다. 복자-복자기, 복정-복정나무-복장나무로 음운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자기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트리플로룸 코마로프(Acer triflorum Kom.)이다...

야생화이야기 2022.10.24

고로쇠나무 '영원한 행복'

2022년 6월 중순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초입에서 단풍나무인 듯 아닌 듯 단풍나무 같은 나무를 만났다. 고로쇠나무였다. 잎을 보면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 식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겨울이 채 물러가지도 않은 이른봄 산행을 할 때 종종 링거 바늘을 꼽고 있는 환자들처럼 수액 봉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고로쇠나무를 볼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의 인기가 높아지자 요즘에는 여러 그루의 고로쇠나무에 꽂은 링거줄 같은 관을 연결하여 산 아래에서 수액을 모으는 기업형 농가도 있다. 고로쇠 수액은 지리산이나 조계산, 백운산에서 많이 난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1~2개의 구멍을 뚫어 적당량의 수액을 채취하면 나무의 생장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 나무껍질을 뚫어서 상처가 난 부위는 여름이 되..

야생화이야기 2022.10.22

개오동 '고상'

2022년 6월 중순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울타리를 따라 난 길가에는 개오동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식물 이름 앞에 '개'자가 붙으면 원종보다 못하거나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는 가짜라는 뜻이다. 오동나무는 아니지만 오동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여 개오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개오동 또는 개오동나무는 통화식물목 능소화과 개오동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오동나무는 현삼과이다. 학명은 카탈파 오바타 조지 돈(Catalpa ovata G.Don)이다. 속명 '카탈파(Catalpa)'는 북미 남과 북 캐롤라이나 주에 거주하던 인디언 머스코지족(Muscogee people)이 쓰는 크리크어(Creek) '카탈파(katalpa)'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katalpa'는 'head-wi..

야생화이야기 2022.10.20

새모래덩굴 '웃는 아이의 모자'

2022년 6월 중순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수목원 울타리를 따라 걷다가 새모래덩굴을 만났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는 새모래덩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에는 무슨 까닭인지 시골에서도 새모래덩굴을 만나기 어렵다. 새모래덩굴은 열매가 새머루를 닮은 덩굴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새머루->새모래'로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새'는 기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를 때 붙이는 접두어다. '새머루'는 머루를 닮았지만 머루보다는 못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새모래덩굴은 미나리아재비목 방기과 새모래덩굴속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메니스페르뭄 다우리쿰 드 캉돌(Menispermum dauricum DC.)이다. 속명 '메니스페르뭄(Menispe..

야생화이야기 2022.10.19

가는범꼬리 '키다리'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이제 막 꽃이 피어나고 있는 가는범꼬리를 만났다. 가는범꼬리는 무성한 풀섶 사이에서 가녀린 모습으로 꽃이삭(花穗)을 내밀고 있었다. 가는범꼬리는 꽃차례(花序)가 범(호랑이)의 꼬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는범꼬리는 꽃차례가 범꼬리보다 가늘고, 잎도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으로 좁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는범꼬리는 마디풀목 마디풀과 범꼬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비스토르타 알로페쿠로이데스 (투르크자니노. 엑스 베서) 코마로프[Bistorta alopecuroides (Turcz. ex Besser) Kom]이다. 속명 '비스토르타(Bistorta)'는 '두 번'의 뜻을 가진 라틴어 '비스(bis)'와 '꼬이다, 비틀리다'라는..

야생화이야기 2022.10.17

산장대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길가 풀섶에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 있는 산장대를 만났다. '장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가늘고 나약한 모습이었다. 산장대는 '산+장대(나물)'로 분석할 수 있다. '장대'는 가지가 없이 줄기가 똑바로 자라는 모습이 장대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산장대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장대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라비스 제미페라 (마쓰무라) 마키노[Arabis gemmifera (Matsum.) Makino]이다. 속명 '아라비스(Arabis)'는 아라비아 지역을 뜻하는 이름이다. 종소명 '제미페라(gemmifera)'는 '살눈이 달리는', 곧 '줄기가 옆으로 누워 땅에 닿으면 엽액에서 새싹이 돋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 명명자 '마쓰무라(..

야생화이야기 2022.10.15

촛대승마 '여인의 독설'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촛대승마를 만났다. 촛대승마는 꽃이 피어야 그 이름의 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촛대승마는 꽃차례가 흰색의 둥근 원통 모양으로 촛대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승마(升麻)는 양기(陽氣)를 상승(上升)시키는 삼 잎을 닮은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어떤 문헌에는 촛대승마의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촛대승마의 전초(全草)에는 독성(毒性)이 있어 먹으면 구토, 설사를 하고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독성이 아주 준열(峻烈)하지는 않다. 촛대승마의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려면 데쳐서 물에 담가 독성을 충분히 우려내야 한다. 촛대승마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승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야생화이야기 2022.10.13

왜우산풀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인 만항재에서 함백산에 이르는 능선 기슭에는 지리강활과 함께 왜우산풀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지리강활과 왜우산풀은 서식 환경이 거의 같다. 지리강활이 있는 곳에는 대개 왜우산풀도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왜우산풀은 산형화목 산형과 누룩치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플레우로스페르뭄 캄차티쿰 호프만(Pleurospermum camtschaticum Hoffm.)이다. 속명 '플레우로스페르뭄(Pleurospermum)'은 '갈비뼈(肋)'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레우라(pleura)'와 '종자(種子)'라는 뜻을 가진 '스페르마(sperma)'의 합성어다. 분과(分果)의 배면(背面)에 ..

야생화이야기 2022.10.13

선괴불주머니 '보물주머니'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에 오르다가 노란색의 작고 앙증맞게 피어난 선괴불주머니 꽃을 보았다. 3개월 정도 지나서 9월 중순 광주 남한산에 올랐을 때도 선괴불주머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선괴불주머니와 비슷한 괴불주머니에 산괴불주머니가 있다. 두 식물은 잎 모양과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산괴불주머니의 잎은 2회 깃꼴로 갈라지고, 열편은 달걀 모양으로 다시 깃꼴로 갈라지며, 최종 열편은 선상 긴 타원형이다. 선괴불주머니의 잎은 2~3회에 걸쳐 소엽이 3개씩 달리는 3출엽이다. 선괴불주머니의 잎이 금낭화나 땅콩의 잎과 비슷하다는 사람도 있다. 산괴불주머니는 4~6월, 선괴불주머니는 7~9월에 꽃이 핀다. 그런데, 함백산에는 6월에 피는 선괴불주머니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괴불 또는 괴..

야생화이야기 2022.10.11

매발톱나무 '승리의 맹세'

매발톱나무 꽃을 처음 본 것은 2015년 6월 초 백두대간 설악산 서북능선에 올랐을 때였다. 서북능선에는 때마침 노란색의 작고 앙증맞은 매발톱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매발톱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려면 줄기의 탁엽(托葉, stipule, 턱잎) 부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잎자루 밑에는 턱잎이 변해서 생긴 매의 발톱을 닮은 가시가 나 있어 매발톱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발톱나무는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매자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베르베리스 아무렌시스 루프레흐트(Berberis amurensis Rupr.)이다. 속명 베르베리스(Berberis)'는 '열매'를 뜻하는 아랍어 '베르베리스(berbery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잎 모양이 조개껍질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를 뜻하..

야생화이야기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