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은분취 '순진, 가련'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7, 8부 능선에서 바위틈에 무리지어 자라난 은분취를 만났다. 은분취는 잎 뒷면과 꽃에 샘털이 빽빽하게 나서 마치 은분(銀粉)을 바른 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잎 표면도 은가루를 뿌린 것처럼 은회색을 띠고 있다. 은분취는 초롱꽃목 국화과 취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우수레아 그라실리스 막시모비치(Saussurea gracilis Maxim.)이다. 속명 '사우수레아(Saussurea)'는 스위스의 지질학자이자 기상학자, 물리학자, 등산가, 알프스 탐험가 호레이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 1740~1799)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760년 그는 스위스의 저명한 해부학자이자..

야생화이야기 2022.10.06

싸리냉이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 정상 부근 돌계단길을 오르다가 바위 틈바구니에서 싸리냉이를 만났다. 꽃은 이미 지고 가늘고 긴 열매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싸리냉이는 그 이름의 유래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싸리'는 황새냉이에 비해 잎이 싸리비처럼 잘게 갈라지기 때문에 붙은 접두어라는 설이 있다. '냉이'는 '남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싸리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황새냉이속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르다미네 임파티엔스 린네(Cardamine impatiens L.)이다. 속명 '카르다미네(Cardamine)'는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의 기재명으로 유채 종류의 채소(cress)를 지칭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페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야생화이야기 2022.10.04

까치고들빼기 '순박함'

2013년 강원도 삼척 청옥산 중봉계곡을 오르다가 노란색 꽃이 핀 까치고들빼기를 만났다. 까치고들빼기의 유래는 무엇일까? '한국 식물이름의 유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조민제에 따르면 "까치고들빼기라는 이름은 1937년 조선인 식물연구가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고들빼기라는 전통적 명칭을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새 '까치'가 합쳐진 말인데, 아마도 위와 같이 열매가 맺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했다. 까치고들빼기는 열매를 봐야지만 비로소 그 이름의 유래를 이해할 수 있다. 까치고들빼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어린순을 식용한다. 까치고들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고들빼기속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크레피디아스트룸 켈리도니폴륨 (마키..

야생화이야기 2022.10.01

쥐다래 '깊은 사랑'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정상 부근에서 쥐다래 꽃을 만났다. 쥐다래는 고산성 식물이어서 함백산처럼 높은 산에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쥐다래와 개다래는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꽃봉오리를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봉오리 외피가 흰색이면 개다래, 갈색이면 쥐다래이다. 쥐다래는 물레나물목 다래나무과 다래나무속의 낙엽 활엽 덩굴성 식물이다. 다래속 식물은 동부 아시아와 인도에 약 25종, 한강토(조선반도)에 4종이 분포한다. 쥐다래의 학명은 악티니디아 콜로믹타 (막시모비치 앤 루프레흐트) 막시모비치[Actinidia kolomikta (Maxim. & Rupr.) Maxim.]이다. 속명 '악티니디아(Actinidia)'는 '방사상(放射狀)'을 뜻하는 그리스어 ..

야생화이야기 2022.09.29

지리강활(智異羌活) '허무한 사랑'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지리강활 군락지를 만났다. 지리강활(智異羌活)은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강활(羌活)을 닮은 식물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리강활을 개당귀라고도 한다. 당귀(當歸)는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가운데 보혈약(補血藥)으로 분류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그런데, 지리강활은 당귀와 닮았지만 독성이 있어 한약재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개당귀라는 이명이 붙었다. 지리강활(智異羌活)은 미나리목 미나리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안젤리카 아무렌시스 시슈킨(Angelica amurensis Schischk.)이다. 국가생물존지식정보시스템에는 학명만 기재되어 있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Angelica amuren..

야생화이야기 2022.09.28

과남풀 '당신의 슬픔을 함께 합니다'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으로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과남풀을 만났다. 아쉽게도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다. 과남풀이라는 이름은 어딘지 모르게 좀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과남풀은 용담(龍膽)과 비슷하다. 같은 용담속 식물이기 때문이다. 과남풀은 용담목 용담과 용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겐티아나 트리플로라 바. 자포니카 (쿠즈네초프) 히로시 하라[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Kusn.) H. Hara]이다. 과남풀을 칼잎용담 또는 금강산용담(​金剛山龍膽), 초용담(草龍膽), 능유라고도 한다. 과남풀은 용담(龍膽)의 옛 이름 관음풀(觀音草)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관음풀이 과늠풀->과남풀로 음운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속명 '겐티아나(Gentiana)'는 용담..

야생화이야기 2022.09.23

청시닥나무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청시닥나무를 만났다. 바로 근처에는 마침 시닥나무도 있어서 두 종의 나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시닥나무와 청시닥나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잎이 약간 다르다. 잎의 결각 중 중앙맥 끝까지 톱니가 있으면 시닥나무, 없으면 청시닥나무다. 잎자루(엽병)도 다르다. 잎자루 전체가 붉은색이면 시닥나무, 잎자루 위는 연한 붉은색이면서 아래가 녹색이면 청시닥나무다. 청시닥나무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바르비네르베 막시모비치(Acer barbinerve Maxim.)이다. 속명 '아케르(Acer)'는 ‘날카로운(sharp)’의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왔다. 로마 병정들이 단단한 단풍..

야생화이야기 2022.09.23

시닥나무 '예절과 덕성'

2022년 6월 중순경 정선 함백산을 시닥나무를 처음 만났다. 전에 산행을 하면서 이 나무를 많이 만났겠지만,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시닥나무라는 이름이 좀 특이해서 그 유래를 찾아보니 뚜렷하게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에 '시닥나무라는 이름은 단풍나무를 일컫는 '싣'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자생지인 평안북도 방언을 채록한 것이다. 단풍나무의 옛말은 '싣'인데 시닥은 이와 어형이 비숫한 점에 비추어 '싣'에서 파생된 방언형으로 추론된다.'고 나와 있다. 시닥나무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코마로비 포자르코바(Acer komarovii Pojark.)이다. 속명 '아케르(Acer)'는 ‘날카로운(sharp)’의 뜻을 가진 라틴어에..

야생화이야기 2022.09.22

복장나무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복장나무를 만났다. 복장나무는 새순이 나올 때 붉으스름한 빛을 띤다. 복장나무는 특히 가을에 선홍색으로 곱게 물드는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복장나무 단풍은 전북 정읍의 내장산이 유명하다. 복장나무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만주리쿰 막시모비치(Acer mandshuricum Maxim.)이다. '나무위키'에서는 복장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점치는 일을 뜻하는 복정(卜定)과 점쟁이를 뜻하는 복자(卜者)와 관련이 있어 지어진 나무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무위키'의 설이 맞다면 처음에는 '복정나무' 또는 '복자나무'로 불리다가 음운변화가 일어나 '복장나무'로 정착됐을 것으로 보인다. 잎..

야생화이야기 2022.09.22

여우오줌 '기분'

2015년 8월 중순 정선의 백두대간 함백산으로 오르다가 여우오줌을 만났다. 누런색으로 피어난 여우오줌 꽃은 마치 곰방대에 누런 담배를 꼭꼭 눌러 담은 것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여우오줌은 꽃에서 여우의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여우 오줌 냄새를 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확인할 도리는 없다. 여우오줌은 초롱꽃목 국화과 담배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에서 여우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우오줌은 담배풀속 식물 가운데 식물체가 크고, 꽃과 총포도 가장 크기 때문에 왕담배풀이라고도 한다. 잎도 담배풀보다 2배 정도 길다. 이명에는 가피초, 천만청(天蔓菁), 산황연(山黃烟), 산향일규(山向日葵) 등이 있다. 본초명은 학슬(鶴虱), 대화금알..

야생화이야기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