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4

참나리 ‘순결, 깨끗한 마음’

남부 지방에서는 6월 말, 중부 지방에서는 7월 초부터 참나리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참나리는 '나리 중 가장 아름다운 나리', '진짜 나리', '으뜸 나리'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부터 참나리는 비늘줄기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했기에 지금은 어느 집에나 한두 포기는 있을 정도로 낯익은 식물이다. 각종 문헌에는 참나리가 산과 들에서 자란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참나리를 야생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참나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어여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고을 원(員)의 망나니 아들이 이 처녀를 겁탈하려고 했다. 이에 처녀는 망나니를 완강히 거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순결을 지켰다. 잘못을 깊이 뉘우친 원의 아들은 처녀를 양지 바..

야생화이야기 2021.12.23

솔나리

7월 19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을 오르기로 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서북능선 기슭에 자리잡은 보덕암(寶德庵)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을 시작했다. 보덕암에 들러 대웅전 앞 샘물로 목을 축이고 보덕굴(普德窟)을 찾았다. 보덕굴에는 3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중 아이의 출산과 생명을 보살핀다는 백의관음(白衣觀音)이 봉안되어 있었다. 보덕굴 근처에는 세계적인 희귀종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모감주나무에는 황금색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보덕암에서 가파른 월악산 서북능선을 타고 하봉(下峯)에 올랐다. 하봉에 서서 바람에 휘날리는 운무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충주호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하봉에서 영봉에 이르는 능선에는 때마침 활짝 피어난 솔나리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야생화이야기 2020.08.14

하늘말나리

7월 12일 일요일 충주의 진산(鎭山) 계명산(鷄鳴山, 775m)과 금봉산 (金鳳山, 636m)을 연속 종주하기로 했다. 연수동 두진아파트 뒤편에서 출발하여 연수정-막은대미재-뒷목골산-작은민재-약수터-웃돌고개를 거쳐 계명산 정상에 올랐다. 마즈막재를 향해 내려가다가 정상부 능선 부근에서 활짝 핀 하늘말나리를 만났다. 계명산에 하늘말나리가 자라리라곤 예전에 미처 몰랐다. 짙은 노란색 바탕에 작은 자주색 반점이 박힌 예쁘고 귀여운 하늘말나리 꽃을 만나니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속세를 떠나 산속 저만치 고고하게 피어 있는 들꽃 산꽃과 만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가녀린 줄기 끝에서 하늘을 향해 꼿꼿이 피어난 하늘말나리는 일편단심 민들레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꽃말도 '순진', '순결..

야생화이야기 2020.08.10

털중나리 '순결, 진심, 존엄'

6월 15일 아버지가 향년 86세를 일기로 하늘나라 여행을 떠나셨다. 17일 아버지를 어머니 곁에 모셔 드리던 날, 무덤가에는 털중나리꽃이 저만치 피어 있었다. 털중나리도 천붕(天崩)을 당한 내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예쁜 털중나리가 그 자리에 피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동무가 되어 주리라. 그렇게 믿으면서 산을 내려갔다. 털중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릴리움 아마빌레 팔리빈(Lilium amabile Palib.)이다. 속명 '릴리움(Lilium)'은 '나리(lily)'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레이리온(leírion)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아마빌레(amabile)'는 '부드러운, 귀여운, 사랑스런 스타일(tender, lovin..

야생화이야기 20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