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어릴 적 고향 친구 정선이와 충주호를 돌아보다

林 山 2011. 3. 1. 15:02

2010년 추석 다음날인 9월 23일. 제주도에서 올라온 어릴적 친구 정선이와 충주호를 돌아보기로 했다. 지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충주호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올랐다.

 

지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충주호 선착장

 

유람선에서 정선이와 함께(왼쪽이 필자)

 

계명산 자락에 자리잡은 종민동

 

월악산

 

충주호를 병풍처럼 둘러싼 계명산과 지등산엔 가을빛이 물씬 돌고..... 사람들을 가득 태운 유람선은 충주호의 푸르른 물살을 가르며 달린다. 지등산과 계명산을 벗어나면 저 앞에 우뚝 솟아 충주호를 굽어보는 월악산이 소리없이 다가온다. 영봉은 중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 있다.

 

월악산을 마지막으로 유람선은 뱃머리를 돌린다. 단양의 장회나루나 단성나루까지는 갔다가 와야 충주호반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볼 수가 있는데 아쉽다. 

  

충주호

 

충주호와 청풍대교

 

충주호 선착장으로 되돌아와 유람선에서 내렸다. 충주호 일주를 위해 승용차에 오른다.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에서 제천시 청풍면과 금성면으로 이어지는 충주호반길을 달린다. 동량면에서 청풍면까지는 비포장도로라서 차가 덜컹거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충주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충주호반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청풍대교 인근의 충주호에는 다도해와 같은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호수 위에는 손바닥만한 섬이 앙증맞게 떠 있다.    

 

박정선

 

박정선과 함께

 

전망이 뛰어난 곳에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충주호와 주변 경치를 바라본다.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고향을 떠나 여러 지방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제주도 서귀포에 자리잡고 감귤농사를 짓는 정선이..... 정선이는 지금 폐암과 폐암에서 척추로 전이된 암과 투병중이다. 내가 처방해준 한약 항암제 신효항암단이 그야말로 신효를 발휘해서 친구의 암이 완전하게 치료되기를 바란다. 약사부처님이시여, 친구에게 자비로운 가호를 내려주시기 바라나이다!   

 

청풍대교

 

무암계곡

 

저 멀리 청풍대교 밑으로 유람선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충주호 건너 바로 앞에는 무암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암계곡에서 저 뒤 단양으로 넘어가는 재가 새목재다. 새목재 왼쪽에는 작성산(鵲城山, 771m), 오른쪽에는 동산(東山, 896m)이 솟아 있다.

 

무암계곡에는 유서깊은 무암사(霧巖寺)가 있다. 무암사라는 절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무암사 서남쪽 1㎞ 지점에는 늙은 중을 뜻하는 노장암(老丈巖)이 있는데, 풍수설에 따르면 절 입구에 중모양의 바위가 있으면 그 절의 사맥(寺脈)이 끊기지 않을 뿐 아니라 식량이 넉넉하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바위는 안개가 끼었을 때만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절 이름을 안개바위, 즉 무암사라 지었다는 것이다.

 

무암사에서 계곡을 따라 200m 정도 올라가면 수월당(水月堂) 부도와 우부도(牛浮屠)가 있다. 우부도는 이 절의 창건 당시 재목과 기와 등을 운반하였던 소가 죽은 뒤 화장하였더니 오색 영롱한 사리가 나와서 조성하였다는 190㎝ 높이의 사리탑이다. 그래서 우부도 주변을 소부도골이라고도 부른다.

 

금수산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 금수산(錦繡山, 1016m) 들머리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쉬어가기로 했다. 길가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금수산은 약 5백년 전까지만 해도 그 이름이 백암산(白巖山)이었다. 그후 단양군수로 부임한 이황(李滉)이 백암산의 경치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금수산으로 개칭하였다. 예로부터 이 산에는 약초가 많았다. 특히 비상풀이라는 독초는 유명하다.

 

옥순봉과 구담봉

 

옥순대교

 

옥순대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은산(562m) 기슭에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가은산은 금수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중계탑이 서 있는 802m봉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져 뻗어 내린 지능선에 솟아 있는 산이다.

 

전망대에서는 충주호 바로 건너편의 옥순봉(玉荀峯, 283m), 구담봉(龜潭峯, 338m)과 옥순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묘한 봉우리들이 마치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솟아 있는 옥순봉..... 깎아지른 듯이 장엄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가 마치 거북처럼 생긴 구담봉..... 그 뒤로 솟아 있는 제비봉(721m)..... 그야말로 한폭의 진경산수화다!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충주호에는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다.   

 

말목산

 

옥순봉

 

이제는 충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옥순대교를 건너다가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저녁노을이 내려앉은 옥순봉을 바라본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은 말목산(馬項山, 720m), 왼쪽의 바위 봉우리는 가은산의 남쪽 지맥인 둥지봉(430m), 오른쪽의 기암절벽이 옥순봉이다.  

 

말목산은 산의 형세가 말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말목산의 남쪽에 있는 강선대에는 단양군수 이황을 사랑한 관기(官妓) 두향(杜香)의 묘가 있다. 제비봉 자락 두항리에서 태어나 시와 문장, 가야금에 능했고, 매화를 좋아했던 18세의 두향은 48세의 이황을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9개월 뒤 이황이 풍기군수로 옮겨가자 이들의 짧은 사랑도 끝나고 말았다. 이별을 앞두고 두향이 말없이 붓을 들어 쓴 애절한 시 한 수.......

 

이별이 하도 설어워 잔 들고 슬피 울 때 

어느덧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황과 이별한 뒤 두향은 남한강변에 움막을 짓고 평생 님을 그리다가 죽으면 강선대에 묻어달라는 애절한 유서를 남기고 남한강 푸른 물에 몸을 던져 이승을 하직했다. 두향의 일편단심이 꽃으로 피어났음인가! 해마다 봄이 되면 강선대는 진달래꽃으로 짓붉게 물든다고 한다.


충주호에 내 그림자를 두고 충주로 돌아오다.

 

2010년 9월 23일의 일을 2011년 2월 24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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