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설악산 대승폭포

林 山 2012. 7. 17. 16:48

밤새도록 폭우가 쏟아진 이튿날..... 문득 설악산의 대승폭포(大勝瀑布)가 보고 싶어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무작정 설악산으로 향했다. 폭포가 있는 장수대계곡에 도착해서도 가랑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한계리

 

남설악의 장수대와 대승폭포 중간 지점에는 조망이 좋은 전망대가 있다. 비 온 뒤의 한계리..... 한계리 가리능선의 산기슭에는 운무(雲霧)가 피어 오른다. 

 

한계령

 

가리능선

 

한계령은 운무속에 숨어 버리고..... 방금 지나온 전망대가 바위 절벽 위에 위태롭게 걸려 있다. 한계 건너편 가리능선의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도 구름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언젠가 한국의 마터호른이라는 가리능선을 걸어 보리라.

 

대승폭포

 

드디어 장쾌하게 쏟아지는 대승폭포와 만났다. 88m의 높이에서 거침없이 떨어져 내리는 대승폭포는 그야말로 남한 제일의 장관이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오줌줄기처럼 흘러 내리는 실폭포였는데..... 

 

폭포수가 바위 절벽에 부딪쳐 물보라가 되어 은빛으로 반짝이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가을 하늘의 은하수 같다.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인 양사언(楊士彦)도 이 장관을 보았으리라. 대승폭포의 장엄한 선경에 감탄한 양사언은 폭포 맞은편 암반에 ‘구천은하(九天銀河)’란 글씨를 남겼다. 하늘 끝에 걸린 은하수.....!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승폭포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九龍瀑布),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朴淵瀑布)와 더불어 조선의 3대 폭포라 일컫는다. 이 폭포에 얽힌 전설이 하나 있으니.....

 

옛날 한계리에 대승(大勝)이라는 총각이 살았다. 부모를 일찍 여읜 총각은 버섯을 따다 파는 것으로 생계를 삼았다. 어느 날 폭포 절벽에 밧줄을 매고 버섯을 따던 총각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서둘러 돌아나왔다. 절벽 끝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큰 지네 한 마리가 밧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의 외침소리 덕에 총각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폭포를 대승폭포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대승폭포에서

 

대승아~!

대승아~!

 

대승 어미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는 듯하다. 

 

201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