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태준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으며

林 山 2016. 4. 19. 09:52

이태준기념사업회(李泰俊紀念事業會) 안재성 회장과 운영위원들의 열화와 같은 추천(?)을 받아 2016년 4월 19일부터 기념사업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능력도 별로 없는 사람이 이런 중책을 맡게 되어 솔직히 어깨가 무겁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수락한 직후에 종신직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더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다행히도 안재성 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이 마음이 잘 통하고 의기투합하는 분들이라 다소 마음이 놓인다.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당시 이병기(李秉岐)는 그의 스승이었다. 1933년에는 이효석(李孝石), 김기림(金起林), 정지용(鄭芝溶), 유치진(柳致眞) 등과 함께 친목단체인 구인회(九人會)를 결성하였다. 그는 일제가 물러간 뒤 1946년 월북했다가 거기서 숙청당했다.


이태준은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문학을 통해서 저항했다. 그는 일제에 부역하는 글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월북한 뒤에도 김일성 우상화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유일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는 단편 '오몽녀(五夢女, 1925)', '아무일도 없소(1931)', '불우선생(不遇先生, 1932)', '꽃나무는 심어놓고(1933)', '달밤(1933), '손거부(1935)', '가마귀(1936)', '복덕방(福德房, 1937)', '패강냉(浿江冷, 1938)', '농군(農軍, 1939)', '밤길(1940)', '무연( 無緣, 1942)', '돌다리(1943)', '해방전후(解放前後, 1946)', 장편 '사상(思想)의 월야(月夜, 1946)' 등이 있다. 그외 수필집 '무서록(無序錄, 1944)', 문장론 '문장강화(文章講話, 1946)'도 있다.


이태준기념사업회는 항일민족봉기 97돌인 지난 3월 1일 제1회 이태준문학상에 김성동(金聖東) 작가를 선정한 바 있다. 김성동 작가는 단편 ‘민들레꽃 반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민들레꽃 반지’는 한국 현대사에서 금기시되는 남조선로동당(南朝鮮勞動黨, 남로당)과 전쟁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이다. 소설에 구순의 어머니와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은 김성동 작가 자신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소설 '만다라(曼陀羅, 1978)'의 작가 김성동은 섬세하고 유장한 필치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구도의 여정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소설들을 발표했다. 어릴 때 한학을 배운 김성동은 1964년 서라벌고등학교에 편입했으나, 좌파활동가로 남로당 간부였던 아버지가 한국전쟁 직전 국군에 끌려가 총살당하는 등 집안의 비극으로 방황하다가 3학년 때 출가하여 10여 년간 승려 생활을 했다. 1975년 소설 '목탁조(木鐸鳥)가 불교계를 악의적으로 비방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했다. 이후 그는 부친으로 인한 연좌제 때문에 숱한 차별과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김성동의 작품에는 '만다라'를 비롯해서 장편 '집', '길', '국수(國手)', '꿈', 소설집에는 '피안의 새', '오막살이 집 한 채', '붉은 단추' 등이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염소', 천자문 해제집인 '김성동 천자문', '김성동 서당', 산문집 '미륵의 세상 꿈의 나라', '생명기행' 등도 있다. 1980년대 초 장편 연재소설 '풍적'으로 부친의 신원을 꾀했으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강제로 중단되어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이태준기념사업회는 상허의 작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앞으로도 김성동 작가처럼 민족, 민주, 인권을 화두로 문필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계속해서 이태준문학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또한 이태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연구 발표회 개최, 문학비 건립, 생가 복원 등에도 힘쓸 것이다.  


이태준기념사업회는 상허의 조카 김명렬 서울대 명예교수(영문학)를 비롯해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문인들과 각계 인사 50여명으로 구성된 후원회도 결성되어 있다. 기념사업회는 후원회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상허의 고향 강원도 철원으로의 문학기행, 우리 말과 글에 관한 학술대회를 여는 등의 후속 사업도 해나갈 것이다.


이태준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수행함에 있어 항상 '선공후사(先公後私)',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공사(公私)를 구분하여 공을 사보다 우선하고, 이로움을 보면 항상 옳음을 생각해서 이태준기념사업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4.19 민주혁명 56주년을 맞아 이태준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 선후배 제현들의 많은 지도편달을 바란다.


4.19 민주혁명 56주년 2016년 4월 19일 

이태준기념사업회 이사장 林 山(임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