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백두대간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찾아서

林 山 2016. 12. 14. 18:15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 용소골에서 물매화를 보고 돌아오다가 백두대간(白頭大幹) 매봉산(1,305.3m) 바람의 언덕에 오르기로 했다. 태백 화전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다음 국도 35호선 백두대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보면 삼수령(三水嶺, 920m)에 이르게 된다.


삼수령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이자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 고개는 삼척 지방의 백성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다고 해서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고도 한다. 도참서(圖讖書) 정감록(鄭鑑錄)에는 구문소(求門沼) 북쪽의 황지(黃池)가 흉년도 없고 병화도 없으며 삼재도 들지않는 이상향으로 기록되어 있다.   


추전 고냉지 채소재배단지


추전 고냉지 채소재배단지


삼수령에서 백두대간 남서쪽 능선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매봉산 북사면(北斜面)에 드넓게 펼쳐진 완경사지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추전 고냉지 채소재배단지이다. 


백두대간 매봉산은 태백시 삼수동(옛 화전동, 창죽동)과 황지동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산 모양이 매처럼 생겼다고 하여 매봉산이라고 부른다. 하늘 봉우리라는 뜻으로 천의봉(天衣峰)이라고도 부른다. 태백 시민들은 '매봉산 정상 봉우리가 천의봉'이라고 한다.  

백두산(白頭山, 2,750m)을 떠난 백두대간은 남쪽으로 포태산(胞胎山, 2,289m), 두류산(頭流山, 2,309m), 
차일봉(遮日峰, 1,742m), 철옹산(鐵瓮山, 1,085m), 두류산(頭流山, 1,324m), 추가령(楸哥嶺, 752m), 금강산(金剛山, 1,638m)을 지나 비무장지대를 통과한 다음 향로봉(香爐峰, 1,296m), 진부령(陳富嶺, 529m), 설악산(雪岳山, 1,707.9m), 오대산(五臺山, 1,563.4m), 대관령(大關嶺, 832m), 두타산(頭陀山, 1,352.7m), 삼수령을 거쳐 매봉산에 이른다. 백두대간은 다시 매봉산에서 늦통목이재, 비단봉(1,281m), 쑤이밭령, 금대봉(金臺峰, 1,418.1m), 두문동재(싸리재), 은대봉(銀臺峰, 상함백, 1,442.3m), 중함백산(中咸白山, 1,505m), 함백산(咸白山, 대박산, 하함백, 1,573m), 창옥봉(1,380m), 만항재(1,330m), 수리봉(1,238m), 화방재(920m)를 지나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을 향해 치달려 간다.

 

매봉산 북쪽 사면의 해발고도 1,000∼1,250m의 고지대에는 대관령 삼양목장처럼 드넓은 고위평탄면이 형성되어 있다. 매봉산 고위평탄면은 신생대 제3기 한반도가 융기하기 이전에 하천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평탄지형이 요곡적 융기를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고, 그 평탄지형의 일부가 정상부 북사면에 남아 있는 것이다. 매봉산 북사면을 흐르는 수계는 남한강의 상류 골지천(骨只川), 남사면을 흐르는 수계는 낙동강의 상류 황지천(黃池川)을 이룬다. 


백두대간 매봉산 바람의 언덕


백두대간 매봉산 바람의 언덕


백두대간 매봉산


백두대간 매봉산


백두대간 매봉산 정상 표지석


매봉산 정상 표지석에서 필자


백두대간 매봉산 바람의 언덕


태백산에서 함백산을 지나 매봉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함백산에서 매봉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매봉산 정상에서는 남쪽의 태백산에서 함백산을 지나 매봉산에 이르는 백두대간과 북쪽으로 삼수령을 지나 덕항산(1,071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봉산 북쪽의 가덕산(거무산, 1,078m), 서북쪽의 대덕산(大德山, 1,307m), 남동쪽의 연화산(蓮花山, 1,171m)과 백병산(白屛山, 1,259), 동쪽의 육백산(六百山, 1,244m)도 바라보인다.


매봉산 정상에서 늦통목이재를 지나 1,248m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능선을 바람의 언덕이라고 한다. 바람의 언덕에는 백두대간을 넘어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한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2003년부터 풍력발전단지에 세워진 총 15기의 850kW급 대형 풍력발전기는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낭만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람의 언덕은 해돋이와 해넘이, 운해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7~8월에는 수확을 앞둔 초록색 배추밭과 파란 하늘, 하얀 풍력발전기가 연출하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매봉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바람의 언덕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2001년 6월 20일 아침 일찍 두문동재를 출발하여 금대봉과 비단봉을 지나 매봉산을 넘을 때 너무나 목이 말라 배추밭 한가운데 있던 농막을 염치 불고하고 찾아 들어갔다. 나를 반갑게 맞아준 젊은 농부는 농막 한구석에 있던 항아리 뚜껑을 열더니 백초발효액 한 사발을 떠 주었다. 백초발효액이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15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그 농막을 찾았으나 농막의 흔적도 농부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매봉산 정상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태백산에서 함백산을 건너뛰어 매봉산을 향해서 치달려오는 백두대간을 바라보았다. 15년 전 백두대간 금대봉과 비단봉을 넘어 바람의 언덕길을 홀로 걸어오고 있는 한 사나이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2016.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