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30분부터 충주 호암지에 자리잡은 우륵당 야외무대에서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의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은 특히 창작 국악곡들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 막이 오르기를 기다린다.
*우륵당
우륵당에는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고..... 앞마당 잔디밭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국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민들이 이미 꽤 많이 와 있다. 스탭들은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홍동기 작곡의 '고구려의 혼'을 연주하고 있는 우륵국악단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오르고..... 우륵국악단 단원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여 자리를 잡는다. 제일 먼저 연주된 곡은 '고구려의 혼'이다.
이 곡은 동살풀이 장단을 바탕으로 신디사이저와 타악기가 웅장한 스케일로 어우러짐으로써 고구려인들의 용감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곡의 후반부는 서양의 리듬과 선율을 사용하여 국악과 대비되는 변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눈을 감고 연주를 듣고 있으려니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듯 하다. 드럼소리가 마치 드넓은 만주벌판을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처럼 강렬하다. 신디사이저가 내는 소리도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웅혼한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 음악은 단순히 듣기만 하지 말고 용맹스런 고구려인들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떠올리면서 들으면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아니 반대로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씩씩하고 진취적인 고구려인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고구려의 혼'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원래 이 곡은 무용음악이던 것을 실내악곡으로 재편성한 것이다.
이 곡의 작곡자 홍동기(1967~현존)는 국악의 장단과 리듬을 활용하여 현대적인 국악작품을 작곡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다. 추계예술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그는 제21회 서울무용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실내악단 '슬기둥'의 멤버이며 한국 종합예술학교, 전통예술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조명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야외무대
이어서 재일 한국인 양방언 작곡의 '프론티어'가 연주된다. 프론티어는 경쾌하면서도 신명이 나는 곡이다. 한민족의 정서가 한과 신명이라고 한다면 이 곡은 신명의 정서를 담고 있다. '프론티어'는 재일 한국인 피아니스트 양방언의 연주곡으로 장르는 뉴에이지나 퓨전 재즈(퓨전 국악)라고 볼 수 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양방언의 'Pan-O-Rama' 이고 국내에서도 발매된 바 있다.
양방언의 'Pan-O-Rama'는 뉴에이지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양의 절제된 정서와 서양의 자유분방한 정서를 아름답게 잘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일본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는 양방언의 4번째 앨범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공식지정음악으로 선정된 'Frontier!',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노래한 'Mint Academy', 'Rainbow Leaves' 등 13곡이 수록되어 있다.
양방언(1960년 1월 1일생)은 일본의과대학을 졸업한 전직 의사출신으로 1999년 'only Heaven Knows'라는 곡을 가지고 데뷔했다. 재일교포 2세인 그는 그리스의 뉴에이지 음악가인 야니(Yanni)에 견주어 동양의 야니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음악을 계속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키보드를 기본으로 하는 연주자로 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순서는 박경남의 노래로 들려주는 '가시버시 사랑'과 '동해바다'. '가시버시 사랑'은 결혼식 등에서 많이 연주되거나 불리워지기도 하는데, 이병욱이 작곡한 노래다.
햇덩이 같이만 살아라 환하게 환하게
달덩이 같이만 살아라 둥굴게 둥굴게
화촉동방 밝은 불에 깨가 쏟아지도록
연지곤지에 별이 앉아 꽃냄새가 나도록
복들여 놓고서 살아라 알뜰히 알뜰히
아들딸 낳고서 살아라 두둥게 두둥게
대추 한알 마주물고 다짐다짐한 사랑
검은 머리가 새하얗게 파뿌리가 되도록
어허야 가시버시 사랑 사랑이란다
두둥실 가시버시 사랑 사랑이란다
해와 달이 다하도록 영원한 사랑
둘이 둘이 꽃길을 여는 눈부신 사랑
다음은 국악관현악으로 영화 '올드 보이'와 '태극기 휘날리며' 주제음악을 들려주는 순서다. 박찬욱이 감독한 '올드 보이'의 주제곡인 'The Last Waltz'는 젊은 작곡가 심현정이 이 영화를 위해 만든 순수 창작곡이다. 이 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들으니 새로운 느낌이다. '올드 보이'는 미국의 저명한 음악잡지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올해의 DVD TOP 25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1월 칼럼니스트 피터 트레버스가 꼽은 올해의 DVD 중에서 '올드보이'가 10위에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음악잡지인 만큼 DVD의 완성도와 함께 영화음악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2004년 '쉬리'의 강제규가 극본과 감독을 맡아 천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주제음악도 국악연주로 들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이 영화의 주제음악을 만든 사람은 '은행나무침대', '쉬리', '로스트 메모리즈', '천년호'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동준이다. 이동준은 조성우나 원일처럼 영화음악계의 마이더스로 불리우는 사람으로 그가 만든 영화음악은 대부분 성공했다.
*'이 땅이 좋아라', '배 띄워라'를 부르고 있는 황효숙
영화음악에 이어서 황효숙이 '이 땅이 좋아라', '배 띄워라'를 들려준다. 구희서가 작사하고 이병욱이 작곡한 '이 땅이 좋아라'는 아주 흥겨운 노래다. 구희서 작사, 박범훈 작곡의 '배 띄워라'도 신명나는 노래다.
다음은 국악창작곡 '21C를 위한 서곡'과 '신뱃놀이'를 국악관현악 연주로 듣는 순서. '21C를 위한 서곡'은 주옥같은 창작곡으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는 이경섭의 작품으로 21세기 새해의 힘찬 시작을 염원하는 곡이다. 원 일이 작곡한 '신뱃놀이'는 우리나라 민요를 새롭게 편곡한 곡이다. 전통적인 6박과 7박의 리듬을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편곡하여 민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를 보고 있는 지휘자 조광석
마지막으로 우륵국악단이 동요와 만화영화 주제곡들을 국악관현악으로 들려주자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연주에 맞추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도 있다. '앞으로', '아기공룡 둘리', '개구리 왕눈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독도는 우리땅',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등과 곡목을 계속해서 들려준다.
마침내 한여름밤의 국악무대는 막을 내리고..... 다양한 레퍼터리가 마련된 이번 국악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륵국악단 단원들과 '하늘주막'에서 곡차를 마시면서 뒷풀이를 가졌다. 대금주자 최여영, 피리주자 송영규, 타악기주자 서길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단원들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국악가요와 연주에 취하고 곡차에 취해서 집으로 돌아오다.
2005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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