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100대 명산 지리산 종주-중산리로 가는 길

林 山 2004. 8. 2. 15:49

오늘은 7월 12일[금]. 지리산을 향해 떠나는 날이다. 건국대학교 의대 정두용 교수, 이화여대에서 유전학을 강의하는 후배 정구호 박사와 함께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충주발 대전행 직통버스에 오른다. 대전까지 무정차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 25분 충주를 떠나 6시 55분에 대전북부고속버스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진주행 고속버스를 타기위해 3분정도 걸어서 남부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진주행 고속버스 승차권을 예매해놓고 기다리고 있던 대전 YMCA에 근무하는 정은영 양을 만났다. 1시간정도 시간이 있어 터미널 길건너 식당에서 육개장으로 저녁을 먹었다. 나는 갈비탕을 주문하려고 했으나 정구호 박사가 단체는 통일을 해야한다고 우겨서 할 수 없이 육개장을 시킨 것이다. 좀 억울하긴 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다.

8시 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는 대전을 벗어나 새로 뚫린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밖을 내다보니 땅거미가 어둑어둑 밀려들고 있다. 덕유산기슭을 지날 무렵 날은 이미 캄캄하여 주위의 산능선들이 아스라한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2시간정도 걸려서 밤 10시경 진주에 도착했다.

터미널을 나오자 광양 진월초등학교 월길분교에 근무하는 이현아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승용차로 중산리로 향한다. 이선생님은 우리를 중산리까지 태워다주기 위해서 광양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인연이란 이토록 소중한 것이다. 어둠속을 1시간정도 달려 마침내 중산리 매표소에 닿았다.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식당과 횟집을 겸한 민박집에 숙소를 잡았다. 2층 숙소에 짐을 풀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은어회를 안주로 입산주를 한잔씩 하기로 한다. 산에 들어와서 그런지 술이 술술 들어간다. 산에 들어올 때면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주량이 평소의 두배쯤 느는 것 같다. 밑반찬으로 나온 취나물과 다래순 묵나물도 맛과 향이 참 좋다. 수박향이 감도는 은어회는 별미중의 별미라고 할 수 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이 늦는 줄도 모르겠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윈드자켓을 걸쳐야 할 정도로 밤공기가 선뜩선뜩하다.

마음속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던 지리산에 들어오니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하다. 나는 왜 늘 산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전생을 본다는 세명대 한의대 김규열 교수의 말처럼 나의 전생이 스님이었기 때문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리라.

산은 가까이서 보면 온갖 삼라만상이 변화가 무쌍하면서도 멀리서 보면 늘 그대로의 의연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산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렇게 거기에 서 있는 것이다. 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그러기에 산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화두다. 산중에서도 크고 넓고도 깊은 지리산! 지리산의 밤은 깊어만 간다.

새벽 2시 설레임을 가슴에 안고 잠자리에 들다.

 

2002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