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5

도깨비부채 '행복, 즐거움'

도깨비부채를 야생에서 처음 만난 곳은 2006년 7월 초 강원도 인제 대암산에서였다. 그로부터 한참 세월이 흐른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도깨비부채를 또 만났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벗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반가왔다. 도깨비부채는 잎이 부채처럼 생긴 것은 알겠는데, '도깨비'라는 접두어가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날카롭게 갈라진 모습이 마치 도깨비가 들고 다니는 부채와 같다고 해서 도깨비부채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설은 '과연 도깨비가 들고 다니는 부채를 본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도깨비부채라는 이름은 잎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갈라진 잎 모양이 도깨비를 연상시키며, 부채 모양으로..

야생화이야기 2023.01.02

비누풀 '베푸세요'

이름을 들으면 그 특성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풀이나 나무들이 있다.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비누풀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비누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단박에 비누와 관련이 있는 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누풀을 뜯어서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일어난다. 비누풀을 짜서 얻은 즙액은 비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비누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누풀은 중심자목 석죽과 비누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포나리아 오피키날리스 린네(Saponaria officinalis L.)이다. 속명 '사포나리아(Saponaria)'는 '비누(soap)'의 뜻을 가진 라틴어 '사폰(sapon)'에 '~와 관련된(ary)'의 뜻을 가진 접미사 '아..

야생화이야기 2022.12.22

용머리/흰용머리 '승천(昇天)'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는 때마침 용머리와 흰용머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용머리는 자주색,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 핀다.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이 피는 용머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용머리는 꽃이 상상 속의 동물 용(龍)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화(民畵)에 나오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 용머리 꽃은 같은 꿀풀과의 벌깨덩굴 꽃과도 많이 닮았다. 용머리는 통화식물목 꿀풀과 용머리속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드라코세팔룸 아르구넨스 피셔. 엑스 링크(Dracocephalum argunense Fisch. ex Link)이다. 속명 '드라코세팔룸(Dracocephalum)'은 '용(龍)'을 뜻하는 그리스..

야생화이야기 2022.10.26

박새 '진실(眞實)'

2022년 6월 중순경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박새를 만났다. 박새와 비슷한 여로속 식물에는 푸른박새, 여로(藜蘆), 흰여로, 푸른여로 등이 있다. 초심자들은 이 다섯 가지 여로속 식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박새와 여로를 구별하려면 잎을 보아야 한다. 박새는 옥잠화처럼 잎이 넓고 세로로 주름이 져 있으며, 여로의 잎은 박새보다 좁고 긴 바소꼴이다. 박새의 꽃은 흰색, 여로의 꽃은 암자색이다. 박새 가운데 푸른색 꽃이 피는 것은 푸른박새다. 여로 가운데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여로, 푸른색 꽃이 피는 것은 푸른여로다. 박새는 백합목 백합과 여로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베라트룸 옥시세팔룸 투르크자니노(Veratru..

야생화이야기 2022.09.14

산수국 '변하기 쉬운 마음'

2020년 7월 19일 오랜만에 월악산(月岳山) 영봉(靈峰, 1,092m)에 오르기로 했다.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서북능선 기슭에 자리잡은 보덕암(普德庵)에 들르니 주지 적인(寂仁) 스님이 목 좀 축이고 가란다. 보덕암은 재단법인 선학원(禪學院) 소속의 암자다. 보덕암 주변에는 노란 꽃이 한창인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보덕굴(普德窟)을 돌아보고 산행을 시작했다. 월악산 서북능선은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한동안 땀을 흘린 끝에 하봉(下峰, 934m)에 올라섰다. 하봉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의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하봉에서 중봉(中峰, 1021m)을 향해 가는데, 꽃이 활짝 핀 산수국 군락지가 눈에 들어왔다. 야성적이면서도 창초한 느낌을 주는 산수국은 하얀 꽃잎이 남보라빛 꽃송이를 둘..

야생화이야기 202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