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노후대책을 위한 주식 투자

林 山 2015. 4. 7. 18:39

주식에 입문한 지 4개월로 접어들었다. 주식에는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가 지인의 권유로 준비도 없이 갑자기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이라 처음에는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시행착오는 곧 금전적 손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금물이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주식에 대해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 정치, 경제에 대해서 정말 살아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알아야 할 것들이 태산이다.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른 채 자산을 운용하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기에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7할, 노력이 3할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뜻한 바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별로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운 좋게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인간사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운칠기삼은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僥齋志異 )'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 8대기서의 하나인 '요재지이'는 중국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여우나 귀신, 도깨비들을 등장시켜 인간 사회를 묘사한 이 책은 현실과 저승세계를 오가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통해 암울하고 부패한 청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했다. 


'요재지이'의 운칠기삼이 유래된 이야기를 보자. 옛날에 벼슬에 뜻을 둔 한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과거를 보는 족족 낙방했다. 결국 선비는 늙도록 과거에 오르지 못하고 패가망신만 했다. 자기보다 실력이 없는 자들이 과거에 잘도 붙어서 벼슬길에 오르는 것을 본 선비는 불공평함을 느낀 나머지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운명신(運命神)과 정의신(正義神)에게 술 내기를 시키면서 '정의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그대가 옳은 것이고, 운명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이니 그대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신은 석 잔 밖에 못 마셨고, 운명신은 일곱 잔이나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가 꼭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 따라 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3푼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선비를 타이르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주식 투자 3개월만에 한 가지 의문이 든 것이 있다. '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매수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차라리 주식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되는 기대주를 매수해서 장기간에 걸쳐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은 투자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주식 신인이지 않은가! 기대주와 내가 함께 동반성장하자는 이야기다. 운칠기삼이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대략 10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잠정적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주식 투자 계획을 세웠다. 매월 내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돈은 100만 원 정도 될 거 같다. 이 돈으로 내가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매월 만 원대 이하의 기대주 한 종목을 매수한다. 종목은 싯가총액 500억 원 이상, 하루 거래액 50억 원 이상, 지속적으로 흑자가 나는 회사, 외국인과 기관 보유분이 많은 회사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10년이면 240개월이다. 매월 한 종목씩 매수하면 10년 뒤에는 산술적으로 대략 240개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240개 종목 가운데 50%가 상장폐지되고, 120개 종목만 살아남는다고 치자. 120개 종목 가운데 90%는 평타에 그치고, 10%만 대박이 난다고 해도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세상만사가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4월 현재까지 넉 달 동안 나는 만 원대 이하의 주식 4종목을 이미 매수했다. 주식에 입문한 뒤 매월 한 종목씩 매수한 셈이다. 앞으로도 매월 한 종목씩 신중하게 선택해서 차근차근 매수해 갈 계획이다. 이들 주식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은퇴할 때까지 가지고 가려고 한다. 노후대책을 위한 연금 성격의 주식 투자이기 때문이다.


연금 관련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이나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투자신탁사의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은행이나 보험사, 투신사도 어차피 내 보험료나 적립액으로 주식에 투자한다. 문제는 수수료다. 보험은 매월 납입 보험료, 신탁이나 펀드는 적립액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가입 초기에는 설계사 수당 즉 사업비가 많이 나가는 보험의 수수료가 가장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적립액에 수수료를 매기는 신탁이나 펀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연금보험료 납입하겠다. 수수료도 지불할 필요도 없다. 대신 주식 투자의 위험성도 내 스스로 감당하겠다. 나도 소싯적에 모험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약간의 모험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내게도 삶의 철학이 있다. 주식 투자도 삶의 철학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인생 뭐 별 거 있는가! 인생은 돌아오지 않는 편도선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인 것을..... 


천상병 시인도 '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멋지게 한바탕 잘 놀다 가면 되는 것이다.       


201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