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일본(日本) 규슈(九州) 여행 - 벳푸(別府) 가마도 지옥(竈地獄)

林 山 2018. 2. 19. 18:04

벳푸(別府)는 일본 규슈(九州) 북부 오이타 현(大分縣) 벳푸 만에 접해 있는 온천휴양지이다. 일본 최대 온천 지역인 벳푸에는 약 3천여 개의 온천이 모여 있다. 벳푸의 온천 가운데 지옥온천(地獄温泉) 지대의 끓는 온천은 열수와 함께 수증기, 진흙까지도 하늘 높이 뿜어 올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벳푸에는 온천 외에도 츠루미 산(鶴見岳), 시다카 호(志高湖), 기지마 고원(城島高原) 등이 있다.


북부 규슈 지도(출처 네이버 hara1234567)


벳푸 지옥온천 지도(출처 하나투어)


벳푸 지옥온천 지대에는 다쓰마끼 지고쿠(竜巻地獄, 회오리 지옥)을 비롯해서 치노이케 지고쿠(血の池地獄, 피바다 지옥), 킨류 지고쿠(金竜地獄, 금룡 지옥), 오니야마 지고쿠(鬼山地獄, 귀산 지옥), 시라이케 지고쿠(白池地獄, 흰연못 지옥), 가마도 지고쿠(竈地獄, 아궁이 지옥), 야마 지고쿠(山地獄, 산 지옥), 우미 지고쿠(海地獄, 바다 지옥), 오니이시보우즈 지고쿠(鬼石坊主地獄, 돌도깨비중 지옥) 등이 있다.


가마도 지옥의 마스코트 오니 상


필자가 찾은 곳은 가마도 지고쿠(竈地獄, かまどじごく)이다. 땅속에서 증기가 뿜오져 나오는 모습이 화덕을 닮았다고 해서 가마도(竈, かまど, 부뚜막, 화덕, 아궁이)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수가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지고쿠(地獄, じごく, 지옥)다. 


가마도 지옥에는 여기서 펄펄 끓는 온천수로 밥을 지어 오니(鬼, おに, 도깨비)에게 공양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오니 상(鬼像)은 가마도 지옥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일본의 도깨비 상은 머리에 튀어나온 뿔, 부리부리한 눈, 흡혈귀 같은 이빨, 가시가 박힌 도깨비 방망이 등 그 형상이 무시무시하다.  


우리나라에서 도깨비라는 말은 조선 초에 발간된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처음 등장한다. 고문서에는 도깨비를 흔히 '돗가비'라고 했다. 김종대의 설에 의하면 '돗가비'는 '돗'과 '아비'의 합성어라고 한다. '돗'은 불과 씨의 뜻으로 풍요를 상징하고, '아비'는 성인 남자를 뜻한다. 그래서 원래 우리나라 도깨비의 형상은 우락부락하지만, 친근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도깨비가 야차(夜叉)를 닮은 무서운 형상으로 변한 것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오니 상의 영향 때문이다.    


가마도 지옥의 수증기 분출구


가마도 지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약 70% 이상)은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고, 그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인, 대만인 등 동양인들이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백인 관광객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벳푸 지옥온천 지대는 '어, 이런 곳도 있네!' 정도 가볍게 생각하고 오면 되겠다. 


가마도 지옥의 진흙탕 열수


가마도 지옥에서는 가스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너츠 모양의 수증기를 이용해서 관광객들에게 쇼를 보여 준다. 키 작은 일본인 남자가 단체 관광객들에게 한국말을 섞어서 쇼를 진행하는데, 그 남자가 쓰는 '끝내주네. 신기하네.' 등 한국말의 억양은 다소 특이하고 말투도 다소 경박한 편이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관광객들에게도 복창하게 해서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가마도 지옥의 황토 열수


가마도 지옥에는 크고 작은 세 개의 연못이 있는데, 열탕의 온도와 연못의 넓이에 따라 온천수의 색깔도 다르다. 진흙탕도 있고, 황토 진흙탕도 있으며, 옥빛 열수 연못도 있다. 가스 분출공에서 나오는 증기에는 유황 냄새가 난다. 


가마도 지옥의 온천수를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고 설명하는 안내판도 걸려 있다. 필자도 대나무로 만든 바가지로 온천수를 떠서 마셔 보았는데, 물맛은 그저 그렇다. 수증기를 이용해서 족욕과 얼굴을 맛사지하는 코스도 있다.  


가마도 지옥의 옥빛 열수


가마도 지옥의 옥빛 열수


또 가마도 지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족욕을 통해 피로를 푸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매점에서는 뜨거운 열수를 이용해서 삶은 달걀과 옥수수도 팔고, 천연 온천수로 만들었다는 사이다도 판다. 달걀은 비교적 맛이 괜찮은 편이고, 사이다는 시원한 청량감이 일품이다. 일본은 사소한 것도 관광상품화하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


가마도 지옥 마스코트 오니 상 앞에서 필자


2018.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