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늘이 우중충하다. 오늘 30에서 50mm 정도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다. 하늘에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태화산(太華山, 1,027m)을 오를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의 남한강에 놓인 북벽교를 건너 활고개를 오른다. 활고개를 다 내려가면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가 나오는데, 커브머리에 식당 겸 휴게소와 래프팅장이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식당에서 순두부 백반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이 집의 순두부는 직접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맛있다.
태화산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오사리, 상리)과 강원 영월군 영월읍(팔괴리, 흥월리, 오산리), 영월군 하동면(각동리, 진별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한국의 100대 명산일 뿐만 아니라 영춘기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화산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태화산의 북서쪽에는 국지산(菊芝山, 626m), 동북쪽에는 응봉산(鷹峰山, 1,013m), 동남쪽에는 마대산(馬垈山, 1,052m)이 있다.
*오사리 휴게소 앞 남한강 건너편에 있는 산
휴게소 앞 남한강 건너편에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암봉이 병풍처럼 솟아 있다. 암봉의 오른쪽에서 정상을 지나 뒤로 681.7m봉과 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앞쪽과 왼쪽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대야리 땅이고, 능선의 오른쪽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용진리 땅이다.
*오사리 산촌마을 입구
오사리 휴게소에서 산촌마을 입구로 들어선다. 마을입구에는 검은색 글씨로 '화장암'이라고 쓴 커다란 자연석이 있고, 그 옆에는 태화산 등산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산촌마을을 지나 화장암으로 해서 능선을 타고 태화산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길가에 있는 고추밭에는 고추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미국쑥부쟁이꽃
*미국쑥부쟁이꽃
*쑥부쟁이꽃
*조밥나물꽃
*나팔꽃
산촌마을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들인 미국쑥부쟁이꽃, 쑥부쟁이꽃, 산국, 조밥나물꽃, 나팔꽃 등이 활짝 피어 있다. 산국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을 지나자 그윽한 산국향이 코끝에 전해진다.
*산촌마을의 감나무
산촌마을은 계곡을 따라 집들이 띄엄띄엄 있다. 이 마을에는 감나무가 많이 보인다. 감나무들마다 바알갛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감나무잎들도 주황색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산촌마을의 가을은 이미 깊었다.
*산촌마을에서 바라본 태화산
산촌마을을 지나 화장암으로 가는 길을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에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비가 긋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진다. 태화산 정상을 저 앞에 바라보면서 등산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마음을 정한다. 오늘은 아무래도 태화산과의 인연이 아닌가보다. 화장암을 바로 앞에 두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다음에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를 바라면서.....
2006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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