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134

'교실 안의 야크'(Lunana: A Yak in the Classroom) - 담담한 풍경화 같은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Lunana: A Yak in the Classroom)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한 폭의 담담하고 소박한 풍경화 같은 영화다. 2019년에 개봉된 부탄(Bhutan) 영화 '교실 안의 야크'는 파우 초이닝 도르지(Pawo Choyning Dorji)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참고로 도르지(Dorji)는 조선의 김이박씨 같은 부탄의 대표적인 성씨다. 'Dorji'는 몽골어로 '태양, 하늘', 티베트어로 '금강저(金剛杵), 번개'라는 뜻이다. 영화 '교실 안의 야크'는 2020년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출품되어 넷팩상과 청소년심사단 특별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제93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부문에 부탄의 출품 작품으로 선정되었지만 실격을 당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제..

파워 오브 원(The Power Of One) - 남아공 백인들의 아파르트헤이트 참회록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분리)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파워 오브 원(The Power Of One)'이 케이블 TV 전파를 탔다. 케이블 TV에서 자주 틀어주는 영화다. 이 영화가 방영될 때마다 다시 정독하곤 한다. 남아공을 여행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자연환경을 직접 경험한 인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담겨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과 흑백 인종을 초월한 감동적인 휴머니즘이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의 고 존 G. 아빌드센(John G. Avildsen) 감독이 1992년에 찍은 '파워 오브 원'은 호주와 미국, 프랑스 합작영화다. 남아공 배우들도 나오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문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만든 ..

하루(Emrouz, Today) - 이란 여성들을 위한 위로

추석 연휴를 맞아 2016 무주산골영화제 출품작인 이란의 레자 미르카리미(Reza Mirkarimi) 감독, 파비스 파라스투이(Parviz Parastui)와 소헤일라 고레스타니(Soheila Golestani) 주연 영화 '하루(Emrouz, Today, 2014)'가 케이블 TV 전파를 탔다. '하루'는 출산이 임박한 한 젊은 여성 세디게(소헤일라 고레스타니 분)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오해를 사면서까지 도와주는 테헤란의 택시 운전사(파비스 파라스투이 분)의 휴머니즘을 그린 영화다. 미르카리미 감독은 '하루'에서 인간애와 인간성 회복이라는 휴머니즘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휴머니즘이라는 주제 이면에는 감독이 이란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인권 상황을 나직한 소리로 고발하고 있다는 것을 ..

[EIDF 2021] 안네 프랑크를 찾아서 - 동시대 생존자들의 증언

2021 EBS 다큐 영화제에는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 한 편 올라왔다. 바로 이탈리아의 사비나 페델리(Sabina Fedeli, 1956~ )와 안나 미고토(Anna Migotto)가 공동으로 감독한 다큐멘터리 '안네 프랑크를 찾아서(#Anne Frank: Parallel Stories, 2019)'다. 이 다큐 영화는 스위스 바젤에 있는 안네 프랑크 기금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고, 이탈리아 작곡가 렐레 마치텔리(Lele Marchitelli)가 음악을 담당했다. 러닝 타임은 95분이다.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가 없었다면 아넬리스 마리 '안네' 프랑크(nnelies Marie 'Anne' Frank, 1929년 6월 12일~1945년 3월 12일)..

[EIDF 2021] 밤의 아이들 - IS의 살인병기가 된 소년병들

베흐루즈 누라니푸르(Behrouz Nouranipour) 감독이 2020년에 찍은 '밤의 아이들(Children of the Night)'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내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다큐 영화다. 누라니푸르 감독은 ISIS(IS, 이슬람국가)의 세뇌로 무자비한 살인병기로 변한 5명의 소년병에게 카메라의 앵글을 맞춘다. 참수나 화형 등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자 무장단체 ISIS는 '이라크-알샴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의 약자이다. 더 간략히 IS라 칭한다. '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의 아랍어 표기는 ‘다울라 이슬라미야 이라크 샴(Dawlat al-Islamiy..

[EIDF 2021] 리스본의 노래, 파두(fado) - 알파마의 향수

유디트 클라마르(Judit Klamár), 셀린 코스테 칼라일(Céline Coste Carlisle)이 공동으로 감독한 다큐 영화 '리스본의 노래, 파두(fado)'의 원제는 'Silêncio – Voices of Lisbon'(실렌시우 - 보이시즈 오브 리스본)이다. 포르투갈어 'Silêncio(실렌시우)'는 '침묵(沈黙), 정적(靜寂)'이란 뜻이다. 감독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리스본의 노래, 파두'는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인 알파마(Alfama)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알파마의 가파른 거리에는 전통 공예품 상점과 카페가 줄지어 있었다. 유서 깊은 28번 트램에 탑승하면 알파마를 통과하여 11세기 상조르즈 성(Castelo de S. Jorge)까지 갈 수 있다. 그라사 ..

[EIDF 2021]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과 나 - 분노 주의

2021 EBS 다큐 영화제(EIDF 2021)에는 묵직하면서도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한 편이 올라왔다. 일본의 사카하라 아쓰시(阪原淳, Sakahara Atsushi, 55) 감독의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과 나(Me and the Cult Leader)'란 제목의 다큐 영화였다. 영어 제목 'Me and the Cult Leader'에서 'Cult Leader'는 '사교(邪敎) 집단의 교주' 또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뜻한다. 다큐 영화 'Me and the Cult Leader'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옴진리교(オウム真理教, オウムしんりきょう, Aum Shinrikyo)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카하라 감독은 옴진리교가 자행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東京地下鉄サリン事件, 地下鉄サリン事件, ..

[EIDF 2021] 시마스 씨의 도약(The Jump) - 한 리투아니아인의 '철의 장막' 탈출기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 공산주의 독재정권의 잔혹한 통치 후유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정권을 유지하려면 비밀경찰을 통한 공포정치, 끊임없는 세뇌, 정보 차단과 격리가 필수적이다. 공산당 통치하의 소련을 '철의 장막', 중국을 '죽의 장막'이라고 칭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의 기에드레 지츠키테(Giedrė Žickytė)는 철의 장막을 탈출하려다가 잡혀 감옥에 갇히는 등 모진 고생을 한 시마스 쿠디르카에게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춘다. 지츠키테 감독이 2020년에 제작한 '시마스 씨의 도약(The Jump)'의 러닝 타임은 92분이다. 시마스의 아버지는 선원이었다. 그는 긴 항해에서 돌아올 때마다 아들에게 열대지방의 야자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야자수가 있는 이국적인..

[EIDF 2021] 울림의 소리 - 영혼의 소리를 담은 북

2021 EIDF(EBS 국제 다큐영화제)가 개막하는 날인 8월 24일 EBS에서 상영한 작품은 이정준(Lee Jeongjun) 감독의 '울림의 탄생(The Birth of Resonance)'이다. 이 다큐 영화는 2020년에 제작됐고, 러닝 타임은 96분이다. 이정준 감독은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만난 북에 지난 60년의 인생을 건 법고(法鼓)장인 임선빈(任善彬)과 10여 년 동안 그의 옆을 지키면서 북 제작을 배우는 아들 동국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감독이 임선빈 부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임선빈이 단순히 북만 만드는 악기장이었다면 다큐 영화의 소재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임선빈은 1949년 충북 청주에서 3남 6녀 중 막내로, 선천성 소아..

[EIDF 2021] 표류하는 마을 - 미얀마 난민의 고달픈 태국살이

2021 EIDF(EBS 국제 다큐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8월 23일 EBS에서는 태국의 프리차 스리수완(Preecha Srisuwan) 감독의 '표류하는 마을(Floating Village Asylum)'이 방영됐다. 2020년 제작된 이 다큐 영화의 러닝 타임은 88분이다. '어느 뗏목촌 이야기(A story of floatir, large community)'라는 부제가 붙은 이 다큐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펼쳐지는 두 난민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대 밀림의 원시적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소수민족 난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는 슬프기만 하다.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에는 대나무 수상 가옥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미얀마 소수민족인 몬족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