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134

[EIDF 2023] '마인드 게임(The Mind Game)' 아프간 소년의 목숨을 건 망명기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Taliban)의 학살을 피해 자유의 땅 유럽 벨기에로 탈출한 14살 소년의 생생한 망명기(亡命記)가 영화로 나왔다. 바로 '마인드 게임(The Mind Game)'이다. 목숨을 걸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로드 무비(Road Movie)의 주인공은 아프간 파슈툰족(Pashtuns) 출신의 앳된 소년 사지드 칸 나시리(Sajid Khan Nasiri), 일명 SK다. SK(사지드 칸 나시리)는 에이피어 블랑케보르트(Eefje Blankevoort, 캐나다), 엘스 반 드리엘(Els van Driel, 네덜란드)과 함께 감독 크레딧 맨 앞에 그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림자 게임(Shadow Game, 2020)'의 후속작인 '마인드 게임'은 사실 SK..

[EIDF 2023] 'The War Diary(전쟁 일기)' 조부의 전장에서 대면한 역사와 현실

8월 21일 2023 EIDF(EBS 국제 다큐 영화제) 개막 첫날 EBS에서는 아르메니아 출신 하콥 멜코냔(Hakob Melkonyan, 1984~) 감독의 'The War Diary(전쟁 일기)'를 내보냈다. '전쟁 일기'는 프랑스와 아르메니아 합작 영화로 러닝 타임은 1시간 25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쟁 일기'를 첫 방영작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時宜適切)했다. 왜냐면 '전쟁 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에 걸친 조부(祖父)의 전투 현장을 찾아가며 4개 나라 사이의 얽히고 설킨 역사와 현실을 대면하는 동시대의 로드 무비(contemporary road movie)이기 때문이다. 하콥 멜코냔은 아르메니아 예..

뮤지컬 '영웅(英雄, Hero)' - 한국인이라면 필관 영화 안중근 장군 일대기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參謀中將) 도마(Thomas) 안중근(安重根) 장군(將軍)의 일대기를그린 영화 '영웅(英雄, Hero)'을 보러 실로 오랜만에 극장이란 곳에 갔다. 극장은 한 10년 만에 간 것 같다. 정확한 햇수는 모르지만 극장에 안간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영웅' 상영극장은 CGV였다. CGV에서는 본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상업 광고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러 온 것이지 광고를 보러 극장에 온 것은 아니잖은가! 씨지븨는 입장료로 돈 벌고, 광고로 돈 벌면서 관람객을 호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나 모르겠다. 이런 불편한 점들이 극장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역사나 소설, 영화, 연극 등은 되도록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볼 ..

[EIDF 2022] 체인지 더 네임(Change the Name) - 시카고 청소년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서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위해 싸우면 어떻게 될까? 카이 토머스(Cai Thomas)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체인지 더 네임(Change the Name)'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카이 토머스는 흑인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자기 결정, 사회적 위치 등에 천착(穿鑿)하며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다. 토머스 감독은 '넥스트 독(NeXt Doc)'과 '시스터스 인 시네마(Sisters in Cinema)'의 회원이기도 하다. '넥스트 독'은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논픽션 영화 제작자들이 함께 다양한 배경의 신인 논픽션 스토리 텔러를 모아 기술을 공유하는 단체다. '시스터스 인 시네마'는 1997년 아프리..

[EIDF 2022] 라멘 먹으러 오세요(Come Back Anytime) - 마음 따뜻해지는 라멘집 이야기

[EIDF 2022] 상영작 가운데 훈훈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있었다. 일본의 라멘(ラーメン, 拉麺, 老麺)집 부부의 일상을 담은 존 대슈바크(John Daschbach) 감독의 '라멘 먹으러 오세요'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영어 제목은 '컴 백 에니타임(Come Back Anytime, 언제든지 오세요)'. 일본어 제목은 '마타이랏샤이(またいらっしゃい, 다음에 또 오세요)'다. 2021년 작품이고, 러닝 타임은 81분이다. 대슈바크 감독은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에서 BA(Bachelor of Arts, 문학사),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MFA(Master of Fine Arts,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모국어는 영..

[EIDF 2022] 우리의 목소리(Be My Voice) - 신정체제에 저항하는 이란 여성 이야기

'혁명'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혁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국가 권력을 장악했던 계층을 대신하여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 교체의 형식', 또는 '종래의 관습, 제도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움'이다. 이란은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 아야톨라흐 이맘 코메이니)와 그 추종 세력이 이슬람 혁명(Islamic Revolution)을 일으켜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던 팔라비 샤(Mohammad Reza Shah Pahlavi) 왕조(王朝) 전제정권(專制政權)을 몰아내고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신정정권(神政政權)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혁명 주체 세력은 팔라비 왕조에 반대하는 다양한 좌파와 이슬람 단체,..

[중국영화] 산사나무 아래(山楂树之恋) -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순애보

내게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첫 사랑이 있었을까? 정말 오랜만에 아름답지만 너무나 가슴 아픈 순애보를 그린 영화 '산사나무 아래(山楂树之恋)'를 보았다. 주연 여배우 저우동위(周冬雨, 주동우)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본 저우동위는 정말 영화에서 맡은 극중 여주인공 징츄(静秋)라는 이름처럼 순진무구한 청순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저우동위가 누군지도 몰랐던 필자는 장이머우(张艺谋)라는 감독 이름 때문에 이 영화를 보았다. 중국의 봉건주의적 남성 중심의 사회를 통렬하게 고발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일본의 압제와 수탈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붉은 수수밭(Red Sorghum, 紅高梁, 1987)', 근대화되어 가는 중국에서 법치주의가 사실은 따뜻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차..

[EIDF 2022] 자화상(Self Portrait) - 거식증 환자의 삶을 위한 투쟁

'자화상(Selvportrett, Self Portrait)'은 거식증으로 요절한 사진 작가 레네 마리 포센(Lene Marie Fossen, 1986~2019)의 삶을 위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20년 노르웨이의 마그레트 올린(Margreth Olin)과 카챠 회그셋(Katja Høgset)이 공동으로 감독했다. 러닝 타임은 78분이다. IMDb 크레딧에는 영화 작가 에스펜 월린(Espen Wallin)도 감독으로 올라가 있다. 마그레트 올린은 노르웨의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영화 제작자이다. 올린의 대표작에는 'Engelen'(천사들, 2009), 'De Andre'(데 안드레, 2012), 'Selvportrett'(자화상, 2020) 등이 있다. 올린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수많은 국내..

[EIDF 2022] 쿠르드족의 5월 13일(13th of May) - 이라크 쿠르드족 학살의 역사

타리크 토피크(Tariq Tofiq) 감독의 '쿠르드족의 5월 13일'은 이라크 바트당(아랍 사회주의 부흥당 이라크 지부)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자행한 남쿠르디스탄 쿠르드족 학살 사건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터키 동남부를 북쿠르디스탄, 이라크 북부를 남쿠르디스탄이라고도 한다. 원제는 '13th of May'(서틴스 오브 메이), 러닝 타임은 24분이다. 다큐 영화 '쿠르드족의 5월 13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쿠르드족의 기원과 역사, 독립 투쟁,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쿠르드족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는 필자의 글 '쿠르드족(Kurd) 비운의 역사 - 영국과 미국, 러시아의 배신', '쿠르드족(Kurd) 비운의 역사 - 쿠르디스탄의 독립 가능성', '쿠르..

[EIDF 2022] 가자에 띄운 편지(Erasmus in Gaza) - 이탈리아 교환학생의 팔레스타인 게토 체험기

19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2022, EIDF 2022] 출품작 가운데 '가자에 띄운 편지'는 유난히 관심을 끄는 영화였다. 원제는 '에라스뮈스 인 가자(Erasmus in Gaza)'다. 에라스뮈스는 유럽연합(EU)에 속한 나라들 사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영화 제목을 직역하자면 '가자의 교환학생' 정도가 되겠다. 키아라 아베사니(Chiara Avesani)와 마테오 델보(Matteo Delbò)가 2021년에 공동으로 감독한 에스빠냐 영화 '가자에 띄운 편지'의 러닝 타임은 1시간 28분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다큐 영화 'Erasmus in Gaza'는 프랑스 작가 발레리 제나티(Valérie Zenatti)의 소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