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음악(印象主義 音樂, impressionistic music)은 1890년대부터 1910년대에 걸쳐 일어난 음악운동의 하나로 사물에서 느낀 순간적 인상을 강하게 드러내는 음악이다. 원래 프랑스의 인상파 회화와 상징주의 시에서 등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운동으로서 추진된 것이다. 음악에서는 주로 독일의 낭만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나 전통적인 화성에 의존하지 않고 유연한 작곡기법과 형식이 시도되었다. 섬세한 표현, 자극적이고도 색채감 있는 악음(樂音), 모호한 분위기 등이 인상주의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인상주의 음악가는 드뷔시, 라벨, 라흐마니노프 등이 있다.
1. 클로드 아실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클로드 아실 드뷔시는 프랑스의 작곡가로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이다. 드뷔시는 1862년 프랑스 생 제르망 앙레에서 도기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7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1세에 파리음악원에 들어갔다. 파리음악원 재학 중 차이콥스키의 후원자 메크(Meck) 부인과 함께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한 뒤 모스크바의 부인 저택에 체재 중 러시아 무소륵스키의 음악을 접했다. '탕자(蕩子, L'enfant prodigue, 1984)'로 로마 대상(大賞)을 받고, 1887년부터 말라르메의 살롱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말라르메의 살롱에서 상징파 시인,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인상주의 음악에 대한 의식이 깊어졌다. 말라르메의 시에 의한 관현악곡 '목신(牧神)의 오후에의 전주곡(1892)'으로 그의 인상파풍의 작풍은 확정되었고, 가극 'Pelléas et Mélisande(1902)'에서는 그 스스로 'le musician français'라고 했듯이 반 바그너 적, 반 튜톤적 성격이 더욱 선명해졌다. 드뷔시가 근대 음악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1). 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L.86(목신의 오후 전주곡 L.86)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드뷔시가 1894년에 쓴 관현악곡으로 그의 출세작이다. 매혹적인 관현악과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형식을 갖춘 작품이다. 플루트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하며, 절정에 이르러 모든 선율의 감정이 부드럽게 고양된다.
드뷔시는 이 곡의 악보에 '이 전주곡의 선율은 말라르메의 아름다운 시를 자유롭게 묘사하고 있다. 곡을 합성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자연에서 느껴지는 바람과 꿈이 담겨 있는 장면들이 연속해 있다.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님프와 나이아드를 따라다니는 데 싫증이 난 목신이 깊은 잠에 빠져 들고, 그 속에서 마침내 온 우주 자연을 소유하려는 자신의 꿈을 깨닫게 된다.'는 메모를 남겼다.
2). La mer L.109(바다-3개의 교향적 스케치 L109)
'바다-3개의 교향적 스케치'는 드뷔시가 소장하고 있던 동양의 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1903년에 착수하여 1905년에 완성한 관현악곡이다. 드뷔시 최대의 교향적 작품으로 ‘바다’를 제재로 한 고금의 명곡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깊이 파고드는 묘사적 수법과 주요 동기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의 인상주의 작풍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완성까지 2년을 요했지만 이 동안에는 그의 신변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즉 1904년 아내 로잘리와의 이별, 그리고 부자인 에마 바르다크 부인과의 사랑의 도피, 또한 로잘리의 자살 미수 사건이다. 이 때문에 드뷔시(프랑스)는 ‘돈 많은 여자에게 자신을 팔았다’라든지, ‘부자인 드뷔시(프랑스)는 이제 좋은 작품은 쓸 수 없을 것이다’라고 비난받으며 많은 친구를 잃고 말았다. 이러한 세상의 악평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 La Mer」의 완성에는 이례적일 정도의 신중한 고려를 기울이게 되었고 자신작을 얻을 때까지 추고(堆敲)를 반복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곡에는 ‘3개의 교향적 스케치(Trois Esquisses symphoniques)'라는 부제가 주어지고, 3개의 표제가 각 곡의 구성을 지탱하고 있다. 제1곡에 사용된 주요 동기가 제3곡에서 다시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기 때문에 순환 형식을 연상케 한다. 악기 편성은 2관 편성에 의거하여 확대된 것으로 특히 하프가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또 주요 선율은 관악기의 독주에 의한 경우가 많고, 풍성한 색채의 변화가 나타나 있다.
제1곡 바다의 새벽부터 낮까지(De l’aube à Midi sur la Mer), 제2곡 파도의 장난(Jeux des Vagues), 제3곡 바람과 바다의 대화(Dialogue du Vent et de la Mer)으로 구성되어 있다.
3). Suite bergamasque L.75(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베르가마스크 모음곡'D은 드뷔시가 1890년에 쓴 초기의 걸작 피아노 독주곡이다. 4곡으로 되어 있다. 아직 인상주의 수법이 확립되지 않아 선배들의 영향이 뚜렷하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의 인상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베르가마스크'란 제목이 붙여졌다. 제3곡 '월광(Clair de lune)'이 특히 잘 알려졌으며, 관현악곡 등으로 편곡하여 연주되는 일이 많다.
4). Children’s corner L.113(모음곡 '어린이의 세계' L.113)
모음곡 '어린이의 세계'는 드뷔시가 1906년부터 1908년까지 3년에 걸쳐 작곡한 6곡의 피아노 모음곡이다. 사교를 싫어했던 드뷔시는 혼자서 소년처럼 상상의 세계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같은 순수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세계'는 그러한 그의 성품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으로 천진 난만한 악상과 장난기가 섞인 풍자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피아노 모음곡은 당시 5세였던 그의 딸 슈슈 즉 에마에게 헌정되었다.
제1곡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Doctor Gradus ad Parnassum), 제2곡 '코끼리의 자장가(Jimbo’s Lullaby)', 제3곡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the Doll)', 제4곡 '눈송이가 춤추고 있다(The Snow is dancing)', 제5곡 '어린 양치기(The little Shepherd)', 제6곡 '골리워그의 케이크 워크(Golliwog’s Cake-walk)'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6곡은 이 모음곡 중에서 가장 알려진 걸작으로 어린이의 기괴한 환상을 교묘하고 리드미컬하게 묘사하고 있다
5). Petite suite L.65(작은 모음곡 L.65)
'작은 모음곡'은 드뷔시가 1889년에 완성한 4곡의 관현악곡이다. 인상주의의 작풍이 확립되기 전의 작품이다. 원곡은 피아노 네 손 연탄용을 바탕으로 했다. 뷔세르(Paul Henri Busser, 1872~1973)의 관현악 편곡의 성공으로 오늘날에는 거의 관현악곡으로 연주된다. '작은 배에서(En bateau', '행렬(Cortège)', '미뉴에트(Menuet)', '발레(Ballet)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곡이나 경쾌하고 고상한 정감이 넘친다.
6). Nocturnes L.91(녹턴 L.91)
'녹턴'은 드뷔시가 1898년에 쓴 3곡의 관현악곡이다. 처음에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해 계획됐는데 후에 관현악곡만으로 완성되었다. '구름(Nuages)', '축제(Fêtes)', '시렌(Sirènes)'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곡이나 인상주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렌'에는 여성 합창이 참가하여 인어의 노래를 부른다.
7). Images pour orchestre L.122(관현악을 위한 영상 L.122)
'관현악을 위한 영상'은 드뷔시가 1912년에 쓴 3곡의 관현악곡이다. 드뷔시에게는 '영상(독주곡)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3곡 있다. 제1집, 제2집은 피아노곡, 제3집이 이 관현악곡이다. 이 시기에는 그의 인상주의 작풍도 무르익어서 요염할 정도도 관능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지그(Gigues)', '이베리아(Iberia)', '봄의 론도(Rondes de printemps)'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곡은 독립해서 연주되는 일도 있는데, 특히 제2곡 '이베리아'는 스페인 정서가 널리 애호되고 있다.
8). Quatuor à cordes Op. l0, L.85(현악 4중주곡 g단조 Op. l0, L.85)
'현악 4중주곡 g단조'는 드뷔시가 1893년에 완성한 4악장으로 구성된 실내악곡이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완성되기 전 해에 작곡한 곡으로 모두 드뷔시의 초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드뷔시의 실내악곡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그의 유일한 현악 4중주곡이기도 하다. 자유로우면서도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곡을 일관하는 기본 악상은 제1악장의 제1주제에 나타나는데, 이것이 교회 선법의 하나인 프리지아 선법에 의해 작곡되어 있어 곡 전체의 신선한 인상을 주고 있다.
2.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1875~1937)
모리스 라벨은 1875년 스페인 바스크지방 시부르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때 파리로 이주했다. 14세 때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노 ·대위법(對位法)과 작곡 등을 공부하였다. 그는 고전적인 형식의 틀을 활용하는 한편 새로운 피아니즘을 개척했다. 이런 경향은 최초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1899)와 '물의 장난'(1901)에 잘 나타나 있다.
라벨은 1901년 작곡계의 등용문인 로마대상에 응모하여 2위로 입상하였다. 그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와 '거울'(1905) 등은 대담한 화성과 음색의 표현법을 확립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이국을 동경하고 환상을 좋아하는 그의 취미는 '셰라자드'(1898), '박물지(博物誌)'(1906), '마다가스카르섬의 노래'(1925∼1926) 등의 가곡과 오페라 '스페인의 한때'(1909), '어린이와 주문(呪文)'(1920∼1925), '스페인광시곡'(1907), '볼레로'(1928) 등의 관현악곡에 반영되어 있다.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된다. 새로운 화성어법(和聲語法)과 음역의 확대 등 새로운 음색법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라벨은 윤곽이 명료한 선율선(旋律線), 규칙적인 프레이즈 구조, 고전적인 형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드뷔시와는 다르다.
라벨의 주요 작품에는 위에 든 작품 외에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1912), '마 메르 루아'(1913)와 현악사중주곡,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1918), '쿠프랭의 무덤'(1917) 등이 있다.
1).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라벨이 1899년 파리음악원에 재학 중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 스페인 화가 베라스케스가 그린 젊은 왕녀의 초상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이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10년에 원곡인 피아노곡을 관현악곡용으로 편곡하여 ‘관현악의 마법사’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멋진 곡이 되었다. 라벨은 옛 프랑스의 고아한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여러 명곡을 썼다. '파반느'는 공작새가 뽐내며 걷는 모양과 비슷한 무곡이라고 할 수 있다.
2). Jeux d’eaux(물의 유희)
'물의 유희'는 라벨이 1901년에 완성한 인상주의 피아노 독주곡으로 그의 최초의 성공작이다. 이 곡은 그의 스승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에게 헌정되었다. 라벨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 Première Année)' 중의 '에스테장의 분수(Les Jeux d’Eaux à la villa d’Este)'나 '샘가에서(Au Bord d’une Source)'에서 피아노에 의한 물의 생태 묘사기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이 곡에서는 불협화음을 색채적으로 맑게 울리는 데 성공했다. 또한 시인 앙리 드 레니에(Henri de Régnier, 1864~1936)의 ‘물의 간지러움에 미소짓는 냇물의 신(Dieu fluvial riant de l’Eau qui le chatouille)’이라는 말을 곡명의 머리말로 두고, 거기에 바탕을 두어 이 곡이 씌어졌다고 한다. 라벨은 음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신선하고 대담한 색채의 화성적 감각과 결부시켜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형성해 갔다.
3). Histoires Naturelles(박물지)
라벨이 1906년에 쓴 연가곡집이다.
4). Rapsodie espagnole(스페인 광시곡, 스페인 랩소디)
'스페인 광시곡'은 라벨이 1908년에 처음으로 작곡한 관현악곡이다. 이 곡은 취할 듯한 향기와 만져질 듯한 생생함이 표현된 교향시의 걸작이다. 라벨은 1907년 말 이 교향시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스파냐에 관한 주제로 단막극 오페라인 '스페인의 한때'를 완성하였다. 당시 라벨은 이국적 소재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에스파냐의 플라멩코 춤과 무어인 소재에 크게 끌렸다. 라벨은 1895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하바네라'를 작곡하면서 이 광시곡의 탄생을 예시하였다. 13년 뒤 라벨은 '하바네라'를 '스페인 광시곡' 3악장으로 이용하였다. 우아하고 감각적인 3악장은 마치 희롱하는 듯한 선율을 담아 춤추듯 아름답다.
'스페인 광시곡의 첫 곡은 밤의 전주곡으로 달빛에 비친 실루엣, 부드러운 어루만짐, 낭만적 발산을 담고 있다. 뒤따르는 '말라게냐'는 점잔을 빼며 걷는 듯한 느낌의 왈츠로 거만한 트럼펫 사운드와 나른한 호른 사운드로 장식된다. 세 번째 곡이 '하바네라'이고, 마지막으로 생기 있는 리듬과 화려한 색채감이 담긴 '축제'가 이 곡을 마무리한다.
5). Gaspard de la nuit(밤의 가스파르)
'밤의 가스파르'는 라벨이 1908년에 완성한 기악곡이다. 라벨은 사악한 밤의 세계에 대해 노래한 베르트랑의 시를 통해 공포와 전율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곡은 대가들도 어려워할 만큼 고도의 연주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첫 악장은 인간을 유혹하여 호수 아래 자신의 궁으로 데려가려 하는 물의 요정 온딘을 묘사한다. '물의 유희'나 '거울' 모음곡의 '바다 위의 작은 배'와 같이 여기에는 물속 세계의 암흑과 위험이 잘 표현되어 있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두 번째 곡 '교수대'는 교수대에 매달려 있는 시체의 흔들림을 불안정하고 고집스러운 느낌의 음악으로 표현한다. 라벨은 세 번째 곡 '스카르보'에 사악한 요정의 모습을 과장된 기교로 묘사했다.
6). Daphnis et Chloé(다프니스와 클로에)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라벨이 1912년에 쓴 발레 모음곡이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감독은 발레 뤼스의 1909년 파리 첫 시즌 공연에 올릴 작품을 라벨에게 의뢰했다. 라벨은 안무가 미하일 포킨과 함께 작곡에 착수했다. 라벨은 포킨이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에로틱한 뉘앙스의 시나리오를 매우 거북해한 나머지 작곡에 늑장을 부려 1912년이 되어서야 초연을 할 수 있었다.
발레작으로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이 작품은 곧 고전이 되었다. 이 작품은 극적 요소도 매우 강하다. 관현악 부분은 잠시 과장되게 흥겨운 연주를 펼치다가 금세 우아하게 공중으로 치솟곤 한다. 제3부 초입부의 일출을 묘사한 부분은 톤의 색채 면에서 걸작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관악부는 곡을 안개처럼 슬며시 감싸고 있으며 현악부는 점차적으로 밝은 빛을 비춘다. 발레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떠들썩한 소용돌이는 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의 하나다.
7). Le tombeau de Couperin(쿠프랭의 무덤)
'쿠프랭의 무덤'은 라벨이 1919년에 작곡한 관현악곡이다. 1915년 초 프랑스 군 입대를 기다리던 라벨은 프랑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얻어 피아노 모음곡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 구상은 군 입대로 중단되었고, 1917년에 전역한 후에야 재개되었다. 이때는 라벨은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여러 명의 친구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등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쿠프랭의 무덤'은 추도적 작품이 되었고, 6개의 모음곡 각각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게 헌정되었다.
1919년 라벨은 매우 까다롭게 짜여진 관현악 버전을 내놓았고, 여기서 푸가와 마지막 토카타를 생략하였다. '쿠프랭의 무덤'을 언뜻 들어보면 추도 음악임을 알지 못한다. '프렐류드'는 행복감에 젖어 흐르고, '포를란'의 활기찬 리듬은 기쁨에 찬 태평함을 나타낸다. '메뉴에트'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리가동'은 기쁨에 찬 춤을 표현한다. 그러나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우수에 젖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포를란'에 등장하는 부드러운 불협화음이나 '메뉴에트'의 불길한 느낌의 갑작스러운 클라이맥스일 수도 있다.
8). Boléro(볼레로)
'볼레로'는 라벨이 1928년에 완성한 발레곡이다. 클래식 작품을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볼레로'는 무용가 이다 루빈스타인에 의해 탄생하였다. 1927년 루빈스타인은 라벨에게 그녀가 안무를 계획한 알베니즈의 '이베리아' 중 6개의 악장을 관현악적으로 편곡해 달라고 의뢰하였다. 하지만 라벨이 작곡에 착수하고 나서 다른 작곡가가 다른 안무가를 위한 편곡 작업을 위해 이미 독점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고는 낙담했다. '볼레로'가 대성공을 거두자 라벨은 오히려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다.
'볼레로'는 작은북의 반복적인 리듬 위로 돌고 도는 긴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새로운 악기들이 더해지며 결국 자신의 무게에 못 이겨 선율이 무너지는 형태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율의 강박적인 성격과 이를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킨 라벨의 천재적 발상은 청중들에게 끊임없는 감흥과 영감을 선사한다.
9). Concerto pour piano et orchestre(피아노 협주곡 G장조)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라벨이 1931년에 완성한 3악장으로 구성된 걸작이다. 미국 연주 여행에 성공한 라벨은 새롭게 피아노 협주곡을 써서 다시 도미 연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손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 1887~1961)으로부터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작곡 의뢰가 있었다. 라벨은 이와 때를 같이하여 2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썼는데, 두 곡 다 그의 음악의 마지막 찬란함을 나타내는 걸작이다. 고전 형식에 현대풍의 유희적 감각을 교묘하게 담은 'G장조' 쪽이 보다 널리 애호되고 있다.
악기 편성은 소규모인데 캐스터네츠를 사용한 타악기군과 지휘봉의 사용이 날카로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1악장 Allegramente(쾌활하게), 제2악장 Adagio assai, 제3악장 Presto로 구성되어 있다.
10).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라벨이 1930년 단일 악장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의 의뢰로 작곡했다. 피아노와 작곡 기법의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는 곡이다.
11).Introduction et allegro(서주와 알레그로 G플랫장조)
'서주와 알레그로 G플랫장조'는 라벨이 1806년에 완성한 실내악곡이다. 악기 편성은 현악 4중주, 플루트, 클라리넷, 하프로 구성된다. 인상주의의 영향을 보이는 우미하고 세련된 소품이다.
12). Piano Trio in A minor(피아노 3중주곡 A단조)
'피아노 3중주곡 A단조'는 라벨이 1914년에 쓴 4악장의 실내악곡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군을 가까이 앞두고 완성한 작품으로 제3악장에 5음 음계에 의한 파사칼리아를 가졌으며, 우울하고 어두운 정열을 숨기고 있다.
13). Sonatine(소나티네)
'소나티네'는 라벨이 1905년에 작곡한 3악장의 독주곡이다. 프랑크 풍의 순환 형식을 응용한 소곡이다. 교회 선법을 연상케 하는 선율을 사용하면서 대체로 고전적인 구성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고전 취미에 대한 라벨의 경향을 나타낸 작품이다.
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khmaninov, 1873~194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로 피아노곡에 걸작이 많다. 라흐마니노프는 1873년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피아노를 익혔고, 1882년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에 입학, 1888년부터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 외에 타네예프(Sergey Ivanovich Taneyev, 1856~1915), 아렌스키(Anton Stepanovich Arensky, 1861~1906)에게 작곡법을 배웠다. 1892년 졸업연도에 썼던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 c샵단조'가 후에 런던에서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1899년 런던 필하모니 협회의 초대를 받아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로서 인정받게 되었고, 피아노 협주곡의 작곡을 의뢰받았다.
1897년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초연된 '교향곡 제1번'(1895)은 혹평을 받았다. 1901년 라흐마니노프는 명작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하여 글린카 상을 받았다. 1906년 드레스덴으로 옮겨 '교향곡 제2번', '피아노 소나타 제1번', 교향시 '죽음의 섬(Ostrov myortvikh)'을 완성했다. 1909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는 한편 '피아노 협주곡 제3번'(1909)을 뉴욕에서 초연했다.
1910년 귀국하여 모스크바 대극장, 마린스키 극장의 지휘자도 역임했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핀란드로 망명해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재미중 '피아노 협주곡 제4번'(1927),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1934), '교향곡 제3번'(1936) 등의 명곡을 썼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전통을 충실히 지키려하는 보수적 경향이 강하지만,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음악성을 강하게 내세워 서정성의 색채가 풍부하다.
1).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2 in c minor, Op.18(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Op.18)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Op.18'은 라흐마니노프가 1901년 자신이 피아노를 맡아 초연한 작품이다. 1904년에는 이 곡에 대해 글린카 상이 주어졌다. 심오한 감정과 긴장된 힘이 넘치고 시적 정서에 찬 작품이다. 전곡에 넘치는 빛나는 예술성은 라흐마니노프의 천재성을 보여 준다.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제1번 피아노 협주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곡이다.
제1악장 Moderato
첫머리에서 먼저 웅장한 느낌을 담아 피아노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전관현악이 연주하는 주요 주제의 길잡이이다. 유창한 가락이 열정적으로 급히 연주되어 각 악기로 옮아 간다. 제2주제는 매혹과 시정이 넘치고, 이것이 제1주제와 반복된다. 곡은 바뀌어 행진곡조가 되면서 극적인 종말로 이끌려 간다.
제2악장 Adagio sostenuto
이것은 라흐마니노프의 천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악장으로, 꿈꾸는 듯한 느린 조가 법열의 고요를 포함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scherzando
매우 현란하고 웅장한 끝악장인데, 절정으로 올라가는 진행이 빚어내는 훌륭함은 기법의 극치와 표현의 묘를 다하고도 남음이 있다.
2).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3 in d minor, Op.30(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Op.30)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Op.30'은 라흐마니노프가 1909년 모스크바의 러시아 음악협회 부회장과 교향곡 연주회 지휘자로 재임하던 무렵에 쓴 것이다. 그는 편지 속에서 '특히 미국을 위해서 썼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같은 해에 미국에 건너가 12월 28일 뉴욕에서 열린 월터 다므로시와의 합동 연주회에서 그 자신이 피아노를 맡아 초연하였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anto
관현악의 서주에 이어 엄숙하고 씩씩한 주제가 피아노로 나온다. 그 특유의 스타일이 전개된 뒤 아름다운 정취가 중간에 묘사되는데, 이 아름다움은 차이콥스키의 내성적인 애수미를 상기시킨다. 이윽고 곡은 또다시 불꽃을 튀기는듯한 화려한 카덴짜로 들어가 기교의 경지를 이룬다.
제2악장 Adagio
목관악기를 마음대로 활약시키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 위에 수정처럼 빛나는 진행을 배치해 맑은 악상을 그려내고 있다. 피아노는 생기에 차고, 분위기는 발랄하다.
제3악장 Finale-Alla breve
러시아의 축제임을 연상케 하는 첫머리의 정취는 이윽고 무거운 화현에 의해 변화해 간다. 교회당의 종루(鐘樓)에서 높이 울려 퍼지는 음을 상기시키지만 얼마 후 첫머리의 정취가 되돌아오고, 제2주제가 피아노에 의해서 연주된다. 피아노는 가볍고 교묘한 진행을 계속하여 그 분위기를 고조시켜 종결로 나아간다.
3).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라흐마니노프가 1934년 여름 스위스로 피서를 가서 쓴 곡이다. 1934년 8월 24일에 완성하여 같은 해 11월 7일 자신이 피아노를 맡고, 스토코프스키가 지휘를 맡아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이탈리아의 파가니니는 유럽 최고의 바이올린 주자로 작곡에서도 뛰어난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24곡으로 이루어진 '카프리치오'가 유명하다. 소품이지만 각각 아름다운 가락으로 이루어졌고, 그 가락이 파가니니의 귀재에 의해서 바이올린의 세계에 탁월한 효과와 주법을 개척했다. 그 이래 많은 작곡가들이 이 곡에서 주제를 따서 여러 명곡을 작곡했으며, 라흐마니노프도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의 주제를 사용하여 랩소디를 완성했다.
이 곡은 전관현악의 짧은 서주 뒤에 최초의 변주가 시작되고, 이어 제2변주가 호른과 트롬본의 부드러운 반주 위에서 피아노에 의해 제시된다. 이와 같이 변주는 3, 4, 5로 차례차례 계속되어 피아노에서 현악기로, 현악기에서 관악기로 교묘히 분위기를 기복시켜 간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그 곡의 정취 사이에 리스트가 '죽음의 무곡'에 사용했던 슬픈 '분노의 날'의 가락을 안배하여 한층 그 효과를 깊이하고 있다.
4). Prelude in c# minor, Op.3, No.2(전주곡 c#단조 Op.3, No.2)
'전주곡 c#단조 Op.3, No.2'는 라흐마니노프가 19세 때인 1892년에 쓴 작품이다. 축제일에 모스크바의 크레믈린 궁전의 종소리를 듣고 느낀 것을 소품으로 간추린 것이라고 한다. 전주곡 형식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악상을 담은 소품이다. 전주곡은 모두 24곡이 있고, 그 중 이 c#단조가 대표적이다. 원곡은 피아노곡이지만 관현악곡 혹은 실내악곡 등 여러 가지로 편곡되어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쇼팽을 모방하여 24개의 전주곡을 작곡했다. 그는 작품23번 10곡, 작품3번의 1곡, 작품32번 13곡 등 모두 24곡의 전주곡을 썼으며, 어느 것이나 평균율의 음계가 다른 조성으로 작곡되어 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와 깊은 친분을 가졌던 알렉산드르 지로티에게 헌정되었다.
5). Prelude Op.23(전주곡 Op.23)
'전주곡 Op.23'은 10개의 작은 전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 F샤프 단조 라르고
쇼팽의 전주곡에 가까운 스타일로 작곡된 곡 가운데 하나로 자유롭게 구성된 작품. 16분음표의 단순한 분산화움을 반주로 하여 오른손으로는 서정적인 선율이 물결처럼 흘러나간다.
2. B플랫 장조 마에스토소
3부 형식의 웅장한 전주곡. 왼손의 현란한 아르페지오 위에 오른손은 힘찬 주제를 노래부르며 시작한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양손의 역할이 바뀌어 왼손에 애조 띈 선율이, 오른손은 이를 장식해 나가고, 이어 1부가 반복되는 3부가 시작되기 직전 전조를 통해 재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3. D단조 템포 디 미뉴엣
육중한 화음이 날렵하게 진행되어 아이러니컬한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주제가 지나가고, 이후 대위법적인 진행이 적절한 무게감을 실으며 스트레토(stretto)를 통해 긴장감을 더한 뒤 주제를 반복하며 끝을 맺는다.
4. D장조 안단테 칸타빌레
셋잇단음표의 완만한 리듬으로 시작하며 오른손의 애수 띈 선율과 베이스 라인의 분산화음이 어우러져 녹턴풍의 스타일을 견지한다.
5. G단조 알라 마르치아
‘행진곡풍으로’라는 지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전주곡은 [Op.3 No.2]와 더불어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다. 명확한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행진곡풍의 리드미컬한 주제 선율로부터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가는 대목은 전형적인 라흐마니노프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울한 서정을 거쳐 마지막 재현이 위풍당당하게 끝난 뒤 덧붙여진 3소절 정도의 사그러지는 듯한 짧은 코다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6. E플랫 장조 안단테
서정적인 주제가 오른손을 중심으로 분산화음처럼 진행되고, 이후 확대, 발전하며 반음계적인 시퀀스를 통해 약간의 감정적 동요를 보여준다. 이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상시키는 듯한 음형과 분위기를 자아내며 16분음표의 잔잔한 물결을 따라 끝을 맺는다.
7. C단조 알레그로
레가토로 빠르게 흘러가는 16분음표의 패시지와 C음을 강조하는 오르간적인 울림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중후한 선율과 장식적 선율이 대비를 이루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침잠해들어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8. A플랫 장조 알레그로 비바체
토카타풍의 짧은 전주곡으로서 쇼팽의 연습곡을 연상시키는 듯한 화려함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16분음표의 분산화음을 오른손으로 연주하고 주선율을 왼손이 반주 형식으로 노래부르며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뒤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9. E플랫 단조 프레스토
기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전주곡 가운데 하나로서 대위법적인 진행을 바탕으로 극도로 섬세한 다이내믹 컨트럴과 음영 조절을 요구한다. 오른손은 3도와 6도, 2도와 4도를 트릴처럼 동시에 연주하며 왼손은 이 음형을 아르페지오적으로 펼쳐놓은 듯한 장대한 멜로디가 펼쳐지는, 진정한 비르투오소를 위한 전주곡이다.
10. G플랫 장조 라르고
[전주곡 Op.23]을 마무리하는 느린 악곡으로서 단순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왼손의 주제가 오른손의 싱코페이션 코드의 반주를 받으며 진행, 2부에서는 반음계적 화성이, 마지막 3부에서는 왼손의 셋잇단음이 주제를 다시 노래부르며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 끝을 맺는다.
201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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