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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기행 - 보성 율포솔밭해변을 찾아서

林 山 2016. 12. 12. 16:01



남도기행 마지막날 보성군 미력면 초당리 주현마을 숙소에서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초당마을에서 가까운 율포솔밭해변으로 해돋이를 보러 갔다. 보성군 회천면 율포리에 자리잡은 율포솔밭해변은 청정해역 보성만(寶城灣) 바다를 끼고, 1.2km에 이르는 금빛 모래밭과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풍광이 매우 아름다왔다.


보성 율포솔밭해변


율포선착장 너머 보성만 동쪽 수평선에는 여명으로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평선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구름 위로 새빨간 불덩어리가 올라오면서 해돋이가 시작되었다. 일순간 보성만의 드넓은 바다가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물들면서 눈부신 대광명이 온누리에 퍼져 나갔다. 해돋이는 언제 바라보아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율포솔밭해변에서 바라본 보성만 득량도


율포솔밭해변은 작은 어촌 마을이지만 199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보성읍 봉산리 대한다원의 보성녹차밭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율포솔밭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율포솔밭해변에는 보성만의 심한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아무 때나 해수욕을 즐길 수 없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3천 평 규모의 인공 해수풀장이 조성되어 있다. 2천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해수풀장에는 81m의 터널튜브형 슬라이드와 해적선, 유수풀 등의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지하해수탕과 보성산 녹차 추출물을 이용한 해수녹차온천탕은 탕 안에서 바다 경치를 바라보면서 목욕을 할 수 있다.


율포솔밭해변에서 바라본 보성만 득량도


예전에는 고흥반도(高興半島)와 장흥반도(長興半島) 사이의 전체 해역을 득량만(得粮灣)이라고 했다. 보성만의 이름과 구획이 설정된 이후 득량만은 북동쪽 끝 부분만을 일컫게 되었다.


파도가 잔잔한 득량만은 양식에 적합하여 김이나 굴 양식이 활발하다. 고흥군 대서면 남정리와 보성군 조성면 예당리 사이에는 득량만방조제, 고흥군 고흥읍 호동리와 두원면 풍류리 사이에는 고흥만방조제가 건설되어 드넓은 간척평야가 조성되었다. 득량만에는 고흥군 대서면 안남리의 장선해수욕장, 두원면 대전리의 대전해수욕장, 두원면 풍류리의 풍류해수욕장 등 세 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득량만의 가장 안쪽에는 고흥군 남양면의 우도(牛島)와 무인도인 각도섬, 하구룡도, 중구룡도, 상구룡도 등의 작은 섬이 있다. 


보성만은 득량만의 아래 남서쪽 만 전체를 일컫는다. 해안을 따라 굴이나 김 양식이 성하며, 봄과 여름에는 제주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조기, 갈치, ·삼치, 도미, 민어, 전갱이 등이 많이 잡힌다. 보성만에는 율포해수욕장을 비롯해서 장흥군 안양면 수문해수욕장, 고흥군 도덕면 용동해수욕장 등 세 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보성만의 내만에는 득량도(得糧島), 장재도(長財島), 실억도, 자라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있고, 외만에는 소록도(小鹿島), 거금도(居金島), 금당도(金塘島), 노력도(老力島) 등의 큰 섬들이 있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장흥군의 동해안에는 삼산방조제, 정남진방조제 등이 건설되어 넓은 간척지가 조성되었다.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 본토와 노력도는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다.   


율포솔밭해변에서 바라본 율포항


보성 율포항


보성 율포항


율포솔밭해변 서쪽 끝에는 율포항이 있다. 율포항은 1972년 3월 7일 지방어항으로 지정되었다. 태풍의 발생으로 기상이 악화될 경우 인근의 어선 100여척의 대피항으로도 이용된다. 율포항은 전어(錢魚)가 많이 잡혀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 등과 함께 가을철 전어축제로도 유명하다.


전어를 전어(全魚), 전어(剪魚)라고도 한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전어는 청어목 전어과의 난류성 어류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내려갔다가 4월 경 남해안으로 올라오기시작하여 7월까지 산란을 한다. 4~7월 경 산란기의 전어는 살이 푸석하고 맛도 없다. 산란을 마치고 왕성한 먹이활동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8월 중순 이후의 전어가 기름지고 고소하며 맛이 좋다.


보성에서 잡히는 전어가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성은 보성만과 득량만, 여자만(汝自灣)의 바다를 끼고 있다. 보성 어민들은 주로 보성만과 득량만에서 전어를 잡고 있다. 그런데, 전어는 잡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먹이도 무시할 수 없다. 전어는 내만(內灣)이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구의 기수역(汽水域)에서 주로 플랑크톤과 갯바닥의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는다. 보성만과 득량만, 여자만은 갯벌이 잘 발달해 있어서 전어의 먹이가 풍부한 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보성 전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난 것이다.


양식 전어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광어와 우럭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전어를 찾으면서 공급량이 달리자 양식이 시도되었다. 양식 전어의 본격적인 출하로 소비자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전어를 맛볼 수 있게 것이다.


전어회


남도기행 첫날 율포솔밭해변 전일횟집에서 맛본 전어회와 전어구이, 전어회무침, 전어횟밥은 정말 일미였다. 보성이 전어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율포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율포솔밭해변


보성 율포솔밭해변에서 필자


율포솔밭해변에서 보성만에 떠 있는 득량도를 바라보다. 득량도는 면적 1.75㎢, 해안선길이 6.5㎞, 최고봉은 성재봉(223m)이다. 도양읍 신흥마을 서쪽 3㎞ 해상에 위치한다. 득량도는 원래 장흥군에 속했던 섬인데, 1896년에 완도군에 편입되었다. 이후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시대인 1914년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개편 때 고흥군 도양읍에 편입되면서 득량리로 되었다.


'난중일기(亂中日記)'에는 조일전쟁 당시 이순신 장군이 도양 둔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벼 1,120석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득량도가 장흥부의 목장과 함께 도양 둔전의 일부였음을 시사하는 기록이다. 득량도라는 이름도 이 섬에서 식량을 얻었다는데서 유래한다.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풀을 엮어 성재봉 산마루에 쌓아 왜군들에게 그것을 군량미로 속인데서 유래하였다는 설이다. 지금도 성재봉에는 옛 성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여행의 원동력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다. 남도에 대한 호기심은 나로 하여금 보성, 장흥, 화순, 순창으로 이끌었다. 이번의 남도기행은 남도의 멋에 취하고 맛에 흠뻑 취한 여행이었다. 보성만 해돋이의 장관을 가슴에 안고 귀로에 오르다.   


2016.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