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영화 '미션(The Mission)'을 보면서 종교와 제국주의를 생각하다

林 山 2017. 9. 14. 10:52


미션(The Mission) -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


케이블 채널에서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 영화 '미션'을 보았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백인 식민주의자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끝까지 본 적이 거의 없다. 영화는 제국주의 서구 열강 스페인과 포르투갈 군대가 남미 아마존 정복 쟁탈전을 벌이면서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학살과 범죄행위들을 보여준다. 실제 역사는 영화보다도 훨씬 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참혹하다. 


영화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과라니족에 대한 선교 활동을 숭고하게 그리고 있지만, 기독교가 제국주의의 앞잡이 역할도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식민지시대 때 기독교가 일본의 앞잡이 역할을 한 사실이 있다. 이종교의 선교는 결국 원주민들의 토착신들을 몰아내고, 그들의 얼과 말, 고유의 신앙을 빼앗는다. 그런 다음 중동 사막의 신을 숭배하게 만든다. 원주민들은 그들을 정복한 백인들의 정치권력에 지배당하고, 선교 종주국 로마교황청의 신앙권력, 종교권력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신은, 종교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하고 거대한 허구일 수도 있다.


영화는 가브리엘 신부(제래미 아이언스 분)의 비폭력 무저항주의 선교 방식과 로드리고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 분), 필딩(리암 니슨 분) 수도사의 과라니족 군대 조직을 통한 무장투쟁 방식을 보여준다. 결국 가브리엘 신부도 멘도자, 필딩 수도사도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백인 침략자들의 총탄에 쓰러진다. 원주민들 중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가 되어 동족을 학살하는 장면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시대 때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던 친일민족반역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멘도자, 필딩 수도사의 무장투쟁론은 후에 남미 해방신학의 뿌리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체스코 교황도 해방신학자로 로드리고와 필딩 수도사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해방신학을 지지한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역사는 냉혹하다. 아메리카 대륙은 통째로 백인들에 의해 약탈당했다.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 학살의 역사에 다름아니며, 남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최근에서야 흑인 대통령이 나왔고, 남미에서도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얼마 전에 나왔다. 그러나, 정치, 경제 권력은 여전히 백인들의 손아귀에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자력으로 해방되지 못하고 미군에 의해 광복을 맞았다.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지사들을 탄압하고 고문하던 친일민족반역자들은 권력의 냄새를 맡고 재빨리 미국에 붙었다. 미국의 앞잡이로 변신한 친일민족반역자들은 진보 인사들을 암살하고, 개혁 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오늘날 한국의 주요 보수정치 세력들은 친일파에서 변신한 친미파들의 후예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들의 종주국은 식민지시대 일본에서 지금의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화 '미션'을 볼 때마다 불편했던 것은 같은 인간임을 부정하게 만드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내내 지켜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지워버리고 싶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오버랩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영화 '미션'을 그럭저럭 끝까지 다 봤다.



 Ennio Morricone - The Mission Main Theme (Morricone Conducts Morricone)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은 정말 좋다. 나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은 영화는 아마 거의 다 본 것 같다. 2007년 10월 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엔니오 모리꼬네 내한공연도 직관했다. 80세의 거장이 직접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전해준 그 감동은 지금도 내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2017.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