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林 山 2018. 1. 30. 09:27

<볼레로(Bolero)>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1928년 에 완성해서 이다 루빈슈타인(Ida Rubinstein, 1885~1960)에게 헌정한 발레곡이다. 초연은 1928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발터 슈타람의 지휘로 이뤄졌다. 〈볼레로〉는 라벨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 당시 유명 안무가 이다 루빈슈타인의 의뢰로 작곡된 발레음악이다. 이 곡은 프랑스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Les Uns et les Autres)'에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London Symphony Orchestra, Valery Gergiev(발레리 게르기예프)


편성은 피콜로, 플루트 2,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 2, 바순 2, 콘트라바순, 호른 4, 피콜로 트럼펫, 트럼펫 3, 트롬본 3, 베이스 튜바, 팀파니, 스네어 드럼 2, 베이스드럼, 심벌즈, 탐탐, 첼레스타, 하프, 소프라노 색소폰, 오보에 다모레, 현악기로 되어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Herbert von Karajan,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New Year's Eve of 1985 in Berlin


당시 유명한 안무가였던 이다 루빈슈타인 여사가 의뢰한 것은 알베니스의 〈이베리아〉(1905~1908)를 관현악으로 편곡해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으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결국 라벨이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다. 애초에 의도되었던 것처럼 라벨 역시 스페인의 색채를 연출하기 위해 스페인의 민속 춤곡인 볼레로 리듬을 도입했다. 그러나 〈볼레로〉는 스페인적 색채보다는 그 파격적인 구성과 혁신적인 실험들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Conuctor : 정명훈(Chung Myung-Whun),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12th, April, 2012. Korean Art Centre Concert Hall,Seoul Korea.


1928년 11월 22일 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는 니진스카가 연출한 발레 〈볼레로〉가 초연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관객들이 그토록 충격을 받았던 것은 발레 자체의 내용이나 안무보다는, 라벨이 작곡한 음악 때문이었다. 심지어 한 여성은 “라벨이 미쳤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 말을 전해들은 라벨은 오히려 미소 지으며 “내 음악을 제대로 이해했다”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큼, 라벨은 〈볼레로〉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음악어법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 새로운 음악어법은 스페인 풍 색채 보다 ‘파격적인 구성’으로 인한 것이었다. 당시 청중들은 ‘이국주의 열풍’에 익숙해 있었다. 이미 다른 많은 작품이 스페인을 비롯한 이국적 음악의 차용을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라벨 자신도 〈볼레로〉를 작곡하기 이전에 이미 〈스페인 랩소디〉(1908) 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자신의 스페인-바스크 혈통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바 있었다. 그러나 〈볼레로〉의 파격적인 지점은 오히려 기존 ‘기-승-전-결’의 관습을 넘어서 반복이라는 새로운 구조적 미학을 보여준 데 있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Daniel Barenboim, The West–Eastern Divan Orchestra, BBC Proms 2014


〈볼레로〉는 라벨이 그동안 시도해왔던 ‘반복의 미학’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하겠다. 이미 〈밤의 가스파르〉(1908)에서 시도했던 반복기법은 〈볼레로〉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15분여 동안 오케스트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제까지 ‘주제의 발전’이라는 개념에 친숙해 있던 청중들에게 이 집요한 반복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는 또한 라벨 자신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음악세계로 인한 것이기도 했다.


흔히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이끈 작곡가로 분류될 만큼 감각적인 색채감을 강조하지만, 라벨의 음악은 인상주의라는 사조로만 특징지을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라벨은 대칭적인 선율구조와 형식을 선호했으며, ‘균형감과 놀라움의 요소’를 지닌 모차르트를 이상적인 작곡가로 여겼다. 또한 바로크 음악과 초기 낭만주의 음악에도 심취했으며, 당시의 이국주의 풍조에도 영향을 받아 스페인 음악 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이나 가믈란 음악에도 관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의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화성의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음악어법을 모색했다. 라벨의 이러한 다채로운 음악적 배경이 〈볼레로〉의 독특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볼레로〉는 고전주의적인 대칭적인 선율구조와 간결함과 명료함, 인상주의적인 특징인 색채와 리듬에 대한 강조 뿐 아니라 라벨 특유의 현대적인 감각이 생생히 녹아들어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Boléro(볼레로)

Gustavo Dudamel, Wiener Philharmoniker at Lucerne Festival 2010


라벨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피아노를 기반으로 먼저 곡을 쓴 뒤 오케스트라로 편곡했다. 이 과정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나 빌라로보스 등 당대의 많은 음악가들을 매료시켰던 라벨의 탁월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스트라빈스키가 ‘스위스 시계공’이라고 표현할 만큼이었는데, 이를 통해 라벨의 완벽주의 성향을 여실히 드러내며 정교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보여준다. 이처럼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이 작품의 혁신적인 구성과 어우러져 극대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볼레로 리듬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리듬 오스티나토를 기반으로 단 하나의 주제선율을 반복하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금관악기와 타악기, 건반악기를 포함한 대규모 편성을 통해 지속성과 변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연출한다. 


프랑스적인 색채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당시 독일음악에서 선호되었던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사용을 지양했던 드뷔시와는 달리, 라벨은 이 작품에서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풍부하게 사용하면서도 프랑스적인 색채감을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게 연출하고 있다. 먼저 플루트에서 제시되는 주제선율은 점차 클라리넷, 바순, 오보에 다모레, 트럼펫, 색소폰, 호른, 트롬본 등이 가세하면서 더욱 강하고 두터운 음향층을 만들어낸다. 주제선율은 고집스럽게 C장조를 유지하지만, 그동안 다른 악기들은 여러 가지 조성을 탐색한다. 이처럼 집요한 반복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연출하다가 마지막 종지를 앞두고 베이스드럼과 심벌즈, 탐탐이 등장하면서 음악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이제까지의 긴장감을 카타르시스로 이끈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작법이었던, 반복구조를 통해 절정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이후 미니멀리즘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클래식 백과)


2017.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