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중순경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만항재 야생화공원을 돌아보는데, 문득 갓 피어난 노란색 꽃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한계령풀이었다. 한계령풀은 설악산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학계에 최초로 보고된 식물에는 처음 발견된 자생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지리바꽃이나 한라돌쩌귀, 설악눈주목처럼 한계령풀도 그런 경우다.
한계령풀은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한계령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레온티스 마이크로린차 에스.무어(Leontice microrhyncha S.Moore)이다. 영어명은 리틀비크드 레온티스(Littlebeaked Leontice), 일어명은 히메루이요우보탄(ヒメルイヨウボタン)이다. 북한명은 메감자이다. 꽃말은 '보석'이다.
함계령풀은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의 동북 지방, 몽골,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강원도 태백시와 동해시, 인제군, 정선군 등의 산지에 자생한다. 점봉산 지역에 가장 넓게 분포하며, 금대봉,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넓게 분포한다. 백두산, 오대산, 가리왕산에도 자란다. 계곡의 사면이나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자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지정번호 식-65)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한계령풀의 뿌리는 땅속 깊이 곧추 들어가고, 알줄기가 달린다. 콩나물처럼 생긴 긴 새뿌리 끝에 둥근 감자 모양의 덩이뿌리가 달려 있다. 이것이 본 뿌리인데,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다. 줄기의 키는 30~4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없다. 탁엽은 잎 같으며 반원형 또는 원형으로서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잎은 1개가 달리고 1cm 정도에서 3개로 갈라진 다음 다시 3개씩 갈라지는 2회3출복엽이며, 작은잎자루는 길이 4~5cm이다. 소열편은 중앙부의 것은 엽병이 있고, 옆의 것은 엽병이 거의 없다. 중앙열편은 타원형이고 엽병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원두이다.
꽃은 4~5월에 원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여러 개의 노란색 꽃이 핀다. 첫째 꽃자루는 길이 3cm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진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은 꽃자루의 길이가 3~4cm로서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포는 잎 같으며 거의 둥글다. 꽃이 피고 난 뒤 지상부는 고사한다. 열매는 둥글다.
한계령풀은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초물분재로 적당하다. 고산성 식물이긴 하나 재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식물이다. 하지만 대량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지피식물이나 정원의 관상용 소재로는 알맞지 않다. 덩이뿌리는 식용 또는 약용한다. 민간에서 덩이뿌리를 폐결핵 치료약으로 쓴다.
2021. 6. 21.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