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고추

서양의 대표적인 향신료에 후추가 있다면 동양에는 고추가 있다. 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대표적인 향신료다. 한국인들의 밥상에 풋고추나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풋고추는 날것 그대로 훌륭한 반찬이나 술안주가 된다. 고춧가루는 각종 찌개나 국에 빠질 수 없는 향신료다. 고추 장아찌나 튀김도 인기있는 반찬이다. 고추장이 없는 식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붉은색이 태양이나 불을 상징하며, 잡귀를 쫓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붉은 고추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쓰였다. 민간에서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 등을 담근 뒤에 새끼에 빨간 고추와 숯을 꿰어서 독에 둘러 놓거나 고추를 독 속에 집어넣는 것은 장맛을 나쁘게 만드는 잡귀를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경북 동해..

야생화이야기 2021.10.08

별꽃

2021년 5월 15일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퇴근하는 길에 충주시 연수동 연원시장 시멘트 포장도로변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별꽃을 만났다. 쬐그만 하얀색 꽃이 귀여웠다. 도심에서도 별꽃 같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 가운데 하나다. 별꽃이란 이름을 가진 식물에는 쇠별꽃, 실별꽃, 왕별꽃, 개별꽃, 큰개별꽃, 참개별꽃, 숲개별꽃, 긴개별꽃, 덩굴개별꽃 등 상당히 많다. 별꽃류와 개별꼴류는 같은 석죽과(石竹科, Caryophyllaceae)이다. 하지만 별꽃류는 별꽃속, 개별꽃류는 개별꽃속으로서 속(屬)이 다르다. 별꽃은 중심자목 석죽과 별꽃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텔라리아 메디아 (린네) 빌라르[Stellaria media (L.) Vill.]이다. 영어명은 칙..

야생화이야기 2021.10.07

상추 '나를 해치지 마세요'

한반도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생야채라면 단연 상추가 아닐까 한다. 시골에서는 채마밭에 상추를 키우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쌈밥이나 생선회,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에 상추는 빠질 수 없는 채소다. 한반도인들의 식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채소이면서도 정작 상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상추를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2002년 7월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 북한) 금강산(金剛山)으로 여행을 갔을 때다. 강원도(江原道) 고성군(高城郡) 장전항(長箭港)에 도착해 온정리(溫井里)에 있는 음식점 온정각(溫井閣)에서 첫 식사를 하는데 생야채로 배추와 상추가 나왔다. 배추와 상추는 남한의 현대(現代)와 북한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

야생화이야기 2021.10.06

바위솔(瓦松, 와송)

악성 신생물(惡性新生物, 癌, 암, cancer) 환자에게 처방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한의원 건물 뒤편 텃밭에 바위솔(瓦松, 와송)을 재배하고 있다. 생육 환경이 적당해서 그런지 약포의 바위솔 개체수가 제법 많이 늘어났다. 바위솔은 유근피(楡根皮), 하고초(夏枯草), 건칠(乾漆)과 더불어 흔히 항암(抗癌) 4대 본초(本草)로 꼽힌다. 항암 5대 본초는 여기에 상기생(桑寄生)이 하나 더 들어간다. 상기생 대신 자목피(柘木皮)를 넣기도 한다. 바위솔은 장미목 돌나물과 바위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오로스타치스 저파니카 (맥심.) 앨빈 베르거[Orostachys japonica (Maxim.) A.Berger]이다. 영어명은 오로스타치스(Orostachys) 또는 록 파인(Rock pine)이다. 일어..

야생화이야기 2021.10.05

명아주

2021년 5월 2월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충주시 연수동 장안빌딩 앞 보도 블럭 사이에 뿌리를 내린 명아주를 만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명아주도 질경이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나 '경국대전(經國大典)' 등 옛 문헌을 보면 신라시대 때부터 청려장(靑藜杖)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임금이 내리는 조장(朝杖)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해마다 10월 2일(노인의 날)이 되면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선물로 준다. 그 청려장이 바로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다. 명아주 줄기는 가볍고 단단해서 지팡이를 만드는 최적의 재료로 알..

야생화이야기 2021.10.02

질경이

2021년 5월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퇴근하는데, 문득 보도 블럭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질경이가 눈에 들어왔다. 질경이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길에 수없이 짓밟힌 흔적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질경이는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꿋꿋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질경이를 바라보며 그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질경이는 차나 사람에게 숱하게 밟혀도 '질기게' 잘 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질경이를 중국에서는 츠치엔(车前, 車前, 차전) 또는 츠치엔차오(车前草, 車前草, 차전초)라고 한다. 질경이가 츠치엔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유래는 이렇다. ​ 광우띠(光武帝) 류슈(刘秀, 劉秀)를 도와 허우한(后汉, 後漢)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창업공신에 마우(马武, 馬..

야생화이야기 2021.09.30

노린재나무(황회목, 黃灰木) '동의'

2021년 5월 초순도 끝나갈 무렵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에는 때마침 눈송이처럼 하얀 노린재나무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이름이 왜 노린재나무인지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린재나무는 황회목(黃灰木)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가을에 이 나무의 잎을 태우면 노란색의 재를 남기는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노린재나무는 감나무목 노린재나무과 노린재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심플로코스 치넨시스 에프. 필로사 (나카이) 오위[Symplocos chinensis f. pilosa (Nakai) Ohwi]이다. 영어명은 에이션 스윗리프(Asian sweetleaf), 일어명은 사와후타기(サワフタギ, さわふたぎ, 沢蓋木), 중국명은 바이탄(白檀)이다. 노린재나무를 황회목(黃灰木)이라고도 한..

야생화이야기 2021.09.29

좀씀바귀

2021년 5월 초순경 야생화 탐사를 하려고 월악산 만수골에 들렀다. 때마침 탐방로 바위 곁 응달진 곳에는 노란색 좀씀바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좀씀바귀는 앙증맞고 귀여우면서도 가녀린 모습으로 다가왔다. 좀씀바귀는 보통 씀바귀에 비해 줄기와 잎, 꽃이 모두 작고 전체적으로 왜성(矮性)이다. 그래서 '좀'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좀씀바귀는 초롱꽃목 국화과 선씀바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익세리스 스톨로니페라 아사 그레이(Ixeris stolonifera A.Gray)다. 영어명은 크리핑 익세리스(Creeping ixeris) 또는 익세리스 스톨로니페라(Ixeris stolonifera)이다. 일본 사이트에는 영어명이 크리필 레티스(creeping lettuce), 재퍼니즈 호쏜(Japanese h..

야생화이야기 2021.09.28

갈퀴덩굴

갈퀴덩굴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면서 잡초 취급을 받는 식물이다. 꽃이 작아도 너무 작아서 화초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퀴덩굴은 잎이 갈퀴처럼 돌려나고 줄기가 덩굴처럼 자란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잎이 돌려난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갈퀴를 꼭 닮았다. 갈퀴덩굴은 용담목 꼭두서니과 갈퀴덩굴속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갈리움 스푸리움 바. 에치노스페르몬 (발로스.) 하이에크[Galium spurium var. echinospermon (Wallr.) Hayek]이다. 영어명은 마린 카운티 베드스트로(Marin county bedstraw) 또는 클리버즈(cleavers), 구스 그라스(goose grass), 캐치위드(catchweed), 갈리움 스푸리움(Galium sp..

야생화이야기 2021.09.25

황새냉이

황새냉이는 꽃이 필 때 보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 이름의 유래를 알기 위해서는 황새냉이의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황새냉이의 씨앗이 들어있는 꼬투리를 보면 가늘고 길게 생겼다. 가늘고 긴 열매 꼬투리가 마치 황새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황새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황새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황새냉이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르다미네 플렉수오사 위더링(Cardamine flexuosa With.)이다. 영어명은 카르대머니 플렉수오사(Cardamine flexuosa) 또는 웨이비 비터크레스(Wavy bittercress)이다. 일어명은 다네츠케바나(たねつけばな, 種漬花) 또는 고메나즈나(こめなずな, 米薺)이다. 중국명은 완취쉬미지(弯曲碎米荠)이다. 황새냉이를 싸라기..

야생화이야기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