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밀나물

2014년 6월 초순 경 가평 연인산을 오르다가 능선 길섶에서 밀나물을 만났다. 밀나물을 볼 때마다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이 떠나지를 않는다. 이름을 왜 밀나물이라고 지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이름의 유래를 알 수가 없다. 제국주의 일본 강제점령기 때 나온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도 밀나물이란 이름이 나오지만, 그 유래는 확실치 않다. 밀나물은 백합목 백합과 청미래덩굴속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밀락스 리파리아 바. 우수리엔시스 (레겔) 하라 & 고야마 테츠오 [Smilax riparia var. ussuriensis (Regel) Hara & T.Koyama]이다. 종소명 라틴어 '리파리아(riparia)'는 '강가', '우수리엔시스(ussuriensis)'는 '우수리'를 ..

야생화이야기 2021.11.25

감자난초

2014년 5월 중순도 끝나갈 무렵 가평 연인산(戀人山)을 찾았을 때, 마침 황갈색 꽃에 하얀 꽃잎술을 물고 피어난 감자난초를 만났다. 연인(戀人)들이 꼭 함께 가야 한다는 산, 연인산에서 감자난초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처럼 산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귀한 식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만사 다 인연법(因緣法)이란 생각이 든다. 꽃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감자난초는 미종자목(微種子目) 난초과 감자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짜비늘줄기(僞鱗莖)가 감자를 닮아서 감자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오레오키스 파텐스 (린들리.) 린들리.[Oreorchis patens (Lindl.) Lindl.]이다. 속명 'Oreorchis'는 희랍어 'oreos(산)'와 'orchis(고환..

야생화이야기 2021.11.24

미나리아재비 ‘천진난만’

식물에도 '아재비'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다. 미나리아재비도 그중 하나다.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춰 이르는 말이다. '작은아버지', '고모부', '이모부'의 방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아재비'라는 이름은 '기본이 되는 식물과 비슷하지만 조금 모자라다' 또는 '비슷하지만 거리가 멀다', '본래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다'고 생각될 때 붙인다. 하지만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닮은 구석이라곤 거의 없다. 미나리아재비의 '아재비'는 '아저씨'의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잡다'는 뜻의 '아잽이'가 변한 것이다. 미나리아재비가 유독성 식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나리아재비라는 이름에는 이 식물을 잘못 먹으면 '아이들을 잡는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나 말 등이 미나리아재비..

야생화이야기 2021.11.23

큰앵초

10여년 전 5월 말경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명지산(明智山, 1,267m)에 올랐을 때 진분홍색으로 활짝 핀 큰앵초꽃을 만나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던 적이 있다. 정상부 능선에 화려하게 피어난 큰앵초는 말 그대로 산중미인(山中美人)이었다. 큰앵초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앵초 가운데 가장 크고 꽃이 화려하며, 비교적 높은 산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이다. 그래서, 큰앵초를 만나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큰앵초는 앵초목 앵초과 앵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앵초보다 크다고 해서 큰앵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프리뮬라 제소아나 미쿠엘.(Primula jesoana Miq.)이다. 속명 'Primula'는 봄에 ‘처음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종소명 'jesoana'는 발견된 장소를 나타내는데, 일본 홋카이도(北..

야생화이야기 2021.11.22

골무꽃

골무꽃은 바느질할 때 쓰는 골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골무꽃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골무의 모양은 찾을 수 없다. 왜 그럴까? 골무꽃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통이 골무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기다란 꽃이 시들어 떨어지고 남은 꽃받침통의 모습은 골무를 똑닮았다. 골무꽃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골무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쿠텔라리아 인디카 린네(Scutellaria indica L.)이다. 속명 ‘Scutellaria’는 라틴어로 ‘작은 접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꽃받침통에 둥근 접시 모양이 달리기 때문이다. 골무꽃을 대한신초(大韓信草), 대력초(大力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의협심'이다. 골무꽃의 영어명은 인디언 스컬캡(Indian Skullcap)이다. 스컬캡은 유대인 ..

야생화이야기 2021.11.19

뽕나무 '못 이룬 사랑'

뽕나무는 인류의 삶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식물 가운데 하나다. 뽕나무는 뿌리껍질부터 가지, 잎, 오디, 겨우살이, 누에, 누에 똥, 버섯, 사마귀 알둥지, 이끼, 좀벌레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들은 식품이나 나물, 한약재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귀중하게 쓰인다. 1970~80년대만 해도 시골에서는 누에를 치느라 집집마다 뽕나무를 심었다. 오디가 익을 무렵이면 시골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는 대로 뽕나무 밭으로 달려가곤 했다. 오디를 따먹다 보면 입 주위가 시커메지기 일쑤였다. 이처럼 뽕나무는 아름답고 풋풋했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뽕나무는 쐐기풀목 뽕나무과 뽕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 또는 관목이다. 오디를 먹으면 소화가 촉진되어 방귀가 '뽕뽕' 나온다 하여 뽕나..

야생화이야기 2021.11.18

수레국화

언제부터인가 독일 국화(國花)인 수레국화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강원도 심심산중(深深山中)의 절간에서도 수레국화가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수레국화의 꽃은 진청색, 파란색, 자주색, 연분홍색,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하다. 특히 파란색 수레국화는 모든 파란색 꽃 중에서도 가장 완전한 파란색으로 알려져 있다. 수레국화가 독일의 국화가 된 사연은 이렇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대군을 이끌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치하의 프로이센으로 쳐들어 왔을 때다. 프랑스군을 피해 루이제 황후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빌헬름 1세, 샤를로테 등 왕자와 공주들을 데리고 호밀밭으로 도망쳤다. 그녀는 왕자와 공주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수레국화로 화환을 만들어 주었다. 훗..

야생화이야기 2021.11.16

은대난초 '탄생'

2021년 5월도 다 끝나갈 무렵 월악산 만수봉에 올랐다. 만수봉에서 하산길에 용암봉을 넘는데 문득 은대난초가 눈에 띄었다. 월악산에도 은대난초가 살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반가왔다. 뜻하지 않은 만남이었기에 더 반가왔는지도 모른다. 은대난초는 미종자목 난초과 은대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흰색(은색)이고, 잎이 댓잎을 닮은 난초라고 하여 은대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세팔란테라 롱기브락티타 블루머(Cephalanthera longibracteata Blume)이다. 영어명은 롱-브랙트 세팔란테라(Long-bract cephalanthera), 일어명은 사사바긴란(ササバギンラン, ささばぎんらん, 笹葉銀蘭)이다. 사사(ささ, 笹)는 조릿대나 작은 대나무류를 일컫는 말이..

야생화이야기 2021.11.16

펠라고늄 랜디(Pelargonium Randy)

2021년 5월 말경 충주시 연수동 연수성당에 들렀더니 수녀관 앞 화단에는 농염한 느낌을 진하게 풍기는 붉은색의 펠라고늄 랜디(Pelargonium Randy)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펠라고늄 랜디를 랜디 제라늄(Randy Geranium)이라고도 한다. 제라늄의 속명이 펠라고늄(Pelargonium)이기 때문이다. 펠라고늄 랜디는 쥐손이풀꽃과 페라고늄속의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펠라고늄 앤젤 아이스 랜디(Pelargonium Angel Eyes Randy)이다. 영어명은 펠라고늄 랜디(Pelargonium Randy), 일어명은 나츠자키텐지쿠아오이(ナツザキテンジクアオイ, 夏咲天竺葵)이다. 꽃말은 '우정', '애정'이다. 펠라고늄 랜디의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이다. 펠라고늄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 2..

야생화이야기 2021.11.15

섬말나리

꽃을 보고 싶을 때면 종종 충주 연수성당을 찾아가곤 한다.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는 연수성당 화단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 따로없다. 2021년 5월도 다 끝나갈 무렵 연수성당에 들렀더니 수녀관 앞 화단에 노오란 섬말나리 꽃이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섬말나리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섬말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릴리움 한소니 라이히틀린 익스 대니얼 데이비드 톰킨스 무어(Lilium hansonii Leichtlin ex D.D.T.Moore)이다. 종명은 유명한 원예연구가인 핸슨(Hanson)을 기념한 것이다. 영어명은 울릉도 터크스캡 릴리(Ulleungdo turk's-cap lily) ..

야생화이야기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