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와인컵쥐손이풀

2021년 5월도 다 끝나갈 무렵 충주시 연수동에 있는 연수성당에 들렀다. 수녀관 앞 화단에는 진분홍색의 와인컵쥐손이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이파리는 쥐손이풀, 꽃은 포도주 잔을 닮아서 와인컵쥐손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와인컵쥐손이풀은 아욱과 칼리르호에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칼리르호에 인볼루크라타 (토리 & 아사 그레이) 아사 그레이[Callirhoe involucrata (Torr. & A. Gray) A. Gray]이다. 영어명은 파피 맬로우(Poppy Mallow) 또는 퍼플 파피맬로우(Purple poppymallow), 일명 와인컵(Winecup)이다. 일어명은 포피마로우(ポピーマロウ), 중국명은 잉수쿠이(罂粟葵)다. 꽃말은 '끊임없는 사랑', '귀감'이다. 와인컵쥐손이풀의 원산..

야생화이야기 2021.11.12

돌나물

돌나물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담가주시던 물김치가 생각나곤 한다. 돌나물로 담근 어머니표 물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봄철 입맛이 없을 때 돌나물 물김치는 청량음료처럼 미각을 일깨워 주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이제는 어머니표 물김치를 다시는 맛볼 수 없음에 서글픔을 느낀다. 돌나물은 장미목 돌나물과 돌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돌틈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돌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세둠 사르멘토숨 분게(Sedum sarmentosum Bunge)이다. 종명 sarmentosum은 덩굴줄기를 뜻한다. 돌나물의 영어명은 스톤크랍(Stonecrop) 또는 스트링이 스톤크랍(Stringy Stonecrop)이다. 일어명은 츠르만넨구사(ツルマンネングサ, 蔓万年草オ)이다. 중국명은..

야생화이야기 2021.11.11

쥐똥나무 '강인한 마음'

쥐똥나무는 꽃만 보면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 수 없다. 동그란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그때 비로소 '아하!' 하고 왜 이름을 쥐똥나무라고 지었는지 단박에 깨닫게 된다. 까만 쥐똥나무 열매를 보면 영락없는 쥐똥을 똑 닮았다. '똥'자가 붙은 식물은 쥐똥나무 말고도 방가지똥, 애기똥풀, 개똥쑥, 개똥참외, 보리똥나무 등이 있다. 방가지똥은 줄기의 유액이 마르면 똥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고, 애기똥풀은 유액의 색이 아기의 똥처럼 노랗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개똥쑥은 잎을 뜯어 냄새를 맡으면 개똥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개똥쑥 냄새는 그리 나쁘지 않고 오히려 향기가 난다. 개똥참외는 개똥처럼 길가나 들판 등 아무데서나 저절로 자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보리똥나무는 보리수..

야생화이야기 2021.11.10

벌노랑이

2006년도 8월 중순 제주도 한라산 웃세오름을 오른 적이 있다. 웃세오름을 오르면서 가시엉겅퀴, 금방망이, 조밥나물, 둥근이질풀, 붉은호장근, 흰그늘용담, 채고추나물, 애기솔나물, 구름떡쑥, 백리향의 꽃들이 활짝 핀 것을 바라보면서 한라산은 그야말로 야생화의 보고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과 함께 만난 야생화 가운데 벌노랑이도 있었다. 해발 1500m 이상 고지대에서 만난 벌노랑이의 샛노란 꽃은 매우 강렬한 느낌이었다. 웃세오름의 야생화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아담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견디려면 어쩔 수 없이 키를 낮추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식물도 결코 인간 못지 않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 벌노랑이는 장미목 콩과 벌노랑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벌판에 유난히 노란색의 꽃을 ..

야생화이야기 2021.11.09

해당화(海棠花) '원망(怨望)'

해당화(海棠花)를 볼 때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로 시작되는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국민가수 이미자가 구성지고 애절한 목소리로 1968년도에 취입했으니 벌써 반세기도 더 전에 나온 노래다. 육지 속의 섬 충청북도에 태어난지라 해당화라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 노래는 흑백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최고 인기 연속극 '섬마을 선생님'에 이어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 쓰이면서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노래와 연속극의 영향으로 언젠가는 해당화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실물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다. 동해 어느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해당화는 순정을 간직한 아리따운 섬처녀의 ..

야생화이야기 2021.11.08

바위취 '절실한 사랑'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특이해서 눈길을 끄는 야생화들이 있다. 바위취 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위쪽 작은 꽃잎 3장은 연한 홍색 바탕에 짙은 홍색 반점이 있고, 아래쪽 2장의 긴 열편은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모습이 앙증맞으면서도 깜찍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잎에도 특이한 무늬가 있다. 바위취는 장미목 범의귀과 범의귀속의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삭시프라가 스톨로니페라 미어버그(Saxifraga stolonifera Meerb.)이다. 영어명은 크리핑 색서프리지(Creeping saxifrage) 또는 스톤브레이크(Stone-break), 스트로베리 저레이니엄(stawberry geranium)이다. 일어명은 시베리야이우부키(シべリヤイウブキ)이다. 중국명은 후얼차오(虎耳草) 또는 싀허예(石荷叶)이다. 바위..

야생화이야기 2021.11.07

앵두나무

앵두나무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매우 친근하게 와닿는 나무 가운데 하나이다. 옛사람들은 여자의 붉은 입술을 흔히 앵두에 비유하곤 했다. 미인의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단순호치(丹脣皓齒)라 했고, 앵두처럼 아름답고 요염한 입술을 앵순(櫻脣)이라고 불렀다. 요즘도 시골에는 웬만한 집에는 앵두나무 한 그루쯤은 다 있다. 앵두꽃이 만발하면 비로소 봄이 완연하게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 앵두가 바알갛게 익어가는 시골 풍경은 자못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일년 중 가장 먼저 나오는 새콤달콤한 앵두는 시골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과일이었다. 그럼에도 앵두가 과일축에 들지 못한 것은 씨에 비해 과육이 너무 작아서 먹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앵두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

야생화이야기 2021.11.05

산딸기

2021년 5월 말경 월악산을 찾았다. 만수골에서 용암봉을 오르다가 산딸기 꽃을 만났다. 산딸기 꽃은 흰색이어서 다른 종류의 산딸기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딸기는 하나의 독립된 종명이기도 하고, 야생으로 자라는 딸기들의 총칭이기도 하다. 산딸기류는 산딸기를 비롯해서 줄딸기, 멍석딸기, 멍덕딸기, 곰딸기(붉은가시딸기), 복분자딸기, 가시복분자딸기, 수리딸기, 오엽딸기, 서양오엽딸기, 장딸기, 거문딸기, 겨울딸기, 함경딸기, 가새함경딸기, 가시딸기, 섬딸기, 거지딸기, 검은딸기, 단풍딸기 등 그 종류도 많다. 산딸기에도 섬산딸기(섬나무딸기), 긴잎산딸기가 있다. 이 정도면 대가족이라고 할 만하다. 산딸기는 장미목 장미과 산딸기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루부스 크레이티지폴리우스 분게(Rubus cr..

야생화이야기 2021.11.04

쇠물푸레나무 '겸손'

옛날에는 보리, 밀, 콩, 팥 등 곡식이나 잡곡을 탈곡할 때 도리깨(flail, 連枷)라는 것을 썼다. 도리깨는 자루인 도리깨채와 타곡부(打穀部)인 도리깨발로 구성되어 있다. 도리깨채의 길이는 2~3m이다. 도리깨채 끝에 연결되어 있는 도리깨발은 3개의 쇠물푸레나무나 물푸레나무(水靑木) 가지를 새끼 또는 노끈으로 납작하게 엮어서 만든다. 도리깨발을 쇠물푸레나 물푸레로 만든 것은 단단하고 야무져서 쉽사리 갈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리깨가 나오면서 쇠물푸레나 물푸레 도리깨는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쇠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물푸레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물을 푸른색으로 변하게 만든다고 하여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쇠(小..

야생화이야기 2021.11.03

붉은톱풀

2020년 7월 초순경 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상가를 지나다가 장미색으로 예쁘게 핀 톱풀 꽃을 만났다. 처음에는 서양톱풀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이파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 밑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2회 깃꼴로 깊게 갈라지는 서양톱풀과는 달랐다. 함경도의 높은 산악지대에 분포한다는 붉은톱풀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화분에 심겨진 것을 보니 원예작물화된 붉은톱풀로 추정되었다. 붉은톱풀은 초롱꽃목 국화과 톱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킬리아 알피나 섭스피시즈 로도프타르미카 (나카이) 기타무라[Achillea alpina subsp. rhodoptarmica (Nakai) Kitam.]이다. 영어명은 레디쉬 앨파인 얘로우(Reddish alpine yarrow)이다...

야생화이야기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