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산이스라지 '수줍음'

5월경 산행을 하다 보면 앵두나무 꽃과 비슷한 꽃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시나 앵두나무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역시나 산이스라지이다. 앵두나무와 산이스라지는 꽃도 서로 닮았지만, 잎과 열매도 비슷한 점이 있다. 두 나무가 이렇게 닮은 것은 같은 벚나무속이기 때문이다. 산이스라지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관목이다. 학명은 푸루누스 이시도야나 나카이(Prunus ishidoyana Nakai)이다. 영어명은 마운튼 부쉬 체리(Mountain bush cherry), 일어명은 오쿠야마니와우메(オクヤマニワウメ, 奧山庭梅)이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산이스라지는 전국 산야의 표고 100~1,100m에 이르는 숲 가장자리나 계곡에서 자란다. 햇볕이 강한 전석지나 잡초지에 자생한다. ..

야생화이야기 2021.09.23

천남성(天南星)

우스개소리로 천남성(天南星)은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천남성을 '첫남성'으로 읽으면 말이 된다. 첫남성을 싫어할 여성이 있을까? 하지만 천남성은 맹독(猛毒)을 가지고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천남성의 구근(球根) 껍질을 맨손으로 벗기면 피부가 상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천남성은 천남성목 천남성과 천남성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리사에마 아무렌세 에프. 세라툼 (나카이) 기타가와[Arisaema amurense f. serratum (Nakai) Kitag.]이다. 천남성(天南星)은 '남쪽 하늘의 별'이란 뜻이며, 별자리 이름이기도 하다. 천남성은 사람의 탄생과 무병장수를 관장한다는 궁수자리에 속하는 남두육성(南斗六星)의 별명이다. 성질이 양기가 강해 별 중 가장 양기가 강한 천남성을 빗대..

야생화이야기 2021.09.23

점현호색(點玄胡索)

점현호색(點玄胡索)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피어나기 시작한다. 흰 점들이 무수히 찍혀 있는 점현호색의 잎은 특이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점현호색은 한반도 고유종으로 충청북도를 비롯해서 경기도, 강원도 등지에서 표본이 조사되었다. 점현호색은 양귀비목 현호색과 현호색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코리달리스 마큘라타 오병윤 & 김윤식(Corydalis maculata B.U.Oh & Y.S.Kim)이다. 영어명은 스파티드 코리달리스(Spotted corydalis), 일어명은 시로마다라엔고사쿠(シロマダラエンゴサク, 白斑延胡索)이다. 꽃말은 '보물주머니'이다. 점현호색은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충북 괴산 백화산과 보은 속리산, 제천 월악산을 비롯해서 경기 남양주 천마산, 강원도 홍천 가리산과 공..

야생화이야기 2021.09.18

왜현호색(倭玄胡索)

야생화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언뜻 봐도 왜현호색(倭玄胡索)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왜현호색은 식물체의 크기도 작고, 잎도 작기 때문이다. 또, 전체적으로 가녀린 느낌을 준다. 그래서 왜현호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왜현호색은 양귀비목 현호색과 현호색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코리달리스 암비구아 샤미소 & 슐레흐텐달(Corydalis ambigua Cham. & Schleht.)이다. 영어명은 스몰 코리달리스(Small corydalis), 일어명은 에조엔고사쿠(エゾエンゴサク), 중국명은 둥베이옌후수어(东北延胡索)이다. 왜현호색을 산현호색(山玄胡索)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보물주머니', '희소식'이다. 왜현호색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러시아 극동부 지방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충북 이..

야생화이야기 2021.09.17

조선현호색(朝鮮玄胡索)

현호색속(玄胡索屬)은 유사종이 많아 이름을 혼동하기 쉬운 식물 가운데 하나다. 현호색은 잎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둥글넓적한 잎에 흰 점이 많이 찍혀 있으면 점현호색(點玄胡索), 잎에 빗살무늬가 선명하면 빗살현호색, 꽃 바로 아래 잎이 갈퀴처럼 생겼으면 갈퀴현호색이다. 들판에서 만나면 들현호색, 잎이 대나무 잎처럼 가늘고 길쭉하면 댓잎현호색, 잎이 코스모스처럼 잘게 갈라지면 애기현호색, 잎이 세 개로 갈라지면 왜현호색(倭玄胡索)이다. 잎이 1~2회 3출엽이고 작은 잎 윗부분이 결각상으로 깊게 갈라지면 현호색(玄胡索)이다. 현호색(玄胡索)에서 ‘현(玄)’은 '검다'는 뜻이다. 알뿌리가 거무튀튀해서 붙인 것이다. ‘호(胡)’는 '북방 민족'이라는 뜻이다. 호(胡)는 친(秦), 한(漢) 시대..

야생화이야기 2021.09.17

메꽃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메꽃은 유년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야생화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메꽃 뿌리는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메꽃은 분홍색 꽃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렇다고 메꽃을 정원의 화단에 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과 들에 너무나도 흔한 야생화이기 때문이다. '메꽃'의 옛말인 '멧'은 17세기 문헌에 나타난다. '멧'은 '메'와 관형격 조사 'ㅅ'이 결합한 '멧'에 ''이 결합한 것이다. '멧'은 'ㅅ'이 떨어져 나가고, ''은 20세기 이후에 'ㅺ'을 'ㄲ'으로 표기하는 원칙에 따라 '꽃'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나 '메꽃'으로 정착됐다. 언어학자들은 '메꽃'의 '메'는 '메꽃의 뿌리'를 이르는 '메'라고 본다. '메'는 '산(山)'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산에 흔히 피는 꽃이어서 '메..

야생화이야기 2021.09.16

기린초(麒麟草)

2021년 5월 초순 노오란 기린초(麒麟草)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기린초를 볼 때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키가 큰 동물을 연상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냐하면 기린과는 도대체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기린초란 이름에서 기린은 키 큰 동물이 아니다. 기린초라는 이름은 두터운 잎이 옛날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글명 긔린초(기린초의 옛이름)는 중국명 치린차오(麒麟草)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명 기린소우(麒麟草)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기린초는 장미목 돌나물과 돌나물속의 다육성,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세둠 캄차티쿰 피셔 & 마이어(Sedum kamtschaticum Fisch. & Mey...

야생화이야기 2021.09.14

솔잎대극(사이프러스 대극)

2021년 5월 초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퇴근하다가 연수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 들렀다. 때마침 아파트 화단에는 솔잎대극이 활짝 피어 있었다. 솔잎대극은 언뜻 봐도 외래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식물이다. 요즘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엊그제 외국에서 인기있는 식물이 내일이면 한반도로 직수입되기도 한다. 세상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증거다. 솔잎대극은 쥐손이풀목 대극과 대극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유포르비아 시파리시아스 엘.(Euphorbia cyparissias L.)이다. 솔잎대극의 영어명은 사이프러스 스퍼지(cypress spurge), 일어명은 마쯔바토우다이(マツバトウダイ, 松葉灯台), 중국명은 어우저우바이따지(歐洲柏大戟)이다. 솔잎대극을 사이프러스 대극(大戟) 또는 솔대극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

야생화이야기 2021.09.13

끈끈이대나물

5월초가 되자 끈끈이대나물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끈끈이대나물은 그리 낯익은 꽃은 아니다. 외국이 원산지이고, 관상용으로 들어온 귀화식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원이나 정원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보급되었다. 끈끈이대나물은 중심자목 석죽과 끈끈이장구채속(장구채속)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실레네 아르메리아 엘.(Silene armeria L.)이다. 영어명은 캐치플라이(Catchfly) 또는 스윗 윌리엄 캐치플라이(sweet william catchfly)이다. 일어명은 무시토리나데시코(ムシトリナデシコ, むしとりなでしこ, 虫取り撫子) 또는 코마치소우(コマチソウ, こまちそう, 小町草), 하에토리나데시코(ハエトリナデシコ, はえとりなでしこ, 蠅取撫子)이다. 중국명은 까오쉬..

야생화이야기 2021.09.11

지칭개

2020년 4월 초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충주시 연수동 체육관 사거리 느티나무 가로수 밑에서 지칭개 두 포기를 발견했다. 지칭개는 이럴 때부터 눈둑이나 밭둑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보던 풀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지칭개국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다. 어머니는 지칭개를 데쳐서 맑은 물에 담가 쓴맛을 뺀 다음 콩가루를 묻혀서 된장국을 끓이셨다. 지금도 약간 쓴맛이 돌면서도 구수한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요즘은 지칭개를 나물로 먹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제 지칭개는 거의 잊혀진 나물이 되었다. 지칭개는 초롱꽃목 국화과 지칭개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헤미스텝타 라이라타 붕게(Hemistepta lyrata Bunge)이다. 지칭개는 지칭개속 1종만 있다. 꽃말은 '독립..

야생화이야기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