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소리쟁이

소리쟁이는 어릴 때는 수영과 비슷한 풀이다. 봄에 새싹이 돋아날 때는 소리쟁이와 수영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생장력이 수영보다 월등한 소리쟁이는 하루가 다르게 왕성하게 자라 키다리가 된다. '소리쟁이'나 '고집쟁이', '멋쟁이' 등의 '-쟁이'는 '나쁜 버릇이나 독특한 습관, 행동을 가진 사람'을 나타낼 때 붙이는 접미사(接尾辭)다. 사람 '소리쟁이'는 노래를 잘하는 전문가, 즉 가수(歌手)를 가리킨다. 식물 소리쟁이는 열매가 익으면 바람이 불 때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소리쟁이는 마디풀목 마디풀과 소리쟁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루멕스 크리스푸스 엘.(Rumex crispus L.)이다. 영어명은 컬드 독(Curled dock), 일어명은 나가바기시기시(ナガバギシギ..

야생화이야기 2021.08.10

벼룩이자리

벼룩이자리는 도심지 가로수 주변이나 공터 풀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다. 하지만 잎이 작고, 꽃도 작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벼룩이자리는 잎과 꽃이 작고 오밀조밀해 벼룩이 앉을 자리와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앙증맞고 귀여운 꽃을 보면 벼룩이라는 이름이 언뜻 연상되지는 않는다. 벼룩이자리는 중심자목 석죽과 벼룩이자리속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이다. 학명은 아레나리아 서필리폴리아 엘.(Arenaria serpyllifolia L.)이다. 영어명은 타임-리브드 샌드워트(Thyme-leaved sandwort), 일어명은 노미노츠즈리(ノミノツヅリ, 蚤の綴り), 중국명은 우신차이(无心菜)다. 벼룩이자리를 좁쌀뱅이, 모래별꽃, 벼룩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쁜 ..

야생화이야기 2021.08.09

이팝나무 '영원한 사랑'

중부 지방에서는 4월 말경이 되면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절정기에 이르면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새하얀 이팝꽃들로 눈이 부실 정도다. 요즘은 각 지방마다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어놓아서 봄이면 이팝꽃의 향연을 심심치 않게 즐길 수 있다. 옛날에는 이팝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에서 받드는 민속신앙이 있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 드문드문 필 때는 가뭄, 꽃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처럼 이팝나무는 농민들이 오랫동안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삼았기에 잘 보존되어 노거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팝나무는 양력으로 5월 6일 전후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활짝 피어나기에 '입하->이파-..

야생화이야기 2021.08.06

토끼풀

토끼풀은 유년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풀이다. 토끼풀은 클로버(clove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토끼풀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곤 했던 추억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동무들과 놀던 어린 시절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는 또 잎이 네 개 달린 네잎토끼풀을 찾으러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네잎토끼풀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다가 네잎토끼풀을 찾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네잎토끼풀을 찾을 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처럼 확률이 낮기 때문에 어렵게 찾은 ..

야생화이야기 2021.08.04

모과나무

가을 풍경을 한층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모과나무다. 연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 모과나무 꽃은 복사꽃을 연상케 할 만큼 매혹적이다. 또, 가을에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과나무를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모과는 울퉁불퉁해서 다소 투박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후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과를 가을에 따서 바구니에 담아 거실이나 자동차 안에 놓아두면 은은하면서도 그윽한 향을 즐길 수 있다. 1527년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 한자교학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보면 '모과'를 중국 속어에서 '木瓜(목과, 중국어 발음은 mùguā)'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木瓜'는 '나무에 달리는 외'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참외와 크기가 비슷하고, 또 익으면 참외처럼 ..

야생화이야기 2021.08.03

고들빼기

4월 중순이 지나면 산과 들에 노오란 고들빼기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고들빼기는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겉절이나 초무침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식욕이 없을 때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는 고들빼기 나물이 입맛을 북돋아주는 소화건위제(消化健胃劑) 역할을 한다. 고들빼기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전라도 어느 고을에 사는 고씨 형제 두 명과 백씨, 이씨가 함께 산에 놀러갔다가 길을 잃었다.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면서 이름 모를 풀을 뜯어 먹으며 연명하던 이들은 거의 굶러죽을 지경에 이를 무렵 다행히도 화전민에게 발견되어 살아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산에서 캐먹었던 이름 모를 풀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이 풀을 고씨 형제 두 명과..

야생화이야기 2021.08.02

봄맞이

2021년 4월 하순경 아침 출근길에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나다가 서편 화단 소나무 아래에서 활짝 핀 봄맞이꽃을 발견했다. 도심에서 봄맞이꽃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서 내심 반가왔다. 봄맞이는 꽃이 작아서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야생화다. 봄맞이는 꽃이 피는 시기가 봄이기 때문에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봄맞이는 앵초목 앵초과 봄맞이꽃속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안드로사체 움벨라타 (루레이로.) 메릴.[Androsace umbellata (Lour.) Merr.]이다. 영어명은 움벨드 록재스민(Umbelled rockjasmine), 중국명은 띠엔디메이(点地梅)이다. 일어명은 류큐코자쿠라(リュウキュウコザクラ, 琉球小桜) 또는 고케사쿠라소우(..

야생화이야기 2021.07.30

개미자리 '나는 당신의 것'

꽃이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꽃들이 있다. 개미자리도 그중 하나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낮에는 꽃잎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꽃을 보기가 더욱 쉽지 않다. 개미자리는 생명력이 어찌나 강한지 도심의 가로수 주변이나 보도 블럭 사이의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번성한다. 개미자리는 중심자목 석죽과 개미자리속의 한해살이 내지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기나 저파니카 (스워츠.) 오위[Sagina japonica (Sw.) Ohwi]이다. 영어명은 재퍼니즈 펄워트(Japanese pearlwort, 일본진주풀) 또는 펄워트(Pearlwort, 진주풀)이다. 일어명은 츠메쿠사(つめくさ, 爪草)이다. 중국명은 치구차오(漆姑草, ​本草纲目) 또는 과취차오(瓜槌草, 植物名实图考), 쩬주차오(珍珠草, 滇南本草),..

야생화이야기 2021.07.29

블루베리(blueberry)

노화를 방지한다는 항산화(抗酸化, antioxidant) 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과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블루베리(blueberry)다. 블루베리는 이름과 달리 스트로베리(strawberry, 딸기)나 라즈베리(raspberry, 산딸기) 블랙베리(blackberry, 검은딸기) 등의 베리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진달래과 식물이다. 넓은 의미의 블루베리는 산앵도나무속(Vaccinium)에 속한 여러 종들 중 검푸른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통틀어서 일컫는 이름이다. 동아시아 원산의 정금나무, 유럽의 빌베리(Bilberry, Myrtille)도 블루베리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같은 산앵도나무속이라도 산앵도나무나 크랜베리(cranberry, 넌출월귤), 링곤베리(lingonberry, cowberry, 월..

야생화이야기 2021.07.28

독일붓꽃 '멋진 결혼, 희소식'

4월 중순이 지나면 화려한 독일붓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독일붓꽃이라는 이름은 학명 아이리스 게르마니카 엘.(Iris germanica L.)에서 왔다. 'Iris(아이리스)'는 붓꽃', 'germanica(게르마니카)는 '독일'을 뜻한다. 독일붓꽃을 아이리스(Iris)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300여종에 이르는 붓꽃속 전체를 일컫는 이름이다. 독일붓꽃은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영어명은 저먼 아이리스(German iris) 또는 비어디드 아이리스(Bearded iris)이다. '비어디드(Bearded)'란 ‘수염이 있다’는 뜻인데, 꽃잎에 잔털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명은 더궈위안웨이(德国鸢尾), 일어명은 도이츠아야메(ドイツあやめ, ドイツ菖蒲)이다. 꽃말은 '멋진 결혼',..

야생화이야기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