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민백미꽃

민백미꽃을 야생에서 처음 만난 곳은 2014년 5월 중순경 가평 연인산이었다. 2021년 5월 초하루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을 때 마침 민백미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민백미꽃은 작고 하얀색의 꽃이 순박한 느낌을 준다. 민백미꽃은 백미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백미(白薇)는 뿌리가 희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민백미꽃은 백미꽃에 비해 줄기나 잎에 털이 없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민백미꽃은 용담목 박주가리과 백미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키난쿰 아스키리폴리움 (프랑셰. & 사바티에.) 마츠무라.[Cynanchum ascyrifolium (Franch. & Sav.) Matsum.]이다. 속명 Cynanchum은 그리스어 'kynos'(개)와 'anchein'(목을 조르다, 질식시키다)에서 ..

야생화이야기 2021.08.19

둥굴레 '고귀한 봉사'

중부 지방은 4월 말~5월 초순부터 둥굴레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둥굴레는 꽃망울도 둥굴둥굴하고, 열매도 둥굴둥굴하다. 줄기는 둥구렇게 휘어지고, 둥구런 육질 근경은 대나무처럼 뻗어간다. 그래서 둥굴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려 말인 1236년경에 나온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둥굴레가 '두응구라(豆應仇羅)'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인 17세기 말~18세기 초에 나온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둥굴례', 1829년경에 나온 '물명고(物名考)'에는 오늘날과 같은 '둥굴레'로 표기되어 있다. '향약구급방'의 '두응구라'가 '둥구라->둥구례->둥굴례->둥굴레'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둥굴레에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 임천 땅 어느 부잣집에서 일하던 여종이 힘..

야생화이야기 2021.08.18

은방울꽃 '순결, 다시 찾은 행복'

2021년 5월 초하루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자연탐방로에는 귀여운 은방울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은방울꽃은 작고 하얀 꽃이 은방울을 달아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사실은 사람들이 은방울꽃을 보고 은방울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은방울꽃은 전설에도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 엄마를 여읜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마지막 선물인 은방울을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매일 은방울을 만지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나무를 하러 간 사이 호랑이가 집으로 내려왔다. 놀란 소녀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호랑이에게 잡히기 직전 소녀는 머리빗을 던졌고, 빗은 험준한 산으로 변해 호랑이를 멀리 떨어뜨릴 수 있었다. ..

야생화이야기 2021.08.17

고추나무 '한, 의혹, 미신'

2021년 5월 1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 만수골에 들렀다. 만수골 초입에는 고추나무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고추나무라는 이름은 잎 모양이 고춧잎과 비슷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고추나무 잎 생김새를 보면 정말 고춧잎과 거의 닮았다. 고추나무는 노박덩굴목 고추나무과 고추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이다. 학명은 스타필리아 부말다 드 캉돌.(Staphylea bumalda DC.)이다. 속명 '스타필리아(Staphylea)'는 '포도 송이(bunch of grapes), 송이로 열리는 열매(clustered fruit)'를 뜻하는 그리스어 '스타필레(staphylē)'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종소명 '부말다(bumalda)'는 이탈리아의 수학자이면서 천문학자인 오비디오 만탈바니(Ovidio Man..

야생화이야기 2021.08.12

윤판나물

2021년 5월 초하루 주말을 맞아 월악산 만수골 야생화탐방로에 들렀다. 마침 노란색의 윤판나물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윤판나물 주변에는 하늘매발톱도 고운 하늘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윤판나물은 그 이름이 특이하다. '야생화백과사전'에는 이름 유래에 대해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식물의 꽃받침이 마치 윤판집의 지붕을 닮아서 윤판나물이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나와 있다. 또, 윤판서의 마당에 피어난 꽃이라고 하여 왕이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는 설도 있다. 윤판나물은 백합목 백합과 애기나리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디스포룸 우니플로룸 베이커(Disporum uniflorum Baker)이다. 속명 'disporum'은 2를 뜻하는 'dis'와 종자..

야생화이야기 2021.08.11

소리쟁이

소리쟁이는 어릴 때는 수영과 비슷한 풀이다. 봄에 새싹이 돋아날 때는 소리쟁이와 수영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생장력이 수영보다 월등한 소리쟁이는 하루가 다르게 왕성하게 자라 키다리가 된다. '소리쟁이'나 '고집쟁이', '멋쟁이' 등의 '-쟁이'는 '나쁜 버릇이나 독특한 습관, 행동을 가진 사람'을 나타낼 때 붙이는 접미사(接尾辭)다. 사람 '소리쟁이'는 노래를 잘하는 전문가, 즉 가수(歌手)를 가리킨다. 식물 소리쟁이는 열매가 익으면 바람이 불 때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소리쟁이는 마디풀목 마디풀과 소리쟁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루멕스 크리스푸스 엘.(Rumex crispus L.)이다. 영어명은 컬드 독(Curled dock), 일어명은 나가바기시기시(ナガバギシギ..

야생화이야기 2021.08.10

벼룩이자리

벼룩이자리는 도심지 가로수 주변이나 공터 풀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다. 하지만 잎이 작고, 꽃도 작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벼룩이자리는 잎과 꽃이 작고 오밀조밀해 벼룩이 앉을 자리와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앙증맞고 귀여운 꽃을 보면 벼룩이라는 이름이 언뜻 연상되지는 않는다. 벼룩이자리는 중심자목 석죽과 벼룩이자리속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이다. 학명은 아레나리아 서필리폴리아 엘.(Arenaria serpyllifolia L.)이다. 영어명은 타임-리브드 샌드워트(Thyme-leaved sandwort), 일어명은 노미노츠즈리(ノミノツヅリ, 蚤の綴り), 중국명은 우신차이(无心菜)다. 벼룩이자리를 좁쌀뱅이, 모래별꽃, 벼룩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쁜 ..

야생화이야기 2021.08.09

이팝나무 '영원한 사랑'

중부 지방에서는 4월 말경이 되면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절정기에 이르면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새하얀 이팝꽃들로 눈이 부실 정도다. 요즘은 각 지방마다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어놓아서 봄이면 이팝꽃의 향연을 심심치 않게 즐길 수 있다. 옛날에는 이팝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에서 받드는 민속신앙이 있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 드문드문 필 때는 가뭄, 꽃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처럼 이팝나무는 농민들이 오랫동안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삼았기에 잘 보존되어 노거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팝나무는 양력으로 5월 6일 전후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활짝 피어나기에 '입하->이파-..

야생화이야기 2021.08.06

토끼풀

토끼풀은 유년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풀이다. 토끼풀은 클로버(clove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토끼풀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곤 했던 추억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동무들과 놀던 어린 시절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는 또 잎이 네 개 달린 네잎토끼풀을 찾으러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네잎토끼풀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다가 네잎토끼풀을 찾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네잎토끼풀을 찾을 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처럼 확률이 낮기 때문에 어렵게 찾은 ..

야생화이야기 2021.08.04

모과나무

가을 풍경을 한층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모과나무다. 연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 모과나무 꽃은 복사꽃을 연상케 할 만큼 매혹적이다. 또, 가을에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과나무를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모과는 울퉁불퉁해서 다소 투박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후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과를 가을에 따서 바구니에 담아 거실이나 자동차 안에 놓아두면 은은하면서도 그윽한 향을 즐길 수 있다. 1527년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 한자교학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보면 '모과'를 중국 속어에서 '木瓜(목과, 중국어 발음은 mùguā)'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木瓜'는 '나무에 달리는 외'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참외와 크기가 비슷하고, 또 익으면 참외처럼 ..

야생화이야기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