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불두화(佛頭花)

2020년 5월 16일이었던가? 연수동 평안교회 남쪽 골목길은 평소에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날만은 마치 누가 잡아끌기라도 하듯 나도 모르게 발길이 평안교회 남쪽 골목길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 하얀 꽃이 만발한 불두화(佛頭花) 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꽃이 많이 달렸던지 가지가 늘어질 정도였다. 불두화는 쌍떡잎식물 산토끼꽃목 인동과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비부르눔 오풀루스 에프. 히드란제오이데스 (나카이) 하라[Viburnum opulus f. hydrangeoides (Nakai) Hara]이다. 꽃 모양이 부처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닮았고,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난 음력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른다. 불두화의 영어명은 스노우볼 트리(Snowba..

야생화이야기 2021.09.08

조개나물(아주가)

복주머니란과 광릉요강꽃을 만나러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에 들어가던 날, 민박집 마당에는 자주색 조개나물꽃이 피어 있었다. 조개나물은 꽃 모양이 조개가 껍데기를 열고 속살을 내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나물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약간 독성이 있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조개나물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조개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주가 멀티플로라 붕게(Ajuga multiflora Bunge)이다. 영어명은 아주가 멀티플로라(Ajuga multiflora), 일어명은 루리카고소우(ルリカコソウ)이다. 중국명은 둬화진구차오(多花筋骨草)이며, 바이마오샤쿠차오(白毛夏枯草), 산쉬에차오(散血草), 진촹샤오차오(金疮小草), 칭위단(青鱼胆), 쿠디단(苦地胆) 등의 별칭이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1.09.06

광릉요강꽃 '숲속의 인어'

강원도(江原道) 화천군(華川郡) 비수구미에 광릉요강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풍문(風聞)에 들려왔다. 2021년 5월 5일 광릉요강꽃을 만나러 비수구미를 찾았다. 비수구미는 12.12 군사반란(軍事反亂, Military Insurrection, Coup d'état) 수괴(首魁) 전두환(全斗煥)이 국민들에게 안보 사기를 쳐서 만든 소위 '평화의 댐' 바로 근처에 있었다. 비수구미 민박집에는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비수구미는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 국내 최대 인공 군락지(人工群落地)로 일컬어지고 있다. 군락지에는 과연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광릉요강꽃은 경기도(京畿道) 포천시(抱川市) 광릉(光陵)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입술꽃잎(脣瓣)이 요강을 닮았으며, ..

야생화이야기 2021.09.05

복주머니란(개불알꽃) '튀는 아름다움'

복주머니란 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튀는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복주머니란은 꽃의 생김새가 꼭 개의 불알과 흡사해서 개불알꽃이라고 불렸다. 또, 옛날에 쓰던 요강을 닮아서 요강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개불알꽃은 그 이름이 상스럽다고 해서 복주머니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개불알을 꼭 빼닮은 꽃을 복주머니란이라고 바꾼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어 민중들의 집단지성이 담겨 있는 이름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함부로 바꾸는 것은 어쩌면 횡포일 수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복주머니란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

야생화이야기 2021.09.02

노랑꽃창포

2021년 5월 말경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자연탐방로에는 때마침 우아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 있는 노랑꽃창포를 만났다. 노랑꽃창포는 대개 물가나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노랑꽃창포를 만난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노랑꽃창포는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이리스 슈다코루스 엘.(Iris pseudacorus L.)이다. 영어명은 옐로우 플래그 아이리스(Yellow flag iris), 일어명은 키쇼우부(キショウブ, きしょうぶ, 黄菖蒲), 중국명은 황창푸(黄菖蒲)이다. 노랑꽃창포를 황창포, 서양창포, 서양꽃창포라고도 한다. 꽃말은 '우아한 심정', '당신을 믿는다', '그대는 정숙하다'이다. 노랑꽃창포는 유럽이 원산지인 습생식물이다. 한..

야생화이야기 2021.09.01

흰붓꽃

2021년 5월 중순경 퇴근길에 어느 집 화단에 활짝 피어 있는 흰붓꽃을 발견했다. 흰붓꽃은 처음 보는 꽃이라 마냥 신기했다.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꽃이었다. 흰붓꽃 앞에 앉아서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흰붓꽃은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이리스 상귀니아 에프. 알비플로라 이영노(Iris sanguinea f. albiflora Y.N.Lee)이다. 영어명은 화이트-플라워 블러드 아이리스(White-flower blood iris), 일어명은 시로아야메(シロアヤメ, 白菖蒲)이다. 흰붓꽃을 솔개의 꼬리 같다 하여 백연미(白鳶尾)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흰붓꽃은 한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라남북도의 산록에서 자란다. 화원이나 ..

야생화이야기 2021.08.30

붓꽃

붓꽃은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을 보면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꽃봉오리를 보면 신기할 정도로 먹물을 머금은 붓과 똑 닮았다. 붓꽃과 꽃창포는 언뜻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붓꽃은 잎이 길고 가늘며, 꽃도 창포보다 가늘다. 또, 붓꽃의 꽃덮이조각(花被片) 6장 가운데 속꽃덮이조각 3장은 곧추서고, 겉꽃덮이조각 3장은 옆으로 퍼진다. 붓꽃은 로마 신화에도 등장한다. 아이리스는 여신 주노(Juno)의 공손하고 예의 바른 시녀였다. 로마의 신들 중 으뜸신인 주피터(Jupiter)는 집요하게 아이리스의 사랑을 요구했다. 아이리스는 이 사실을 주노에게 고했다. 주노는 유혹을 뿌리치고 순결을 지킨 아이리스에게 무지개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향기로운 입김을 세 번 불어 주었다. 그때 물방울 하나가 ..

야생화이야기 2021.08.25

개갓냉이

5월 초부터 들판의 논둑이나 밭둑, 공터의 풀밭에는 좁쌀만한 크기의 작고 노란색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바로 개갓냉이꽃이다. 대개 원종보다 변변치 못한 식물의 이름 앞에 '개'자를 붙이는데, 원종으로 추정되는 갓냉이라는 식물은 없다. 개갓냉이속의 식물 중 한국에 분포하는 종은 개갓냉이를 비롯해서 속속이풀과 좀개갓냉이, 구슬갓냉이 등 4종밖에 없다. 속속이풀은 갓냉이, 개갓냉이는 선속속이풀 또는 졸속속이풀이라고도 한다. 또, 구슬갓냉이를 둥근속속이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개갓냉이의 원종은 속속이풀이라고 할 수 있다. 속속이풀이라는 이름은 작고 노란 꽃이 조(粟)와 비슷한 것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개갓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개갓냉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로리파 인디카 (엘.) ..

야생화이야기 2021.08.23

철쭉 '사랑의 즐거움'

짓붉은 진달래꽃이 지고 나면 이어서 삼천리 금수강산을 연분홍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꽃이 바로 철쭉이다. 중부 지방에서는 철쭉이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한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고산지대에서는 6월 초순까지도 철쭉꽃을 볼 수 있다. 진달래의 장관은 뭐니뭐니해도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의 장관은 단양 소백산이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에서는 '소백산철쭉제'가 열린다. 한라산과 지리산의 철쭉 군락지도 유명하다.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지금의 척촉화(躑躅花, 중국어 지주화)는 양이 잘못 먹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양척촉(羊躑躅, 중국어 양지주)이라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철쭉은 예로부터 양과 관련이 깊다는 것..

야생화이야기 2021.08.21

애기나리

2021년 5월 첫 주말을 맞아 월악산 만수봉을 오르기 위해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자연탐방로에는 때마침 애기나리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애기나리는 이파리가 나리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작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애기'라는 접두사가 붙은 식물은 크기가 작고 앙증맞다는 특징이 있다. 애기나리에 얽혀 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어느 고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 고을 사또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 어느 날 처녀를 본 사또 아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가 사랑을 고백하려고 다가가자 처녀는 자신을 희롱하려는 것으로 알고 은장도를 꺼내 자결을 하였다. 처녀를 진실로 사랑했던 사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

야생화이야기 202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