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산괴불주머니 '보물주머니'

산으로 들로 다니다 보면 종종 꽃 생김새가 특이한 풀들이 있다. 산괴불주머니도 그중 하나다. 산괴불주머니 꽃은 현호색 꽃과 똑같다. 또, 전통 노리개인 괴불과도 꼭 닮았다. 그래서 산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괴불주머니는 작고 노란 꽃들이 송이를 이루면서 피기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산괴불주머니는 양귀비목 현호색과 현호색속의 두해살이풀로 관화식물(觀花植物)이다. 학명은 코리달리스 스페시오사 맥심.(Corydalis speciosa Maxim.)이다. 속명인 코리달리스(Corydalis)는 종달새를 뜻하는 그리스어 korydalis에서 유래했다. 꽃부리가 길게 뒤쪽으로 뻗은 모습이 종달새의 머리 깃과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명은 옛날 어린아이들이 주머니 끈 끝에 차고 다니던 노리개인 괴불을 ..

야생화이야기 2021.04.09

한국앉은부채 '내버려 두세요'

바라볼 때마다 오묘한 생김새로 인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식물들이 있다. 한국앉은부채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이른봄 깊은 산속에서 꽃을 피운 한국앉은부채는 소라처럼 동글동글한 나발(螺髮) 머리의 부처가 동굴에 들어앉아서 선정에 든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앉은부처라고 부르기도 했다. ​ 2021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해 한강토(조선반도)에 자생하는 기존의 앉은부채로 알고 있는 식물은 신종으로 밝혀져 국명(國名)이 한국앉은부채로 바뀌었다. 앉은부채는 꽃이 지고 나서 땅에 붙은 채 돌돌 말렸다가 배추 잎처럼 펼쳐지는 넓은 잎들이 부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앉은부채는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천남성목(天南星目, Arales) 천남성과(天南星科, Araceae) 앉은부채속(S..

야생화이야기 2021.04.08

세복수초(細福壽草)

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상가 계단에 평소 못 보던 노란 세복수초(細福壽草) 꽃이 피었다. 세복수초는 꽃이 아름답고 이파리가 특이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세복수초는 원래 제주도 한라산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희귀종이다. 그런 희귀 식물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와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생지 훼손이 염려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 식물은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 세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도니스 멀티플로라 니시카와 & 코키 이토(Adonis multiflora Nishikawa & Koki Ito)이다. 영어명은 어큐트-팁 아도니스(Acute-tip adoni..

야생화이야기 2021.04.07

흰민들레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

민들레 중에서도 귀족 대접을 받는 민들레가 있다. 바로 야생 흰민들레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마구 남획한 결과 흰민들레는 멸종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2021년 3월 27일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충주시 연수동 예성로 도로변 깨진 보도 블럭 틈바구니에서 꽃을 활짝 핀 흰민들레를 발견했다. 꽃이 무려 여섯 송이나 피었다. 나흘 뒤에는 바로 근처 건물과 보도 블럭 틈에서 또 한 포기의 흰민들레를 발견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흰민들레였다. 오랜만에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왔다. ​ 민들레는 백성, 곧 민초(民草)를 상징하는 풀이다. 생활력이 강하여 환경에 잘 적응하고, 밟혀도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 때문에 민들레는 민초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일편단심(一片丹心) 민들레라는 말도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1.04.06

벚나무 '순결(純潔), 절세미인(絶世美人)'

3월 말~4월 초는 벚꽃의 계절이다. 벚꽃이 활짝 피면 온 삼천리(三千里) 금수강산(錦繡江山)이 화사한 꽃대궐로 변한다. 어린 시절에 다녔던 시골 산척국민학교(山尺國民學校, 지금의 산척초등학교) 교정(校庭)에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었다. 봄만 되면 학교는 온통 벚꽃 잔치가 벌어지곤 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장관(壯觀)은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유년(幼年)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버찌는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버찌를 따먹다 보면 입 주위가 시커멓게 버찌물이 들곤 했다. ​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어느 날, 모교(母校) 교정에 다시 가보니 아름드리 벚나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벚나무와 함께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도 통째로 날아간 듯했다. 몹시 서운했..

야생화이야기 2021.04.05

자두나무 '순백(純白), 순박(淳朴)'

3월 중순이 지나면 자두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에도 두 그루의 아름드리 자두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자두꽃을 볼 때마다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에는 자두를 오야, 꽃을 오야꽃이라고 불렀다. ​ 중국 양쯔강(揚子江) 유역이 원산지로 알려진 재래종 자두나무 열매는 둥글거나 갸름하며, 크기도 작다. 재래종 자두는 서양자두에 밀려나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재래종 자두 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 자두나무의 꽃말은 '순백(純白), 순박(淳朴), 다산(多産), 순수(純粹), 생명력(生命力)'이다. 흰색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 달리는 모습에서 나온 꽃말이 아닌가 한다. ​ 신라(新羅) 말기 승려 도선(道詵)은 도참서(圖讖書)인 '도선비기(..

야생화이야기 2021.04.02

꽃마리

너무 작아서 그 진가를 모르거나 너무 흔해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꽃들이 있다. 꽃마리도 그런 꽃들 가운데 하나다. 꽃마리 꽃을 사진으로 찍어서 확대하여 놓고 보면 그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에 홀딱 반하게 된다. 꽃마리는 너무나 흔해서 도시의 보도 블럭 사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잘 모르던 풀꽃도 그 이름을 알고 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꽃마리는 통화식물목 지치과 꽃마리속의 두해살이풀이다. 꽃이 필 때 꽃차례가 말려 있어 꽃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트리고노티스 페던큘라리스 (트레비르.) 벤섬. 엑스 헴슬.[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이다. 꽃마리의 영어명은 큐컴버 허브(Cucumber herb)이다. ..

야생화이야기 2021.04.01

수선화(水仙花) '자기애(自己愛), 고결(高潔)'

2005년 1월 중순 일본 큐슈(九州)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첫날 큐슈 최남단 카고시마(鹿兒島) 치란(知覧) 부케야시키(武家屋敷, 무가저택) 마을을 찾았다. 치란 부케야시키 마을은 바쿠후 시대(幕府時代, 1192~1868) 주군(主君)을 모시던 사무라이(侍)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던 곳이다. ​ 한강토(조선반도)에서라면 한겨울인 1월인데도 부케야시키 정원에는 수선화(水仙花)가 활짝 피어 있었다. 바위틈에서 꽃을 피워올린 한 포기 수선화는 매우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담장의 매화(梅花)는 꽃눈이 막 터지려 하고 있었다. 매화와 수선화를 심은 뜻은 주군에 대한 지조(志操)를 고결(高潔)하게 지키겠다는 뜻이었으리라. 매화는 지조, 수선화는 고결을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당시 주군에 대한 충성과 지조는 ..

야생화이야기 2021.03.31

머위 '공평(公平)'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2021년 3월 21일 오전 진료를 마치고 한의원(韓醫院) 뒷마당으로 산보(散步)를 하러 나갔다. 평소에는 눈길이 잘 안 가던 구석진 곳에서 문득 누가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머위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개원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해마다 그 자리에서 나고 졌을 머위를 처음 본 것이다. 이처럼 모든 만물은 다 인연(因緣)의 때가 있는 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머위가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속씨식물문, Anthophyta, Angiospermophyta,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목(菊花目, Aster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머위..

야생화이야기 2021.03.30

냉이

중부 지방에서는 3월 중순이 지나면 냉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냉이는 이제 도심지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아스팔트 도로 갈라진 틈바구니나 시멘트 보도 블럭 사이를 뚫고 올라와 작고 햐얀 꽃을 피워 올리는 냉이를 볼 때마다 그 강인한 생명력에 새삼 감탄하곤 한다. 식탁에 냉이향이 풍기면 새봄이 왔다는 신호다. 된장 찌개를 끓일 때 냉이를 넣으면 풍미의 차원이 달라진다. 이처럼 냉이는 이른 봄 식탁에 계절의 향기를 담뿍 전해주는 고마운 나물이다. 냉이는 산과 들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기에 조금만 발품, 손품을 팔면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차릴 수 있다. 냉이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이다. 사람들에게 뿌리부터 잎까지 봄철 나물로 모든 걸 바치는 냉이에게 잘 어울리는 꽃말이 아닌가 한다. 국립생물자..

야생화이야기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