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피나물 '봄나비'

동물의 혈관을 흐르는 피 같은 것이 식물에게도 있을까? 식물의 피는 뿌리에서 줄기를 타고 잎과 꽃까지 순환하는 수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핏물과 비슷한 수액이 나오는 식물이 있다. 바로 피나물이다. 피나물의 줄기나 잎에 상처가 나면 피처럼 붉으스름한 수액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피나물은 양귀비목 양귀비과 피나물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화식물이다. 학명은 하일로메콘 버날리스 막시모비치(Hylomecon vernalis Maxim.)이다. 영어명은 포리스트 파피(Forest poppy), 일어명은 야마부키소우(ヤマブキソウ, 山吹草), 중국명은 허칭화(荷青花)이다. 피나물을 선매미꽃, 봄매미꽃, 도두삼칠(刀豆三七), 여름매미꽃, 노랑매미꽃, 하청화(荷青花)라고도 한다. 꽃말..

야생화이야기 2021.05.07

큰괭이밥

자생종 괭이밥 가운데 가장 큰 종은 무엇일까? 바로 큰괭이밥이다. 큰괭이밥은 이파리나 꽃이 괭이밥에 비해 훨씬 더 크다. 큰괭이밥의 꽃은 수더분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꽃의 표정도 은은하면서도 환하다. 그래서, 산길을 걷다가 활짝 핀 큰괭이밥 꽃을 만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큰괭이밥은 쥐손이풀목 괭이밥과 괭이밥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옥설리스 옵트리앵굴라타 막시모비치(Oxalis obtriangulata Maxim.)이다. 종소명 'obtriangulata'는 '역삼각형'이란 뜻으로 잎의 모양을 보고 지었다. 괭이밥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이며, 실제로 고양이가 먹는다.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괭이밥을 큰괭이밥풀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빛나는..

야생화이야기 2021.05.06

산자고(山慈姑) '봄 처녀(處女), 가녀린 미소(微笑)'

산자고(山慈姑)를 처음 만난 곳은 2008년 봄 경상남도 통영(統營)의 미륵도(彌勒島)에 있는 미륵산(彌勒山)에서였다. 정상부 마룻금을 걷고 있을 때 산기슭 저만치서 흰색 바탕에 엷은 홍자색(紅紫色)을 띤 산자고 꽃이 멀리서 온 산길 나그네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파리가 무릇을 닮은 산자고는 상당히 연약해 보였다. 꽃도 순박하고 가녀린 느낌이었다. 산자고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산자고 분류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목(百合目, Liliales) 산자고속(山慈姑屬, Tulip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 Ve..

야생화이야기 2021.05.04

큰개별꽃

3월 말경부터 전국 각지의 산록이나 계곡에서 피어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있다. 바로 꽃이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닮은 큰개별꽃이다. 별을 닮은 꽃에는 별꽃, 개별꽃, 큰개별꽃이 있다. 꽃이 별을 닮아서 별꽃, 별꽃보다 열등하다는 뜻에서 개별꽃, 개별꽃보다 잎이나 꽃이 더 커서 큰개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개 원종보다 못하거나 열등한 식물의 이름 앞에 '개'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하지만 큰개별꽃이나 개별꽃의 아름다움은 결코 별꽃 못지 않다. 개별꽃이나 큰개별꽃이 억울해할 만도 하다. 큰개별꽃은 중심자목 석죽과 개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슈도스텔라리아 팔리비니아나 (타케다) 오위[Pseudostellaria palibiniana (Takeda) Ohwi]이다. 영어명은 슈도스텔라리..

야생화이야기 2021.05.03

중의무릇

2021년 4월 초 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을 찾았을 때 마침 중의무릇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중의무릇은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그 특이한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무릇'의 옛말은 '물웃'이다. '물웃, 물구지'는 무릇의 방언이다. ‘물’은 물(水)이고 ‘웃 또는 옷’과 ‘위나 구지’는 ‘가장자리나 구석’이라는 뜻이다. 무릇은 물기가 많은 곳이나 담장, 구석진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의무릇은 잎, 뿌리 등의 모양이 무릇과 비슷하고, ‘중’처럼 산속에 사는 무릇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승려들은 향이 강하고 양기(陽氣)를 북돋우는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는 대신 이 풀의 꽃을 향신료로 사용한다고 해서 중의무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1.04.30

족도리풀 '모녀의 정'

옛날에 부녀자가 예복에 갖추어 머리에 쓰던 관(冠)인 족두리라는 것이 있다. 족두리는 검은 비단으로 만들며, 위는 대략 여섯 모가 지고 아래는 둥글다. 옛날에는 족두리를 족도리라고 했다. 그 족두리와 아주 비슷한 꽃이 피는 식물이 있다. 바로 족도리풀이다. 족두리풀이라고도 하는데, 표준 명칭은 족도리풀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족도리풀에 대해 학명과 개화기, 결실기, 종자의 크기 등만 간단하게 나와 있다. 족도리풀 뿌리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맵다. 그래서, 풍한사(風寒邪)로 인한 감기(感氣)나 비염(鼻炎)으로 코가 막혀 답답할 때, 그 뿌리를 코 안에 집어넣으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족도리풀 뿌리는 실제로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감기나 비염, 수족냉증(手足冷症) 등의..

야생화이야기 2021.04.29

고깔제비꽃 '즐거운 생활'

뿌리에서 잎이 나올때 밑부분이 안쪽으로 또르르 말려 마치 고깔처럼 보이는 제비꽃이 있다. 바로 고깔제비꽃이다. 이파리의 모양과 홍자색의 꽃색이 고깔제비꽃의 동정(同定, identification) 포인트이다. 고깔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바이올라 로시 헴슬리(Viola rossii Hemsl.)이다. 영어명은 카니컬-립 바이올릿(Conical-leaf violet), 일어명은 아케보노스미레(アケボノスミレ)이다. 중국명은 랴오닝진차이(遼寧堇菜) 또는 뤄싀진차이(洛氏堇菜)이다. 고깔제비꽃을 고깔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즐거운 생각'이다. 고깔제비꽃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과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의 나무그늘이나 양지에서 자란다. 고깔제..

야생화이야기 2021.04.28

남산제비꽃

서울제비꽃, 한라투구꽃, 지리바꽃, 울릉국화 등 이름 앞에 지명이 붙는 식물들이 있다. 식물이 처음 발견된 곳이나 자생지가 그곳으로 한정된 경우에 이름 앞에 지명을 붙이게 된다. 남산제비꽃도 그렇다. 남산제비꽃은 서울 남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바이올라 알비다 바. 채로필로이데스 (레겔) 후미오 마에카와 엑스 하라[Viola albida var. chaerophylloides (Regel) F.Maek. ex Hara]이다. 영어명은 남산 바이올릿(Namsan violet), 일어명은 난잔스미레(なんざんスミレ, 南山菫)이다. 중국명은 난샨진차이(南山菫菜) 또는 후진차오(胡堇草), 후진차이(胡堇菜)이다. 남산제비꽃을..

야생화이야기 2021.04.27

민둥뫼제비꽃

한국에는 60여 종이 넘는 제비꽃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류가 많다 보니 야생화 초보자들은 흔하면서도 비슷하게 생긴 제비꽃을 구별하는 것조차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자생지가 제한되어 있어 보기가 어려운 종들은 처음 만날 때 이름을 몰라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기도 광릉이나 자리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민둥뫼제비꽃도 그렇다. 민둥뫼제비꽃은 또 줄민둥뫼제비꽃, 흰민둥뫼제비꽃, 태백제비꽃 같은 유사종이 있으니 제비꽃 초보자들에게는 산 넘어 산이다. 민둥뫼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민둥'이라는 접두어는 털이 별로 없어서 붙은 것이다. 학명은 바이올라 토쿠부치아나 바. 타케다나 (마키노) 후미오 마에카와[Viola tokubuchiana var. ta..

야생화이야기 2021.04.27

둥근털제비꽃 '순진(純眞)한 사랑, 수줍은 사랑'

한강토(조선반도)에 자생하는 제비꽃속(Viola) 식물은 그 종류가 꽤나 많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제비꽃속 자생식물만 해도 무려 63종이나 된다. 그래서, 비슷한 제비꽃은 구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 제비꽃속 자생식물 중에서도 알록제비꽃이나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등은 이파리가 특이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또, 특징이 뚜렷한 흰젖제비꽃, 노랑제비꽃, 종지나물(미국제비꽃) 등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 둥근털제비꽃도 꽃이 연한 자주색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2013년 4월 초 천마산에 갔을 때도 둥근털제비꽃을 만났는데,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처럼 식물도 이름을 알고 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둥근털제비꽃은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

야생화이야기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