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탱자나무

탱자나무는 가시나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짐승이나 도둑을 막기에 충분할 만큼 크고 억세다. 그래서 예로부터 남도지방에는 탱자나무로 생울타리를 만든 집들이 많았다. 탱자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조정래의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 김범우가 떠오르곤 한다. 김범우는 어린 시절 들었던 탱자나무 전설에서 가시의 의미를 성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탱자나무 가시에는 억압과 착취에 신음하며 가난에 시달리던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다는 그 슬픈 의미를 말이다. 옛날에 한 과부 어미가 어린 자식 다섯을 데리고 살았다. 남편이 남기고 간 것은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뿐이었다. 과부 어미 혼자 힘으로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몇 년을 이 앙다물..

야생화이야기 2021.06.05

정향나무

2015년 6월 초 한계령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서북능선을 오르다가 꽃이 활짝 핀 정향나무를 만났다. 정향나무는 설악산 같은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여서 반가왔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 꽃개회나무는 꽃만 봐서는 잘 구별이 안 된다. 이 세 가지를 구별하는 데 있어서는 잎을 잘 관찰해야 한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잎 뒷면의 솜털이다. 잎 뒷면에 솜털이 많이 나 있으면 털개회나무, 솜털이 없거나 조금만 나 있으면 정향나무다. 꽃개회나무와 정향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잎과 향기다.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우면 정향나무, 잎이 좀더 크고 길쭉하면 꽃개회나무다. 꽃향기가 독할 정도로 진하면 정향나무, 꽃향기가 강렬하면서도 은은하면 꽃개회나무다. 정향나무는 물푸레나무목 ..

야생화이야기 2021.06.02

꽃개회나무 '기품'

2015년 6월 하순경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 지점에 솟은 화악산(華岳山, 1,468.3m)에 올랐다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개회나무를 만났다. 2022년 5월 하순경에는 성남 신구대식물원에서 또다시 꽃개회나무와 상봉했다. 꽃개회나무와 정향나무는 언뜻 보면 잘 구분이 안된다. 하지만 잎과 향기를 잘 관찰하면 구분할 수 있다. 정향나무는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운 반면에 꽃개회나무는 잎이 좀더 크고 길쭉하다. 또, 꽃개회나무 꽃향기는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반면 정향나무 꽃향기는 독할 정도로 진하다. 꽃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월피 씨.케이.슈나이더.(Syringa wolfii C.K.Schneid.)이다. 영어명은 ..

야생화이야기 2021.06.01

털개회나무

산행을 하다가 보면 운이 좋은 날이 있다. 2016년 6월 5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다가 미스김 라일락(학명 Syringa pubescens ssp. patula Miss Kim)의 원종인 털개회나무를 만났다. 때마침 털개회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오래간만에 오른 노고단에서 활짝 핀 털개회나무 꽃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털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파툴라 (팔리빈) 나카이[Syringa patula (Palib.) Nakai]이다. 털개회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라일락(Korean lilac), 중국명은 관동챠오링화(关东巧玲花), 일본명은 우스게하시도이(ウスゲハシドイ)이다. 털개회나무를 정향나무, 정향목(丁香木), 정향화(丁香花..

야생화이야기 2021.05.31

분꽃나무 '겁쟁이, 소심, 수줍음'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미인폭포 북동쪽에는 1,029.5m봉이 솟아 있다. 1,000m가 넘는 산임에도 이름이 없는 무명봉이다. 최근에 산악인들이 미인폭포 옆에 있다고 해서 미인봉(美人峰)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미인봉 남쪽에는 백병산(1,260.6m), 북쪽에는 오봉산(729m)과 남산(574.5m), 동쪽에는 시루봉(1,045.4m)이 솟아 있다. 미인봉 서쪽 7~8부 능선의 평평한 구릉지대에는 노푼기라는 고지대 마을이 있다. 태백 통리재 바로 아래 고원휴게소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바로 그 마을이다. 2016년 4월 1일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만한 산길을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노푼기 마을을 찾았다. 때마침 노푼기 마을 어귀에는 분꽃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분꽃 형기가 진하게 풍겨 왔다. 분꽃..

야생화이야기 2021.05.28

수수꽃다리 '젊은 날의 추억'

4월은 수수꽃다리의 향기와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화단에 있는 두 그루의 수수꽃다리도 제철을 만난 듯 꽃이 활짝 피었다. 수수꽃다리는 가지 끝에 작은 꽃들이 모여 송이를 이룬 모양이 수수꽃 이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수꽃다리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오블라타 바. 딜라타타 (나카이) 레더[Syringa oblata var. dilatata (Nakai) Rehder]이다.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 수수꽃다리의 영어명은 시링가 딜라타타(Syringa dilatata) 또는 딜라타타 라일락(Dilatata Lilac), 코리언 얼리 라일락(Korean early lilac)이..

야생화이야기 2021.05.26

원추리 '기다리는 마음'

2021년 5월 22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을 찾았다. 만수골로 들어서면서 문득 원추리 꽃이 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만수골 자연탐방로에 이르자 때마침 피어난 노란 원추리 꽃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꽃을 보니 이제 갓 피어난 듯했다. 바야흐로 원추리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원추리는 백합목 백합과 원추리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엽, 관화식물이다. 학명은 헤메로칼리스 풀바 (엘.) 엘.[Hemerocallis fulva (L.) L.]이다.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보이는 원추리를 백운산원추리(학명 Hemerocallis hakuunensis)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원추리의 영어명은 오린지 데이릴리(Orange Daylily)이다. 중국명은 왕여우차오(忘忧草) 또는 왕여우..

야생화이야기 2021.05.25

서양수수꽃다리

4월의 거리에서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라는 노래가 들려오면 문득 어디선가 날아오는 서양수수꽃다리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4월은 그렇게 서양수수꽃다리 꽃 향기와 함께 온다. 서양수수꽃다리는 라일락(lilac)이라는 서양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사람들도 서양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거의 모르는 듯하다. 요즘은 라일락이 오히려 훨씬 더 친숙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서양수수꽃다리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불가리스 엘.(Syringa vulgaris L.이다. 영어명은 라일락(lilac), 중국명은 오우딩샹(欧丁香)이다. 일어명은 무라사키하시도이(ムラサキハシドイ, 紫丁香花) 또는 리라(リラ), 스오우보쿠(すおうぼく, 蘇芳木), 하나하시도..

야생화이야기 2021.05.21

사과나무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앞 화단에는 사과나무가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연수동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출퇴근길에 아침 저녁으로 만나다 보니 이 사과나무들과 이젠 친구 사이처럼 되어 버렸다. 무심한 듯 지나친 날들도 많았지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정도 점점 깊어갔다. 행정복지센터 사과나무들이 4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과나무 주변은 분홍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화사한 꽃들로 인해 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봄철 꽃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 사과나무들은 가을이 오면 또 바알갛게 익어가는 열매로 풍성한 계절을 선사할 것이다.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이 사과나무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천수를 누리기를 바란다. 사과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사과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야생화이야기 2021.05.20

지면패랭이꽃

지면패랭이꽃을 처음 만난 때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디처럼 땅에 낮게 깔려 분홍색으로 일제히 피어난 지면패랭이꽃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낯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지면패랭이꽃이 토종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지면패랭이꽃을 꽃잔디라고도 불렀다. 이후 지면패랭이꽃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는 전국 각지 어디를 가도 지면패랭이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면패랭이꽃은 통화식물목 꽃고비과 풀협죽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플락스 수불라타 엘.(Phlox subulata L.)이다. 꽃이 패랭이꽃과 비슷하고 지면으로 퍼지기 때문에 지면패랭이꽃이라고 한다. 지면패랭이꽃은 멀리서 보면 잔디 같지만 아름다운 꽃이 피기 때문에 꽃잔디라고도 ..

야생화이야기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