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각시붓꽃 '기쁜 소식(消息), 사랑의 메시지'

4월 초순경 금붓꽃이 필 무렵이면 각시붓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각시붓꽃은 키도 작고 꽃도 작아서 귀엽고 앙증맞은 붓꽃이다. 붓꽃은 키가 거의 60cm 넘게 자라지만 각시붓꽃은 꽃대 높이 5~15cm, 잎 길이 30cm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식물체가 아담하거나 키가 작을 때 '각시'라는 접두사(接頭辭, prefix)를 붙인다. ​ 각시붓꽃이 피어나면 이제 완연한 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산기슭에 각시붓꽃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난 것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수줍은 새색시들이 봄나들이를 나선 것 같다. 각시붓꽃은 난장이붓꽃, 솔붓꽃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난장이붓꽃은 각시붓꽃에 비해 꽃대와 잎 크기가 작다. 솔붓꽃은 뿌리를 봐야 한다. 옛날에 무명을 ..

야생화이야기 2021.06.11

금붓꽃 '기쁜 소식'

4월 초순경 산길을 걷다 보면 황금색으로 환하게 피어난 금붓꽃을 종종 만나게 된다. 밝고 선명한 노란색 꽃은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봄철 깊은 산속에서 금붓꽃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금붓꽃이 그리 흔한 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붓꽃은 봄을 알려주는 꽃이기에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금붓꽃은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이리스 미누토아우레아 마키노(Iris minutoaurea Makino)이다. 영어명은 그래시-립 옐로 아이리스(Grassy-leaf yellow iris) 또는 아이리스 사바티어리(Iris savatieri)이다. 중국명은 샤오황화위안웨이(小黄花鸢尾)이다. 일어명은 킨카키츠바타(キンカキツバタ)이고, 별명은 킨카키츠(キンカキツ)이다. 금붓꽃..

야생화이야기 2021.06.11

나도개감채

너도바람꽃이나 앵초 꽃이 필 무렵 그 근처에서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위태위태한 풀꽃이 있다. 바로 나도개감채 꽃이다. '나도'나 '너도'란 접두어는 대개 다른 분류군이지만 꽃이나 잎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에 붙인다. 하지만, 개감채와 나도개감채는 같은 개감채속 식물들이다. 나도개감채는 백합목 백합과 개감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로이디아 트라이플로라 (레데부어.) 베이커[Lloydia triflora (Ledeb.) Baker]이다. 영어명은 스트라이에이션-플라워 앨프릴리(Striation-flower alplily), 일어명은 호소바노아마나(ホソバノアマナ, 細葉の甘菜)이다. 중국명은 싼화와반화(三花洼瓣花)이며, 싼화뤄디(三花萝蒂), 싼화차오(三花草) 등의 이명이 있다. 나도개..

야생화이야기 2021.06.10

는쟁이냉이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4월 초 중부 지방의 산이나 계곡을 다니다 보면 하얀색으로 피어난 는쟁이냉이를 만난다. 는쟁이는 강원도 사람들이 명아주를 일컫는 말이다. 잎이 명아주를 닮은 냉이라고 해서 강웢도 사람들이 는쟁이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실제로 는쟁이냉이의 잎을 보면 명아주 잎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는쟁이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황새냉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르다미네 코마로비 나카이(Cardamine komarovii Nakai)이다. 영어명은 에이션 비터크레스(Asian bittercress), 일어명은 사지가라시(サジガラシ), 중국명은 이빙수이미지(翼柄碎米荠)이다. 북한명은 숟가락황새냉이이다. 는쟁이냉이를 숟가락냉이, 주걱냉이, 는장이냉이, 산갓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이다. ..

야생화이야기 2021.06.10

'애정, 존중' 줄딸기

앵초를 만나기 위해 남양주 예봉산 새정사 계곡으로 들어간 날 때마침 연분홍색 줄딸기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있었다. 줄딸기는 무수히 많은 줄기가 줄줄이 올라와 덩굴을 이루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래서 줄딸기를 덩굴딸기 또는 덤불딸기라고도 한다. 줄딸기는 장미목 장미과 산딸기속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루부스 올더밀 미쿠엘(Rubus oldhamii Miq.)이다. 영어명은 코리언 크리핑 래즈베리(Korean creeping raspberry), 일본명은 사나기이치고(サナギイチゴ, 蛹苺)이다. 중국명은 마오츠쉬안꺼우즈(毛刺懸鉤子)인데 까오샨쉬안꺼우즈(高山懸鉤子), 샹메이(香莓), 슈츠쉬안꺼우즈(疏刺懸鉤子), 지우리샹(九里香), 뤄디쟈오꽁(落地角公), 지우터우판샹뉴(九頭飯香扭) 등의 이명이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1.06.08

탱자나무

탱자나무는 가시나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짐승이나 도둑을 막기에 충분할 만큼 크고 억세다. 그래서 예로부터 남도지방에는 탱자나무로 생울타리를 만든 집들이 많았다. 탱자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조정래의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 김범우가 떠오르곤 한다. 김범우는 어린 시절 들었던 탱자나무 전설에서 가시의 의미를 성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탱자나무 가시에는 억압과 착취에 신음하며 가난에 시달리던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다는 그 슬픈 의미를 말이다. 옛날에 한 과부 어미가 어린 자식 다섯을 데리고 살았다. 남편이 남기고 간 것은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뿐이었다. 과부 어미 혼자 힘으로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몇 년을 이 앙다물..

야생화이야기 2021.06.05

정향나무

2015년 6월 초 한계령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서북능선을 오르다가 꽃이 활짝 핀 정향나무를 만났다. 정향나무는 설악산 같은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여서 반가왔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 꽃개회나무는 꽃만 봐서는 잘 구별이 안 된다. 이 세 가지를 구별하는 데 있어서는 잎을 잘 관찰해야 한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잎 뒷면의 솜털이다. 잎 뒷면에 솜털이 많이 나 있으면 털개회나무, 솜털이 없거나 조금만 나 있으면 정향나무다. 꽃개회나무와 정향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잎과 향기다.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우면 정향나무, 잎이 좀더 크고 길쭉하면 꽃개회나무다. 꽃향기가 독할 정도로 진하면 정향나무, 꽃향기가 강렬하면서도 은은하면 꽃개회나무다. 정향나무는 물푸레나무목 ..

야생화이야기 2021.06.02

꽃개회나무 '기품'

2015년 6월 하순경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 지점에 솟은 화악산(華岳山, 1,468.3m)에 올랐다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개회나무를 만났다. 2022년 5월 하순경에는 성남 신구대식물원에서 또다시 꽃개회나무와 상봉했다. 꽃개회나무와 정향나무는 언뜻 보면 잘 구분이 안된다. 하지만 잎과 향기를 잘 관찰하면 구분할 수 있다. 정향나무는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운 반면에 꽃개회나무는 잎이 좀더 크고 길쭉하다. 또, 꽃개회나무 꽃향기는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반면 정향나무 꽃향기는 독할 정도로 진하다. 꽃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월피 씨.케이.슈나이더.(Syringa wolfii C.K.Schneid.)이다. 영어명은 ..

야생화이야기 2021.06.01

털개회나무

산행을 하다가 보면 운이 좋은 날이 있다. 2016년 6월 5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다가 미스김 라일락(학명 Syringa pubescens ssp. patula Miss Kim)의 원종인 털개회나무를 만났다. 때마침 털개회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오래간만에 오른 노고단에서 활짝 핀 털개회나무 꽃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털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파툴라 (팔리빈) 나카이[Syringa patula (Palib.) Nakai]이다. 털개회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라일락(Korean lilac), 중국명은 관동챠오링화(关东巧玲花), 일본명은 우스게하시도이(ウスゲハシドイ)이다. 털개회나무를 정향나무, 정향목(丁香木), 정향화(丁香花..

야생화이야기 2021.05.31

분꽃나무 '겁쟁이, 소심, 수줍음'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미인폭포 북동쪽에는 1,029.5m봉이 솟아 있다. 1,000m가 넘는 산임에도 이름이 없는 무명봉이다. 최근에 산악인들이 미인폭포 옆에 있다고 해서 미인봉(美人峰)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미인봉 남쪽에는 백병산(1,260.6m), 북쪽에는 오봉산(729m)과 남산(574.5m), 동쪽에는 시루봉(1,045.4m)이 솟아 있다. 미인봉 서쪽 7~8부 능선의 평평한 구릉지대에는 노푼기라는 고지대 마을이 있다. 태백 통리재 바로 아래 고원휴게소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바로 그 마을이다. 2016년 4월 1일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만한 산길을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노푼기 마을을 찾았다. 때마침 노푼기 마을 어귀에는 분꽃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분꽃 형기가 진하게 풍겨 왔다. 분꽃..

야생화이야기 202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