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목련(木蓮) '고귀(高貴), 자연애(自然愛)'

살다가 보면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2021년 3월 19일도 그랬다. '목련(木蓮) 꽃이 필 때가 되었는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부리나케 일터 바로 옆 주공아파트 공터로 나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순백의 백목련(白木蓮) 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 목련 꽃을 볼 때마다 박목월 시인의 시 '4월의 노래'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노래가 생각나곤 한다. 제목보다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배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는 가사가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목련은 우리네 삶 가까이 자리잡은 나무가 되었다. ​ 목련(木蓮)은 나무(木)에 피는 연꽃(蓮)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목련을 꽃망울이 붓처럼 생겼다고 해서 목필화(木筆花), 북쪽을 향해 핀다고 해..

야생화이야기 2021.03.23

진달래 '사랑의 기쁨'

2021년 3월 16일 점심시간에 일터 바로 옆 교현동 주공아파트에 들렀더니 관리사무소 화단에 연분홍색 진달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진달래 꽃을 보자 마음도 환하게 밝아오는 듯했다. 문득 어린 시절 고향집 뒷동산에 올라 동생들과 함께 진달래 꽃을 따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참꽃을 넣은 지짐이를 만들어 주시곤 했다. 화전(花煎)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은 음식이 되었다. ​ 고향 천등산(天登山, 807m) 인근에서는 진달래를 참꽃 또는 창꽃이라고 불렀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은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먹을 양식이 떨어져 굵주림에 직면하곤 했다. 배고픈 사람들은 진달래 꽃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랬으므로 '참 고마운 진짜 꽃'이란 뜻의 '참꽃'이란 이름을 붙였다. ​ 2001년..

야생화이야기 2021.03.18

복수초(福壽草) '영원한 행복(동양), 슬픈 추억(서양)'

너도바람꽃이 필 무렵 깊은 산 기슭에 샛노란색으로 피어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사(傳令使)가 있다. 바로 복수초(福壽草)다. 언젠가 눈이 많이 내린 해 남양주 천마산에서 눈 속에 노란 등불처럼 피어난 복수초를 본 적이 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눈 덮힌 대지를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운 복수초는 바라보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복수초속(福壽草屬, Adonis)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눈색이속, 복풀, 애기복수초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북한명은 복풀(추천명), 복수초 등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눈색이속이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

야생화이야기 2021.03.17

올괴불나무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에 너도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풍문에 들려왔다. 2021년 3월 14일 주말을 맞아 천마산으로 꽃맞이 길을 떠났다. 돌핀샘을 향해 산길을 오르다가 갓 피어난 올괴불나무 꽃을 만났다. 꽃밥이 작고 앙증맞은 자홍색 구두를 신은 듯한 예쁘고 귀여운 꽃이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올괴불나무 꽃이 몹시도 반가왔다. 올괴불나무는 생강나무와 함께 가장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올괴불나무는 산토끼꽃목 인동과 인동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로니세라 프리플로렌스 바탈린(Lonicera praeflorens Batalin)이다. 영어명은 얼리-블루밍 허니서클(Early-blooming honeysuckle), 중국명은 자오화렌둥(早花忍冬), 일어명은 하야자키효우탄보쿠(ハヤザキヒョウタン..

야생화이야기 2021.03.16

산수유(山茱萸) '영원불멸(永遠不滅)의 사랑'

2021년 3월 11일 아파트 뒤뜰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그와 동시에 노란 산수유(山茱萸) 꽃도 피기 시작했다. 지금쯤 구례군 산동면은 온통 노란색 물감을 쏟아 놓은 듯 산수유 꽃의 바다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2007년 3월 중순 무렵 남도 순천의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에 들른 적이 있다. 때마침, 송광사 도성당(道成堂) 담장에는 노오란 산수유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선암사(仙巖寺)에 들렀을 때는 매화(梅花)가 기억에 남았는데, 송광사는 산수유가 인상적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국생관)는 산수유를 현화식물문(顯花植物門, Anth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층층나무목(Cornales) 층층나무과(Cornaceae) 층층나무속(Cornus)의 ..

야생화이야기 2021.03.15

매실(梅實)나무 '충실(充實)'

2021년 3월 10일..... 봄기운이 무르익은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그 누군가, 무엇인가 부르는 듯해서 평소에 잘 안 다니던 아파트 뒷길로 들어서는 순간 갓 피어난 매실(梅實)나무 꽃이 화살처럼 눈에 들어와 꽂혔다. 꼭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매화(梅花)였다. 순백의 매화를 보자 마음마저 따듯한 봄날처럼 환하게 밝아왔다. 이제 아파트에도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 꽃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 매실나무는 약 2,000년 전에 한강토(조선반도)에 도입되어 정원수로 심었고, 최근에는 분재로 많이 키운다. 매실나무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史)에도 등장한다.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 24년(41) 조 기록에서 '매화'를 찾을 수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1.03.12

산국(山菊) '순수한 사랑'

가을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산국(山菊)을 만나는 일이다. 산국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산에 가을 느낌이 물씬 감돈다. 산국은 전국 어느 산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산국이야말로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라고 할 수 있다. 산국은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한약재로도 쓰여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식물이기도 하다.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을 일반적으로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그런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과의 야생화들을 싸잡아 부르는 이름이다. 가을 찬바람이 이는 산기슭에 노랗게 피어 국화향을 짙게 내뿜는 꽃이 바로 산국이다. 산국을 만날 때마다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산국과 비슷한 감국(甘菊)이다. 산국과 감국은 꽃의 크기로 구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산..

야생화이야기 2021.03.11

가시박

가끔 향수에 젖을 때면 고향 충주시 산척면에 있는 천등산(天登山, 807m) 둘레길을 돌아오곤 한다. 2020년 10월 11일 가을을 맞아 천등산을 향해 떠났다.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석문 마을 앞을 흐르는 제천천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박과도 비슷하고 호박과도 비슷한 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가시박 덩굴이었다. 가시박은 박목 박과 가시박속의 한해살이풀이다. 가시가 달린 박이라고 하여 가시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시시오스 앵귤레이터스 엘.(Sicyos angulatus L.)이다. 영어명은 버 큐컴버(Bur cucumber), 중국명은 치궈과(刺果瓜), 일어명은 아레치우리(アレチウリ, 荒地瓜)이다. 가시박을 안동대목, 안동오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 가시박의 원산..

야생화이야기 2021.03.10

흰좀작살나무

2020년 9월 마지막 날, 주말을 맞아 충주시 살미면 소재 최응성 고택에 들렀더니 마당 한켠에 흰좀작살나무가 눈에 띄었다. 흰좀작살나무에는 흰색의 작은 열매들이 송이를 이루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주색 열매가 달리는 좀작살나무는 많이 보았는데, 흰좀작살나무는 처음 만났다. 흰좀작살나무는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작살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캘리카파 디코토마 에프. 알비프룩투스 티. 야마즈.(Callicarpa dichotoma f. albifructus T.Yamaz.)이다. 작살나무는 줄기를 중심으로 가지가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이 물고기를 잡는 작살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좀작살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의 해발 200~1,200m..

야생화이야기 2021.03.09

뻐꾹나리

충주시 살미면 최응성(崔應聖) 고택에 가을 야생화들이 만발했다는 소식이 풍문으로 들려왔다. 2020년 9월 마지막 날 주말을 맞아 고택에 들렀다. 함월정(涵月亭) 뜰에는 뻐꾹나리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야생에서는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뻐꾹나리였다. 뻐꾹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뻐꾹나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트리시르티스 마크로포다 미켈(Tricyrtis macropoda Miq.)이다. 영어명은 토드 릴리(Toad lily), 중국명은 여우디엔차오(油点草)이다. 일어명은 호토토기스(ホトトギス, 杜鵑草) 또는 야마호토토기스やまほととぎす, 山杜鵑)이다. 뻐꾹나리를 뻑꾹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영원히 당신의 것', '고향생각'이다. ‘뻐꾹나리’라는 이름은 꽃덮이에 있는 분홍색의 얼룩이 뻐꾹새의 ..

야생화이야기 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