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만데빌라(Mandevilla)

2020년 9월 19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터에서 가까운 교현동 주공아파트와 부강아파트를 산책 삼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주공아파트 남쪽 울타리를 따라서 걷고 있는데 진한 붉은색으로 활짝 핀 꽃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한국 자생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원예종 만데빌라(Mandevilla)였다. 만데빌라의 짓붉은 꽃은 상당히 화려하고 도발적이었다. 만데빌라는 용담목(Gentianales) 협죽도과(Apocynaceae) 만데빌라속(Mandevilla)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만데빌라 산데리(Mandevilla sanderi)이다. 만데빌라의 영어명은 브러질리언 재즈민(Brazilian Jasmine)이다. 만데빌라를 브라질 자스민, 동백 자스민이라고도 한다. 꽃..

야생화이야기 2021.01.22

석산(石蒜, 꽃무릇)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면 남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불타는 듯 짓붉은 색으로 피어난 꽃무릇의 장관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기도 하거니와 일이 바빠 그동안 남도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7년 9월 17일 마침내 남도 여행을 떠나 전남 영광의 불갑사(佛甲寺) 꽃무릇 군락지를 볼 수 있었다. 불갑사 꽃무릇은 그야말로 짓붉은 꽃바다의 장관이었다. 그런데, 꽃무릇은 가까운 곳에도 있었다. 2020년 9월 16일 우연히 현재 살고 있는 아이파크 아파트 화단을 바라보다가 활짝 피어난 꽃무릇을 발견했다. 몹시 반가왔다. 전에 못 보던 꽃무릇이었다. 아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새로 심은 듯했다. 앞으로 더 많은 꽃무릇이 피어나 장관을 이루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야생화이야기 2021.01.21

차풀

2020년 9월 15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연수동 주공아파트 1단지 앞길을 지나가는데, 아주 작은 노란색 꽃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차풀이었다. 이 길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도 차풀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모든 인연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차풀은 장미목 콩과 차풀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차메이크리스타 노맴 (지볼트) 혼다 오하시[Chamaecrista nomame (Siebold) Honda Ohashi]이다. 학명이 캐시어 노맴 (지볼트) 혼다[Cassia nomame (Sieb.) Honda]라고 한 곳도 있다. 영어명은 필드 센서티브 피이(Field sensitive pea), 일본명은 카우라케쯔메이(カウラケツメイ, 河原決明)이다. 중국명은 샨삐엔떠우(山扁..

야생화이야기 2021.01.20

코스모스(cosmos)

가을을 상징하는 꽃은 뭐니뭐니해도 코스모스가 아닐까 한다. 귀화식물인 코스모스는 이제 한국에서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코스모스는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줄기나 이파리에서 나는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이다. 또, 코스모스 꽃은 국화 등 다른 가을꽃들과는 달리 향기가 없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꽃이다. 가을의 낭만은 코스모스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을 보면 바람에 살짝살짝 날리는 여인의 고운 치마가 연상된다. 코스모스가 없다면 가을이 가을답지 않을 것이다. 코스모스는 초롱꽃목 국화과 코스모스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코스모스 비피나투스 카브(Cosmos bipinnatus Cav.)이다. 코스모스는 속명 Cosmos..

야생화이야기 2021.01.19

피마자(蓖麻子, 아주까리) '단정한 사랑'

2020년 9월 13일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서북능선 등산로 나들목에 이르렀을 때, 산발치에 피어난 아주까리 꽃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에도 아주까리가 있었다. 아주까리 열매는 많이 봐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꽃은 그렇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꽃이 상당히 기묘했다. 아주까리 꽃을 이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나무 판자로 깐 교실 마룻바닥을 아주까리 열매로 문질러 광을 내곤 했다. 나중에는 양초를 사용해서 마룻바닥을 칠했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까리가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수록된 식물명은 피마자(蓖麻子)이지만, 당시 우리는 아주까리라는 이름밖에 몰랐다. 피마자는 쥐손이풀목 대극과 피마자..

야생화이야기 2021.01.17

2020년 9월 13일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서북능선 등산로 나들목에 이르렀을 때였다. 나들목 밭둑에 순백의 하얀색으로 피어난 박꽃이 눈에 들어왔다. 박꽃을 보니 반가왔다. 플라스틱 그릇의 대중화로 박이 사라지면서 박꽃 구경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가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멍석 위에 누워 옥수수를 먹으며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 떠 있었고, 초가지붕에는 하얀 박꽃이 별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결코 잊혀지지 않는 유년의 추억이다. 시골 초가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박은 박목 박과 박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라제내리아 루칸다 러..

야생화이야기 2021.01.16

배풍등(排風藤)

계명산 서북능선에 솟은 뒷목골산 전망대에는 언제부터인지 배풍등(排風藤)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 오면 전망대에 오를 때마다 배풍등 빨간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곤 했다. 뒷목골산 전망대를 수없이 오르내렸어도 이 배풍등 꽃이 피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 했다. 언젠가는 꽃이 피는 것을 꼭 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그러다가 2020년 9월 13일이었을 거다. 계명산에 올랐다가 서북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연수정 내리막길 풀숲에 피어난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배풍등 꽃이었다. 전망대의 그 배풍등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가왔다. 배풍등은 통화식물목 가지과 가지속의 여러해살이 활엽 반초본.식물이다. 학명은 솔레이넘 라이래툼 툰베리(Solanum lyratum Thunb.)이다. 속명 'S..

야생화이야기 2021.01.14

찔레꽃

해마다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2001년도 5월~7월 백두대간을 홀로 순례하던 때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리산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지 15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해 5월 26일 소사고개에서 충북과 경북, 전북의 경계 지점에 솟아 있는 삼도봉(三道峯, 1,176m)을 향해 산길을 떠났다. 853m봉을 지나 김천 가목에서 무풍 쑴병이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이르렀을 때였다. 때마침 고개마루에는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바람에 실려오는 진한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 향기에 취해 한동안 고개마루에 앉아 있었다. 문득 장사익이 목이 터지도록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라고 부르는 노래가 떠올랐다. 백두대간 순례 43일째인 6월 23일에도 찔레꽃에 대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

야생화이야기 2021.01.13

갈참나무

도토리묵 중에서 제일 맛이 좋은 것이 까도토리묵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까도토리는 어떤 나무에서 열릴까? 참나무속(Quercus) 중 '참'자가 들어가는 나무에는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등 4종이 있다. 참나무라는이름은 없다. 하지만 참나무라고 말할 때는 특별히 상수리나무를 가리킨다. 까도토리는 바로 갈참나무에 달리는 열매를 말한다. 갈참나무는 참나무목 참나무과 참나무속의 낙엽활엽교목이다. 학명은 쿼커스 앨리나 블룸(Quercus aliena Blume)이다. 영어명은 오리엔틀 체스넛 오크(Oriental Chestnut Oak), 일본명은 나라가시와(ナラガシワ, 楢柏), 중국명은 후리(槲栎)이다. 갈참나무는 재잘나무, 톱날갈참나무, 큰갈참나무로도 불린다. 갈참나무를 옛날에는 가랍나모라..

야생화이야기 2021.01.11

산박하(山薄荷) '추억(追憶)'

2020년 9월 13일이었을 거다. 충주 계명산(鷄鳴山, 774.9m)을 종주하다가 산박하(山薄荷)를 만났다. 박하(薄荷)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나지만, 산박하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산박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향기가 있는 줄 알고 이파리를 따서 냄새를 맡았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 산박하는 박하와 꽃 모양도 다르고, 이파리도 다르다. 그런데, 어째서 산박하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일본의 산박하는 향기가 약간 더 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산에서 나는 박하라고 해서 산박하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국표에 따르면 한강토에서 산박하라는 국명이 최초로 등장한 때는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인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이다. 한국의 산박하는 일본의 ..

야생화이야기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