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2

만추(晩秋)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문득 영화 '만추(晩秋)'와 함께 여주인공 애나 역의 탕웨이(汤唯)가 떠오른다. 김태용이 감독을 맡았고, 현빈이 남자 주인공 훈으로 나온다. 애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교도소 수감 생활 7년 만에 3일 간의 휴가를 받는다. 애나는 시애틀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는 차 안에서 차비를 빌려달라는 훈을 만난다. 훈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수감 생활 7년 동안 모든 것이 변해버린 바깥 세상..... 결국 애나는 장례식 참석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때 다시 만난 훈..... 첫 번째 만남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번째 이후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늦가을처럼 서늘하고 텅빈 두 사람의 가슴에 차오르는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

[EIDF 2020] 아카사, 마이홈 - 한 집시 가족의 루마니아 생존기

제17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2020) 8월 18일(화요일) 25시 45분에는 루마니아의 라두 치오르니치우크(Radu Ciorniciuc) 감독의 'Acasa, My Home'(아카사, 마이 홈, 2020)이 방영되었다. EIDF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아카사, 마이 홈'은 선댄스 영화제와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다큐 영화에 대해 '서정적이고 도발적이다.'라고 평했다. 에나케 가족은 지난 20년 동안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Bucharest) 도심 속 야생 동물들이 희귀하고 거대한 녹색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삼각지에서 살아왔다. 감독은 에나케 가족에 대해 인종을 밝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다큐를 끝까지 보면 에나케 가족이 집시라..

[EIDF 2020] 시네마 파미르 -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안내서

스웨덴(Sweden)의 마틴 폰 크로그(Martin von Krogh) 감독이 2020년에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Cinema Pameer'(시네마 파미르)는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의 수도 카불(Kabul) 소재 한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다. 아프간에서는 현재 정부군과 탈레반(Taleban), 다에시(Daesh, ISIS의 멸칭) 등 반군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극장 직원이나 관객 모두에게 전쟁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에서 도피하기 위해 시네마 파미르를 찾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온다. 마틴 폰 크로그 감독은 카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오늘날의 아프간을 들여다본다. 이 다..

[EIDF 2020] 겨울 아이들의 땅 - 시베리아 설원에 펼쳐지는 동심의 세계

2020 EBS 국제다큐영화제(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IDF)가 8월 17일 시작됐다. 개막 상연작은 '매들린, 런웨이의 다운증후군 소녀'였다. 2004년에 시작된 EIDF는 벌써 올해 17회를 맞이했다. EIDF는 23일까지 열린다. 주요 작품들은 EBS를 통해서 방영된다. EIDF 팬 중 한 사람으로서 1년 동안 기다린 행사다. 23일까지는 EBS 상연작들을 보느라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처음 본 작품은 크세니아 엘리안(Ksenia Elyan) 감독의 '겨울 아이들의 땅'이다. 원제는 'How Big Is the Galaxy?'이다. 2018년 러시아, 에스토니아 합작 영화이다. 상연 시간은 72분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끝없이 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며 자본주의를 생각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사상 정말 대단한 업적이고 위대한 성취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통렬한 영화적 일침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 포스터 '기생충 같은 놈!'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뜨끔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세상을 잘 살아온 것이다.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있어서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생물체가 기생충(parasite)이다.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생물체는 숙주(host)라고 한다. 영화에서 기생충-숙주 관계는 상징적인 관계니까 기생충 학..

영화음악 100선 - 8. 미션, 엔니오 모리코네의 「Gabriel’s Oboe」

The Mission - Gabriel's Oboe (Full HD) 18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미개한 南美 대륙에서 宣敎(선교) 활동을 하다가 순교한 神父(신부)들의 헌신적인 사연을 담고 있다. 노예상인으로 악명을 떨쳤던 맨도사 신부(로버트 드 니로)가 改過遷善(개과천선)해 원주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