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비비추

7월 30일이었다. 진료를 마치자마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각종 화분으로 가득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사무소 입구 계단에 자주색 비비추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비비추를 보면 가을이 생각나곤 한다. 꽃 이름에 '추'자가 들어가서일까? '추' 하면 '秋'(가을 추)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는 가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취'가 변한 것이다. '취'자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비비추는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비비추는 백합목 백합과 비비추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어린 잎을 나물로 먹을 때 거품이 나올 때까지 손으로 비벼서 먹는다고 하여 비비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명은 Hosta longipes (Franch. & Sav.) Matsum.이다. 이명에는 이..

야생화이야기 2020.09.22

맥문동(麥門冬) '기쁨의 연속'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에는 잔디 대신 맥문동(麥門冬)을 심었다. 그래서 해마다 7월 중순 무렵이면 자주색 맥문동 꽃 향연이 벌어지곤 한다. 2020년도에는 7월 20일 전후부터 맥문동 꽃이 한두 송이씩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7월 말부터는 아파트 화단 전체가 자주색으로 물들었다. 맥문동 꽃은 특이하고 예뻐서 관상가치가 높고, 알뿌리는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맥문동은 한의사들이 자주 처방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다. 한의사인 나로서는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맥문동이 늘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다. 맥문동은 백합목 백합과 맥문동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맥문동을 겨우살이풀, 계전초(階前草), 문동(門冬), 불사초(不死草), 알꽃맥문동, 넓은잎맥문동, 동사이(冬沙伊)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쁨의 연속'이다. ​ 중국 ..

야생화이야기 2020.09.21

'기다려주오' 황매화(黃梅花)

2013년 5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황매화(黃梅花)를 처음 보았다. 그 전까지는 죽단화(겹황매화)를 황매화로 잘못 알고 있었다. 소박한 황매화는 화려한 죽단화에 밀려 이젠 주변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황매화(黃梅花)는 장미목 장미과 황매화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영어명은 케리아 저파니커(Kerria japonica), 일어명은 야마부키(ヤマブキ, 山吹), 중국어명은 띠탕화(棣棠花)이다. 학명은 Kerria japonica (L.) DC.이다. 황매화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분포 지역은 한국 외에 일본, 중국 등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황매화의 이명에는 지당화(地棠花),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 등이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문..

야생화이야기 2020.09.18

죽단화(겹황매화) '기다림'

2020년 7월 말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뒤편 생울타리에 노란색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무슨 꽃인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죽단화였다. 죽단화는 보통 4~6월에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녀석은 좀 늦게 핀 것이었다. 다른 꽃들은 다 지고 나서 마지막으로 홀로 피어난 것은 무슨 뜻일까? 어쨌든 홀로 고고하게 피어난 그 용기가 가상했다. 죽단화는 장미목 장미과 황매화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죽단화를 죽도화(竹島花), 겹죽도화, 겹황매화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 죽단화와 죽도화는 '조선삼림식물도설'(정태현, 1943)'에 등재된 이름이다. 박상진은 그의 저서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서 죽단화의 이름 유래에 대해 "옛날에 임금님이 꽃을 보고 ..

야생화이야기 2020.09.18

부추 '무한한 슬픔'

7월 25일이었을 거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상가 화단에 부추 꽃이 피어 있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꽃이 핀 것을 못봤는데..... 한 포기만 자란 것으로 보아 부추를 화초로 심은 듯했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 밭둑에도 부추가 자라고 있었다. 누가 키운 것이 아니라 해마다 저절로 나고 자라는 부추였다. 시골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했다. 김치며 깍두기를 담글 때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어머니는 밭둑에서 뜯어온 정구지를 넣으시곤 했다. 정구지는 겉절이로 담가 먹어도 맛이 있었다. 고향 밭둑에서 풍성하게 자라던 정구지는 지금 다 사라지고 추억만 남아 있다. 부추는 백합목 백합과 부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알리움 투베로숨 로틀러 엑스 스프렝겔(Allium tuberosum Rottler ex ..

야생화이야기 2020.09.17

상사화(相思花) '이룰 수 없는 사랑'

2020년 8월 1일 주말을 맞아 간간이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손님으로 온 처가 가족을 모시고 제천시 백운면 원월리, 백두대간(白頭大幹) 천등지맥(天登枝脈) 오청산(五靑山, 655m) 남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약천사(藥泉寺)를 찾았다. 처가 식구들은 어린 시절부터 장모님을 따라 약천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약천사를 찾은 것이다. 주지 스님은 출타했는지 약천사는 텅 비어 있었다. 절 마당에는 비에 젖은 상사화(相思花)가 활짝 피어 있었다. ​ 2007년도 8월 5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처가에 다니러 갔을 때도 활짝 핀 상사화가 반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상사화는 유달리 처가와 인연이 많았던 것 같다. 상사화는 백합목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상사화를 개난초, 개가재무릇이라고..

야생화이야기 2020.09.16

나무수국(목수국) '변심, 냉정, 거만'

7월 20일 일터에서 가까운 동태탕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뜰에는 각종 화초가 자라고 있었다. 난간에 올려놓은 화분에는 분홍색 카네이션과 빨간색 꽃기린, 흰겹꽃베고니아 등의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바로 그 옆 화분에는 하얀 나무수국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나무수국을 목수국(木水菊)이라고도 한다. 나무수국은 장미목 범의귀과 수국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영어명은 패니클 하이드레인저(panicle hydrangea)이다. 학명은 Hydrangea paniculata Siebold이다. 꽃말은 '냉정, 무정, 거만'이다. 분포 지역은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자생지에서는 산기슭, 계곡, 덤불숲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 심는다. 나무수국의 키는 2~3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

야생화이야기 2020.09.15

흰겹꽃베고니아(베고니아 더블릿 화이트)

7월 20일 일터에서 가까운 동태탕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뜰에는 각종 화초가 자라고 있었다. 난간에 올려놓은 화분에는 분홍색 카네이션과 빨간색 꽃기린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바로 그 옆 화분에는 난생 처음 보는 하얀색 꽃이 피어 있었다. 꽃 모양이 마치 팝콘을 튀겨놓은 것처럼 부풀어올라 있었다. 예쁘기는 했지만 상당히 낯선 꽃이었다. 일터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이 꽃은 베고니아과(Begoniaceae) 베고니아속(Begonia) 여러해살이풀인 꽃베고니아 '더블릿 화이트'(학명 Begonia semperflorens 'Doublet White')였다. 꽃베고니아 '더블릿 화이트'는 흰겹꽃베고니아 또는 팝콘베고니아, 사철베고니아라고도 불린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철베고니..

야생화이야기 2020.09.15

꽃기린

7월 20일 일터에서 가까운 동태탕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뜰에는 각종 화초가 자라고 있었다. 난간에 올려놓은 화분에는 분홍색 카네이션이 활짝 피어 있었다. 카네이션 바로 옆에는 빨간색의 꽃기린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원예종 식물이라도 이름을 알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꽃기린은 아직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종이다. 한국에 도입된지 아직 얼마 안되는 식물로 보인다. 꽃기린은 쥐손이풀목 대극과의 다육식물이다. 솟아오른 꽃 모양이 기린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은 Euphorbia milii var. splendens이다. 영어명은 크라운 오브 쏜스(crown of thorns)이다. 'crown of thorns'는 꽃기린의 가시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

야생화이야기 2020.09.14

카네이션

7월 20일 일터에서 가까운 동태탕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뜰에는 각종 화초가 자라고 있었다. 난간에 올려놓은 화분에는 분홍색 카네이션이 활짝 피어 있었다. 카네이션은 꽃은 언뜻 보아도 그 모양이 패랭이꽃과 가까운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어머니도 다 하늘나라 여행을 떠나시고 이젠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분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한없이 서글퍼진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카네이션(carnation)은 중심자목 석죽과 패랭이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Dianthus caryophyllus L.이다. 꽃말은 '자비로움'이다. 커네이션은 원예품종이 많고 대개 만첩꽃을 심고 있다. 카네이션의 원산지는 유럽의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다. 2,000..

야생화이야기 2020.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