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65

노루오줌 '쑥스러움'

노루오줌을 카메라에 처음 담은 때는 2006년 6월 30일 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화단에서였다. 당시 부강아파트에는 야생화를 기르는 취미를 가진 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는 틈틈이 화단에 각종 야생화들을 심고 키웠다. 그래서 부강아파트 화단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철따라 피고지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환경 정화를 한답시고 화단의 야생화들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야생화가 사라진 아파트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변했다. 이후 산을 오를 때마다 노루오줌을 만나면 반가운 마움이 앞섰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다소 특이하다. 어디서 유래한 이름일까? 노루오줌의 이름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여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노루가 물 마시러..

야생화이야기 2020.10.13

사위질빵

사위질빵을 카메라에 처음 담은 때는 2006년 8월 6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사이에 솟은 백두대간 대야산(大耶山, 931m)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였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밭둑에는 사위질빵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밭둑을 온통 하얀 사위질빵 꽃이 뒤덮고 있었다. 사위질빵은 사실 산과 들에 너무나 흔해서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잡초도 평등한 식물이다!'라는 생각이 들고부터는 하찮아 보이는 식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의 생긴 모습이나 성격이 천차만별이듯이 식물도 만찬가지다. 이후 가능하면 풀과 나무에 대해 차별상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위질빵이란 이름의 유래가 참 재미있다. 그런 이름을 얻은 내..

야생화이야기 2020.10.12

무궁화(無窮花) '섬세한 아름다움, 끈기'

때아닌 무궁화(無窮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궁화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徽章)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고 주장한다. 강효백의 주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래(필명)는 강효백의 주장에 대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그는 박정희 ..

야생화이야기 2020.10.10

채송화(菜松花)

2020년 7월 28일이었던가? 점심을 먹으러 연수동 옹심이칼국수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칼국수집 바로 못미처 가정집 화단에 빨간색과 노란색 채송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채송화를 보자마자 문득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피었습니다.....'로 시작하는 '꽃밭에서'라는 제목의 동요가 떠올랐다. 이처럼 채송화는 고향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꽃이다. 채송화(菜松花)는 중심자목 쇠비름과 쇠비름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Portulaca grandiflora Hook.이다. 영어명은 로즈 모스(rose moss), 중국어명은 차오두쥐엔(草杜鹃) 또는 반즈롄(半支莲)이다. 일본어명은 마쯔바보탄(まつばぼたん, 松葉牡丹)이다. 채송화는 남미가 원산지로 한국에서는 귀화식물이다. 지금은 전국..

야생화이야기 2020.09.29

수박풀

2020년 7월 27일 아침 걸어서 출근하는데, 지금은 폐업한 남포동횟집 앞 공터에 하얀 꽃이 피어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바로 수박풀이었다. 수박풀을 충주 시내 도로변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느라 지각을 하고 말았다. 2주일 동안은 수박풀 꽃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3주일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남포동횟집을 지나가는데, 누군가 예초기로 잡초와 함께 수박풀까지 모조리 베어 버렸다. 귀한 야생화까지 베어 버리는 몰지각한 환경 미화는 자연을 무시하는 처사다. 충주시는 시내에 자생하는 보존 가치가 높은 야생화들을 전수조사한 뒤에 환경 미화를 하던지 말던지 하기 바란다. 이런 군대식의 환경 미화는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누구를 위한 환경 미화인가? 수..

야생화이야기 2020.09.29

호박

2020년 7월 27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상가 도로 맞은편 울타리에 피어난 호박 꽃이 눈에 들어왔다. 호박 꽃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이 생각난다. 옛날 고향 시골집 주변 울타리나 밭둑에는 언제나 호박 덩굴이 우거졌었다. 어머니는 종종 어린 호박잎을 따서 밥솥에 찐 다음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함께 밥상에 올리곤 하셨다. 어머니표 호박잎 쌈은 최고의 웰빙 음식이었다. 요즘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기끔 호박잎 쌈을 찾곤 한다. 어릴 때는 또 종종 호박꽃을 갖고 놀기도 했다. 호박꽃이 활짝 피어나면 검은색 바탕에 진노란색 넓은 띠무늬가 있는 호박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호박벌이 날아와 호박꽃에 들어가면 몰래 다가가서 잽싸게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러면 깜짝 놀란 호박벌은 꽃에..

야생화이야기 2020.09.26

만수국(萬壽菊)

2020년도 7월 28일이었다. 처음으로 만수국(萬壽菊)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만수국은 이제 너무 흔해서 예전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수국은 굉장히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만수국을 금잔화(金盞花, Calendula arvensis L.)로 오인하기도 한다. 만수국과 금잔화를 함께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어찌된 일인지 금잔화를 우리 주변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만수국(萬壽菊)은 초롱꽃목 국화과 천수국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Tagetes patula L.이다. 영어명은 프렌치 매리골드(French marigold)이다. 중국어명은 콩취에차오(孔雀草), 샤오완셔우쥐(小万寿菊), 홍황차오(红黄草)..

야생화이야기 2020.09.25

자주닭개비

7월 27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아파트 상가를 지나가는데, 부동산 사무소 앞 화단에 자주닭개비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5월 중순경이면 자주닭개비가 피어났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 상가 화단의 자주닭개비는 7월 중순이 지나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주닭개비는 흔히 자주달개비라고도 부른다. 발음도 자주달개비가 더 쉽고 익숙하다. 하지만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는 자주닭개비로 나와 있다. 자주닭개비는 닭의장풀목 닭의장풀과 자주닭개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Tradescantia reflexa Raf.이다. 영어명은 스파이더-워트(spider-wort), 중국어명은 즈루차오(紫露草), 일어명은 무라사키쯔유쿠사(むらさきつゆくさ, 紫露草)이다. 자주닭개비는 북미 원산의 외래식물이..

야생화이야기 2020.09.24

꽃며느리밥풀

2020년 7월 26일 주말을 맞아 괴산의 막장봉을 오르기 위해 제수리치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투구봉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막장봉을 눈앞에 두고 등산화 밑창이 나가버렸다. 전날 내린 비에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어쩔 수 없이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산기슭에 피어난 빠알간 꽃며느리밥풀 꽃을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움이 덜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설악산, 함백산, 계명산, 노고산, 금수산 등 전국의 산들을 다니면서 꽃며느리밥풀 꽃을 꽤나 많이 만난 것 같다. 꽃며느리밥풀 꽃을 볼 때마다 슬픈 전설이 생각난다. 아주 먼 옛날 가난한 집 처녀가 몰락한 양반 집으로 시집을 왔다. 양반 집 시어머니는 성격이 모질었다.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던 새댁은 어느 날 저녁 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

야생화이야기 2020.09.23

돌양지꽃

2020년 7월 26일 주말을 맞아 괴산의 막장봉을 오르기 위해 제수리치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투구봉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막장봉을 눈앞에 두고 등산화 밑창이 나가버렸다. 전날 내린 비에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어쩔 수 없이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바위틈에 피어난 노오란 돌양지꽃을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움이 덜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지리산, 대암산, 용문산 등 전국의 산들을 다니면서 돌양지꽃을 꽤나 많이 만난 것 같다. 까마득한 바위절벽에 매달린 듯 피어난 돌양지꽃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런 척박한 환경에서 예쁜 꽃들을 피워낼 수 있는지 경외감이 들곤 했다. 돌양지꽃은 장미목 장미과 양지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영어명은 코리언 싱폴(Korean cinquefoil)이다. 학명은 Potentilla ..

야생화이야기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