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미덕, 음덕' 뚱딴지

멀리서 바라보면 해바라기꽃으로 착각하기 쉬운 꽃이 있다. 바로 뚱딴지꽃이다. 뚱딴지는 돼지감자라고도 한다. 돼지감자의 예쁜 꽃을 보면 왜 이름을 뚱딴지라고 붙였을까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엉뚱한 행동이나 생각을 뚱딴지라고 하기 때문이다. 돼지감자는 워낙 번식력이 좋기 때문에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곳에서도 마구 나온다고 해서 뚱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돼지감자는 사람이 먹을 수 없고 돼지나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뚱딴지는 멧돼지도 좋아하는 먹이다. 하지만 요즈음 뚱딴지는 당뇨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에는 뚱딴지에 얽힌 옛날 이야기가 전해 온다. 河北省的深泽县有一个小伙子叫刘明,无意中他偶得一块人心。谁承想,他把心拿到河里洗过后,人心变成一个美丽的姑娘。姑娘感..

야생화이야기 2022.03.08

'성스러운 사랑' 참외(眞瓜)

참외는 수박과 함께 여름철의 대표적인 과일이다. 참외가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원두막이 있는 참외밭 풍경은 지금도 전원적이고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외가 노릇노릇한 색을 띠고 익어갈 때면 그 풋풋하고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방학이면 참외밭을 하는 동무네 원두막에 올라 소꿉놀이를 하며 놀던 때가 엊그제 같다. 참외는 박목 박과 오이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참외를 진과(眞瓜), 감과(甘瓜), 고체(苽蔕), 과채(瓜菜), 첨과(甛瓜), 왕과(王瓜), 향과체(香瓜蔕), 백사과(白沙瓜), 고정향(苦丁香)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이다.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참외의 학명은 쿠쿠미스 멜로 바. 마쿠와 마키노(Cucumis ..

야생화이야기 2022.03.07

서양등골나물 '주저(躊躇), 망설임'

2021년 가을도 다 끝나가는 11월 중순경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을 찾았다. 남한산성 남문(南門) 지화문(至和門) 초입에는 흰색의 서양등골나물 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등골나물 앞에 '서양(西洋)'이란 접두사(接頭辭)가 붙은 것으로 보아 유럽이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외래종 귀화식물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한강토(조선반도)에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를 오가는 사람에 의해 옮겨졌을 것이다. 환경부는 2002년 서양등골나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람을 따라서 들어온 서양등골나물이 무슨 죄가 있을까? 서양등골나물은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서양등골나물속(Ageratin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미국등골나물, 사근초(蛇根..

야생화이야기 2022.03.04

'가련미의 극치' 쥐꼬리망초

산으로 들로 다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풀꽃들을 만나는 것이다. 2021년 11월 초순 충주에 있는 계명산을 오르다가 앙증맞게 피어난 쥐꼬리망초 꽃을 만났다. 쥐꼬리망초는 꽃이 작아서 바싹 다가가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쥐꼬리망초는 털투성이 포엽과 꽃받침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꽃차례가 마치 쥐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쥐꼬리망초는 통화식물목 쥐꼬리망초과 쥐꼬리망초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유스티키아 프로쿰벤스 린네(Justicia procumbens L.)이다. 속명 '유스티키아(Justicia)'는 18세기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이자 원예가인 제임스 저스티스(James Justice)의 라스트 네임(성)을 라틴어로 표기한 것이다. 종소명 '프로쿰벤스(procumbens..

야생화이야기 2022.03.03

'행복한 종말' 칸나(Canna)

칸나(Canna)가 없는 정원의 화단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정원이 있는 집에서는 대부분 화단에 칸나 한두 포기쯤은 키우고 있다. 칸나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키가 비교적 큰 편이고, 잎이 넙적해서 시원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꽃도 아름다워서 화초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칸나가 있는 정원은 왠지 열대의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듯하다. 요즘에는 공원이나 도로변 화단에도 칸나를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칸나에 얽힌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인도에 질투심 많은 악마 네와다드가 살았다. 어느 날, 고타마 싯다르타가 높은 법력(法力)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자 네와다드는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네와다드는 싯다르타를 해치려고 마음먹었다. 그는 언덕에 ..

야생화이야기 2022.03.01

담쟁이덩굴 '우정(友情, 아름다운 매력, 공생(共生)'

담쟁이를 볼 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시가 떠오르곤 한다. 그의 시 '담쟁이'에서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인민(人民)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 시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시인의 경험이 '담쟁이'라는 시 한 편에 잘 녹아 들어가 있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

야생화이야기 2022.02.28

삿갓우산이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충주시 연수동 체육관 사거리를 거의 날마다 몇 해를 지나다녔는데도 삿갓우산이끼를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 사거리를 지나가는데, 문득 화단 응달진 곳에서 땅에 붙어 깔려 있는 삿갓우산이끼가 눈에 들어왔다. 삿갓우산이끼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길을 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인연은 다 때가 있다. 인연이 되려면 마음이 먼저 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배우체(配偶體, gametophore)가 나오기 전에는 삿갓우산이끼의 이름 유래를 알기가 어렵다. 배우체가 나오면 비로소 '아하!' 하고 왜 이름을 삿갓우산이끼라고 지었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된다. 삿갓우산이끼의 배우체가 삿갓 우산을 똑닮았기 때문이다. 삿갓우산이끼는..

야생화이야기 2022.02.25

개쑥부쟁이 '그리움, 기다림'

개복숭아, 개살구, 개망초, 개사철쑥, 개양귀비, 개갓냉이 등 '개'자가 붙는 식물이 있다. 개쑥부쟁이도 그렇다. '개'자가 붙는 식물은 대개 원종보다 못하거나 독성이 있을 때 붙이는 접두사다. ​ 쑥부쟁이보다 산과 들에서 더 흔하게 만나는 것은 개쑥부쟁이다. 같은 시기에 꽃이 피는 두 종을 초보자들이 구분하기는 좀 어렵다. 개쑥부쟁이는 쑥부쟁이보다 꽃이 조금 더 크고 화려한 편이다. 또, 쑥부쟁이는 잎에 톱니가 있고, 개쑥부쟁이는 톱니가 없다. 하지만, 개쑥부쟁이도 줄기잎의 윗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좀더 확실한 방법은 꽃받침(總苞)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개쑥부쟁이의 꽃받침은 3줄로 배열되며,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으로서 끝이 뾰족하다. 반면에 쑥부쟁이의 꽃받침은 3줄로 ..

야생화이야기 2022.02.24

까치깨

2021년 10월 초순경 충주 금봉산(남산)에 올랐을 때 마침 노란색으로 활짝 핀 까치깨꽃을 만났다. 금봉산을 그렇게 많이 올랐어도 까치깨꽃은 처음 만나는 야생화였다. 까치깨라는 이름의 유래는 열매 속에 참깨 같은 씨가 많이 들어 있는데, 가꾸거나 먹지 않고 야생으로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또, 까치깨라는 이름이 '까마귀깨'를 뜻하는 일본어 가라수노고마(カラスノゴマ, からす‐の‐ごま, 烏の胡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은 토종식물에 일본명을 붙였을 리 없다는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말 접두사 '까치'는 '이르다' 또는 '가짜'라는 뜻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까치설날'이다. 설 하루 전을 말하는 까치설날은 '이른 가짜설'에서 온 말이다. 이를 근거로 까치깨라는..

야생화이야기 2022.02.22

꽃향유 '가을 향기(香氣), 조숙(早熟), 성숙(成熟)'

10월의 산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깻잎 향이 나는 듯하여 고개를 돌려보면 저만치서 자주색 미소를 띠고 있는 꽃향유를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꽃향유의 잎은 들깻잎과 똑닮았다. 꽃과 잎의 형기도 들깨와 비슷하다. 꽃향유는 '향유(香薷, 노야기)'에 '꽃'이 더해진 합성어다. 향유와 비슷하면서도 꽃이 보다 크고 화려해서 꽃향유란 이름이 붙었다. 꽃향유는 '꽃이 아름다운 향유'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꽃향유에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옛날 충청도의 어느 한 시골 청년이 청운(靑雲)의 꿈을 품고서 집을 떠났다. 하지만 막상 집을 떠나고 나니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힘들고 어려운 날이 계속되면서 청년의 꿈도 시나브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기 짝이 없어 속상했던 청년은 돈이 생길 때마다 노름판..

야생화이야기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