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천궁(川芎)

천궁(川芎)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한약재 가운데 하나다. 보혈제(補血劑) 중 대표적인 처방이 사물탕(四物湯)이다. 사물탕의 처방은 숙지황(熟地黃), 당귀(當歸), 백작약(白芍藥), 천궁 등 4가지 한약재로 구성된다. 임신부의 순산(順産)과, 출산 후 오로(惡露)의 배출을 돕는 명약 궁귀탕(芎歸湯)에도 당귀와 함께 천궁이 중요한 한약재로 들어간다. 그래서, 궁귀탕을 부처님 손이 아기와 산모를 보살피듯 순산을 돕는다는 뜻에서 불수산(佛手散)이라고도 한다. 천궁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이기도 하다. 천궁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나온다. '뻰차오강무'에 '芎本作营, 名義未詳. 或云 人頭穹窿窮高, 天之象也. 此藥上行, 專治頭腦 ..

야생화이야기 2022.02.19

궁궁이(芎窮)

궁궁이(芎窮)는 깊은 산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야생화 가운데 하나다. 궁궁이를 볼 때마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궁궁이는 '궁궁(芎窮)'에 접미사 '이'가 붙은 합성어다.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芎本作营, 名義未詳. 或云 人頭穹窿窮高, 天之象也. 此藥上行, 專治頭腦 諸疾, 故有芎藭之名(芎궁은 본래 营영이라 쓰지만 그 이름의 뜻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사람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은 것처럼 하늘의 형상이라고 했다. 이 약은 위로 올라가 오로지 머리의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므로 궁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궁궁(芎窮)은 활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며, 약성이 주로 사람의 머리를 치료하는 것에서..

야생화이야기 2022.02.18

눈괴불주머니

한반도에 자생하는 현호색속(玄胡索屬, Corydalis) 식물들은 대개 봄철에 꽃이 핀다. 그런데, 현호색속 식물 중에서 가을에 꽃이 피는 종이 있다. 바로 눈괴불주머니다. 눈괴불주머니는 다른 현호색속 식물들과는 달리 가을에만 꽃이 핀다. 괴불 또는 괴불주머니는 옛날 어린아이의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를 고양이의 음낭에 비유하여 이르던 말이다. 오색 비단 헝겊에 여러 가지 모양의 수를 놓아 만든 노리개를 괴불주머니라고 했다. 옛날에는 부녀자나 어린이들이 빨강, 노랑, 파랑색을 한 벌로 하여 주머니끈 끝에 달고 다녔다. 고양이의 음낭과 비슷한 노리개를 닮았다고 해서 괴불주머니, 식물체가 누운 모양이라고 하여 눈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야생화백과사전'은 괴불주머니의 이름 유래에 대해 '괴불은 오래..

야생화이야기 2022.02.16

개미취

노루귀나 매발톱, 병아리풀, 제비꽃, 까치수영 등 동물이나 곤충의 이름을 붙인 식물들이 있다. 개미취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개미취의 잎이나 줄기, 꽃을 보면 개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개미취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자. 먼저, 개미취는 개미(蟻)+취(나물)의 합성어로 꽃자루에 개미가 붙어 있는 것처럼 작은 털이 있고 나물로 식용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설은 꽃자루에 있는 작은 털의 모습이 전혀 개미와 비슷하지 않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개미가 곤충이 아니라 연줄을 질기고 세게 만들기 위하여 실에 먹이는 물질이라는 설이다. 부레풀에 사기나 유리 가루를 타서 끓인 것을 연줄에 먹이면 굉장히 강해지는데 이를 개미라고 한다. 꽃자루에 붙어 있는 작은 털의 ..

야생화이야기 2022.02.14

맨드라미

고향 시골의 울 밑에는 봉선화(鳳仙花)만 핀 것이 아니었다. 맨드라미도 피었고, 채송화(菜松花)도 과꽃도 피었다. 옛날에는 맨드라미를 주로 담 밑이나 장독대 옆에 심었다. 맨드라미가 지네를 물리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맨드라미는 한가위 명절 때 만들어 먹는 기장떡에 대추, 밤, 잣, 검정깨 등과 함께 올라가는 고명의 재료이기도 했다. 새하얀 기장떡에 맨드라미가 올라가면 새빨간 무늬가 유난히 돋보이곤 했다. 맨드라미에 얽힌 전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무룡 장군 전설이다. 옛날 어느 나라에 충직한 무룡 장군이 있었다. 왕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무룡 장군은 간신들에게 항상 눈엣가시였다. 간신들은 왕에 대한 음모를 꾸며 반란을 일으키기로 계획을 세웠다. 반란 계획을 알게 된 무룡 장군은 왕을 보호..

야생화이야기 2022.02.13

좀작살나무

꽃도 꽃이지만 열매를 감상하기 위해 심는 관상수가 있다. 좀작살나무도 그런 나무 가운데 하나다. 가을에 보라색으로 포도송이처럼 오밀조밀 뭉쳐서 달리는 좀작살나무의 열매를 보면 앙증맞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보라색은 신비의 색이기도 하다. 작살나무는 줄기가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삼지창이나 작살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좀작살나무는 작살나무보다 '좀' 작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좀작살나무는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작살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 캘리카파 디코토마 (루레이로) 카를 코흐[Callicarpa dichotoma (Lour.) K.Koch]이다. 속명 Callicarpa는 그리스어로 callos(아름다운)와 carpos(열매)의 합성어이다. 열매가 아름다는 뜻이다. 영어명은 퍼플 뷰..

야생화이야기 2022.02.11

이고들빼기 '순박함, 헌신(獻身)'

가을에 산으로 들로 다니다 보면 샛노란색 꽃들이 앙증맞게 피어난 이고들빼기를 만나게 된다. 이고들빼기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쁘지만 너무 흔해서 야생화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이고들빼기의 노란 꽃잎 끝은 이빨처럼 요철(凹凸)이 있다. 그래서 이고들뻬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고들빼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전라도 어느 고을에 이씨와 고씨 형제와 백씨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네 사람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산속에서 이름 모를 풀을 뜯어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이들이 뜯어먹은 산나물 가운데는 쌉싸름한 맛이 나는 이름 모를 풀도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풀의 이름을 이고둘백이라고 지어 주었다. 이고둘백이 이고들백이-이고들..

야생화이야기 2022.02.08

해국(海菊)

육지 속의 섬 충청북도에 사는 사람들은 '해(海)'자가 들어가는 식물을 볼 기회가 많이 없을 것이다. 해국(海菊)도 그렇다. 해국은 바다국화라는 뜻이다. 바닷가 풀밭이나 바위틈에서만 자라기에 해국을 해변국(海邊菊)이라고도 부른다. 에로부터 전해오는 해국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부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투게 되었고, 화해도 하지 않은 채 남편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떠났다. 며칠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갯바위에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다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가버리고 말았다. 얼마 뒤 남편이 돌아왔을 때 아내와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듬해 가을 남편은 갯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바위틈에 ..

야생화이야기 2022.02.07

익모초(益母草) '모정(母情), 이로움,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익모초(益母草)는 시골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풀이다. 여름날 개울가나 밭둑을 걷다 보면 배시시 웃으며 반겨주는 꽃이 익모초다. 옛날에는 더위를 먹었을 때 익모초를 짓찧어서 짜낸 즙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익모초즙의 쓴맛이 너무 강해 먹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 쓴맛은 오만상이 다 찌푸려질 정도이다. 익모초는 흔하면서도 한의학(韓醫學)에서 부인과(婦人科) 질환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초명(本草名)도 '이로울 익(益)'+'어미 모(母)'+'풀 초(草)'로 지었다. 여기서 '모(母)'는 여성을 뜻한다. 익모초에 읽힌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에 가난한 모자가 살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고부터 배가 아팠다. 하지만 가난해서 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야생화이야기 2022.02.03

다래

#방역패스해제 #백신패스해제 가을 산행을 하면서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를때 다래를 만나면 행운이다. 새콤달콤한 다래가 목마름을 가라앉혀 줄 뿐만 아니라 요기(療飢)도 되기 때문이다. 다래가 있는 산풍경은 풍성한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다래는 옛 문인들의 문학적 소재가 되기도 했다. 험난한 세상사를 피해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노래한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에는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선 시대 장유(張維, 1587~1638)가 쓴 '계곡선생문집(谿谷先生文集)'에는 '나무시렁에 덩굴 올린 지 몇 년도 안 된 사이/벌써 푸른 다래 주렁주렁 달렸네요/혀끝에 감도는 차고도 달콤한 맛 병든 폐 소생할 듯/신선에게 구태여 반도(蟠桃) 구할 필요가 없네요'라는 시가..

야생화이야기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