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70

'수줍음, 질투, 의심' 시클라멘(Cyclamen)

2021년 12월 마지막 날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들렀더니 때마침 분홍색 시클라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시클라멘은 꽃이 피는 기간이 길고, 겨울철에도 실내에서 기르기가 쉬운 편이다. 또, 꽃과 잎이 아름다우면서도 색상도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특히, 토끼의 귀처럼 위로 치솟은 꽃이 인상적이다. 시클라멘(Cyclamen)은 진달래목 앵초과 자금우아과 시클라멘속의 여러해살이 구근식물이다. 시클라멘속은 전통적으로 앵초과에 속했으나 2000년에 자금우과에 재분류되었다. 2009년 APG III 분류 체계가 도입되면서 앵초과의 아과인 자금우아과에 편입되었다.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시클라멘속의 식물은 대부분 시클라멘 페르시쿰(Cyclamen persicum)이다. 'persicum'..

야생화이야기 2022.03.26

'순박(淳朴)'의 털별꽃아재비

털별꽃아재비는 생존 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도심지 시멘트 보도 블럭 틈새에서도 털별꽃아재비는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올린다. 시골에서는 밭이나 논에서도 무성하게 자라 농작물 재배에 해를 끼쳐 잡초나 해초(害草) 취급을 받고 있는 풀이다. 하지만 털별꽃아재비가 무슨 죄가 있을까? 털별꽃아재비는 꽃이 작아서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바라봐야 한다. 자세히 보면 식물체 전체레 솜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식물명에 '아재비'가 붙으면 그 식물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털별꽃아재비는 털이 많고, 별꽃과 비슷한 풀이라는 뜻이 되겠다. 털별꽃아재비는 초롱꽃목 국화과 별꽃아재비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갈린소가 킬리아타 (라피네스크) 시드니 페이 블레이크[Galinsoga cili..

야생화이야기 2022.03.24

'행복한 사랑' 장미(薔薇)

장미(薔薇)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꽃이다. 정원이 있는 집에는 장미 한두 그루 정도는 거의 있을 것이다. '꽃 중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장미는 꽃꽂이 소재로도 인기가 있고, 결혼식 부케에도 빠질 수 없는 꽃이다. 서양에서는 로즈 데이(Rose day)인 5월 14일에 연인들끼리 달콤한 키스와 함께 장미 꽃다발을 주고받는다. 장미는 선물용으로도 인기 최고의 꽃이다. 백만 송이의 장미를 실제로 선물한 사람이 있다. 조지아(Georgia)의 원시주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 1862~1918)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평생을 무명으로 보냈다. 그는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Margarita)를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모든 그림과 재산을 팔아 그녀에게 백만 송이 장미를 선물했다. 하지..

야생화이야기 2022.03.23

'친절, 현실적인 사람' 사데풀

이름을 들으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풀들이 있다. 사데풀도 그렇다. 사데풀이란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가장 그럴 듯한 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싸돌아다니다'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 '사데다니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민들레 씨앗처럼 솜털날개가 달린 씨앗이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사데다니다'가 땅에 닿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사데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사데풀은 초롱꽃목 국화과 방가지똥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손쿠스 브라키오투스 드 캉돌(Sonchus brachyotus DC.)이다. 영어명은 씨쇼어 사우씨슬(Seashore sowthistle), 일어명은 하치죠우나(ハチジョウナ, はちじょうな, 八丈菜)이다. 중국명은 창례쿠쥐차이(长裂苦苣菜), 이명에는 취마이차..

야생화이야기 2022.03.21

'항상 기억하라' 밀짚꽃(strawflower)

2020년 11월 3일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에 있는 국립운악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휴양림 입구 근처에는 때마침 노란색 밀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휴양림 입구의 밀짚꽃은 스트로버스트 옐로우(Strawburst Yellow)라는 종이었다. 원산지가 남반구인 밀짚꽃이 바다를 건너 한반도 경기 북부 지방에까지 와서 자라는 것을 보면 지구촌이 참 많이 가까와졌다는 느낌이 든다. 종이꽃은 국화목 국화과 밀짚꽃속(Xerochrysum)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제로크리섬 브락테아툼 (벵트나) 추벨레프[Xerochrysum bracteatum (Vent.) Tzvelev]이다. 밀짚꽃은 원래 헬리크리섬 브락테아툼(Helichrysum bracteatum) 종이었는데, Xerochrysum bracteatatu..

야생화이야기 2022.03.19

'순수, 어머니의 사랑' 포천구절초(抱川九節草)

2020년 11월 3일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국립운악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객실에 여장을 풀고 주변을 산책하다가 길가 산기슭에서 포천구절초(抱川九節草)를 만났다. 흰색 바탕에 붉은색이 살짝 감도는 꽃이 청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구절초(九節草)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무렵에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하는 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중양절 무렵에 채취(折)한다고 하여 구절초를 한자로 九折草라고도 쓴다. 포천구절초는 포천에서 처음 발견된 구절초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포천구절초의 자생지는 기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이다. 포천구절초는 초롱꽃목 국화과 산국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덴드란테마 자와드스키 바. 테누이섹툼 기타가와(Dendranthema zawadskii var. t..

야생화이야기 2022.03.17

'나태, 태만'의 송엽국(松葉菊)

예전에는 채송화(菜松花)가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을 아름답게 꾸미더니 언제부터인가 송엽국(松葉菊)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채송화를 밀어내고 송엽국이 대세인 듯하다. 채송화가 소박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송엽국은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다. 채송화는 아직도 우리네 동심의 세계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송엽국은 아직 다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송엽국은 속씨식물문 쌍떡잎식물강 석죽목 번행초과 송엽국속(Lampranthus)의 여러해살이풀이다. '松葉菊'은 '소나무 잎이 달린 국화'라는 뜻이다. 솔잎과 닮은 잎, 국화와 닮은 꽃이 핀다고 해서 송엽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송엽국은 소나무와 같은 상록 식물이기도 하다. 학명은 람프란투스 스펙타빌리스(Lampranthus spectabil..

야생화이야기 2022.03.16

'환희, 열정'의 캘러(calla lily)

2020년 10월 말경 일터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현관 입구에 붉은색 꽃이 화사하게 핀 캘러(Calla) 화분이 놓여 있었다. 캘러는 칼라라고도 한다. 일본식 발음으로는 카라(カラ)이다. 캘러는 언뜻 봐도 외래종 귀화식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식물이다. 캘러는 속씨식물 외떡잎식물강 천남성목 천남성과 칼라속(물칼라속)의 구근 식물이다. 일본판 위키(Wiki)에는 캘러의 일어명인 오란다카이우(オランダカイウ, オランダかいう, 阿蘭陀海芋)의 학명에 대해 잔테데스키아 에티오피카(Zanthedeschia aethiopica)와 칼라 팔루스트리스(Calla palustris)를 동시에 기재해 놓고 있다. 칼라속(Zanthedeschia)은 천남성아과의 단형족인 칼라족(Calla族)에 속하는 ..

야생화이야기 2022.03.15

'당신과 날아가고파' 풍선덩굴

충주 시내 한복판에서 풍선덩굴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021년 10월 말경 오전 진료를 마치고 교현동 '거꾸로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하러 가다가 어느 가게 앞에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풍선덩굴이 눈에 띄었다. 풍선덩굴이 있음으로써 삭막한 도시 풍경이 한결 자연 친화적으로 다가왔다. 풍선덩굴은 열매가 풍선처럼 생겼고, 덩굴로 자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풍선덩굴은 무환자나무목 무환자나무과 풍선덩굴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원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르디오스페르뭄 할리카카붐 린네(Cardiospermum halicacabum L.)이다. 영어명은 벌룬 바인(balloon vine) 또는 러브 인 어 퍼프(love in a puff)이다. 풍선덩굴은 'balloon vine'에서 온 이..

야생화이야기 2022.03.14

'일편단심' 해바라기(Sunflower)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감독, 소피아 로렌(Sophia Loren)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 주연의 1970년 이탈리아 영화 '기라솔리(Girasoli, Sunflower, 해바라기)'가 떠오르곤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오반나(소피아 로렌 분)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러시아에 살게 된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날 때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의 장관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해바라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해바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1887년 프랑스 파리에서 그린 바닥에 놓여..

야생화이야기 2022.03.10